걷기 일기

3월 24일 목요일 도심 등산길

꿈꾸는 식물 2011. 3. 25. 12:21

1. 서울 도심 등산길

 1) 올림픽대교 북단으로 한강 진입

 2) 잠실철교와 잠실대교 보며

 3) 청담대교 지나

 4) 성수대교 근처에서 서울숲으로

 5) 서울숲 11번 출구로

 6) 용비교 지나

 7) 응봉산

 8) 독서당 공원

 9) 대현산 공원

 10) 호당 공원

 11) 금호산

 12) 매봉산

 13) 남산

 14) 을지로 지하철역까지  

 

2. 혼자서 혼자서

 

 

 

 

 

 

 

 

 

 

 

 

 

 

3. 미완으로 남겨진 서초 알프스를 다녀 오려다가 이주째 서초 알프스에 사로 잡혀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처음 답사하고, 그 다음 날 청계산 종주하고, 그 다음 주 우리 땅 회원들과 다녀 오고, 또 이번 주에 또 다녀 오려는 것은 아마 청계산 옥녀가 부르는 탓인가.

 

  과감하게 접고 지난 여름 폭우로 중도에 포기해 버린 도심 등산로 개척에 나선다.

도심 등산로 8km 두시간 반이 아쉬워 집에서 걷기 시작하다가 뚝섬 근처에서 폭우를 만나 청담대교 밑에서 비를 그었다.

비가 그친 듯하여 또 나섰다가 서울숲에서 또 폭우를 만나 결국 도심 산행을 접고 돌아왔다.

'한 번 젖은 사람은 두 번 젖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진 날이었다.

 

  싸늘한 바람결에서, 햇빛을 받아 빛나는 강물결에서, 연한 연두빛을 조금씩 드러내는 강가의 버드나무 가지에서, 연두빛이 지쳐 노란빛을 수줍게 내미는 개나리 가지에서, 급기야  노랑을 밖으로 밀어낸 산수유에서 봄이 내 곁에 와있음을 느낀다.

봄볕을 느끼려는 듯 천천히  무리 지어 때로 혼자 거니는 서울숲의 꽃사슴, 꽃되어 피어날 축제를 기다리며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응봉산의 수많은 개나리 가지들을 지나 몇 개의 공원과 생태통로를 지난다.

 

  드디어 금호산과 매봉산.

서울에 갓 올라온 스물 여덟의 우리가 둥지를 튼 곳, 서른 한 살의 봄 세 살된 승민과 함께 잠원동으로 이사 갈 때까지 삼 년 못 미쳐 살았던 곳.

일부는 재개발로 사라지고, 일부는 그대로 남아 있고, 일부는 재건축이 한창이다.

가진 것 하나 없었지만  젊음이 있었기에 충만했던, 가진 것 없었지만 미래에 대한 꿈이 있었기에 풍요로웠던 옥수동 시절의 남편과 나 그리고 꽃보다 더 귀한 아들 승민이를 떠올린다.

우리는 거기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생각에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이렇게 서 있다.

 

  버티고개를 지나 남산으로 들어간다.

이제는 익숙한 남산 성곽길을 걸어 남산타워에 이르렀다.

집에서 네 시간 정도 걸었는데,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과거로 이끌었던 때문인지 오랫 동안  이렇게 걸은 것만 같다.

이제 그만 내려놓고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