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강에서 중랑천 따라서
1) 올림픽대교 2) 잠실철교 3) 잠실대교 4) 뚝섬 유원지
5) 청담대교 6) 영동대교 7) 서울 숲 8) 성수대교
9) 중랑천 10) 살꽂이 다리 11) 군자교 12) 장평교
13) 장안교 14) 중랑교 15) 이화교 16) 월릉교
2. 5월 19일 목요일
3. 혼자서 혼자서.
4. 두 달만에 혼자서 길을 나선다.
번개 모임으로 혼자 길을 나선 지가 오래 되어 벌서 꾀가 생겨 나서기가 머뭇거려진다.
마음을 다잡고 나섰는데 후둑후둑 비가 내린다.
길 떠나지 말고 집에 잇으라는 이슬비라 생각하고 또 머뭇거린다.
유진이 픽업 때문에 멀리 갈 수도 없고 비까지 내리니 금상첨화로 대박 핑계거리 투성이다.
집에 있으라는 이슬비가 그쳐 길을 나선다.
내가 모르는 척하는 사이에 계절은 깊어 한강 둔치에는 봄꽃이 지천이다.
하얗게 흐드러진 이팝나무, 막 피어나는 철쭉꽃, 노오란 유채꽃, 보랏빛 붓꽃, 노란 창포꽃, 녹색으로 차려 입은 보리, 꽃을 마감하고 연두빛 잎으로 바꿔 입고 빠른 속도로 초록을 향해 나아가는 둑방의 벚나무, 어린 잎을 막 매달기 시작한 반대쪽 둑방의 은행나무.
중랑천에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이 한강 둔치보다 훨씬 많다.
물 속에 들어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 늙은 강태공을 본다.
사람들의 흔적이 적은 오른쪽으로 의정부를 향해 본다.
풀을 베지 않아 잡초가 무성히 자라 좀 전에 내린 비의 흔적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새롭게 길을 내지 않고 이런 자연스런 길을 일년에 한 두번 정도 낫으로 풀만 제거해도 좋을 텐데......
슬슬 걸으며 두서 없이 여러 가기 생각을 해본다.
중랑천에는 하와이안 무궁화가 흐드러진다.
노란 창포와 보랏빛 붓꽃, 하얀 마가렛, 아직도 다 피어나지 못한 유채꽃, 곧 소만인데도 아직 가을로 자라지 못한 보리.
모든 수목이 푸르름을 향하여 내달릴 때 누렇게 변하는 보리와 대나무 때문에 맥추(麥秋)와 죽추(竹秋)라 불리는 소만(小滿) 을 향한 요즘이 너무 좋다.
바다에는 안개가 자주 끼고, 육지에는 죽순에게 양분을 모두 내어 준 대나무가 누렇게 물들고, 밭에서는 황금빛으로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가고, 산에서는 뻐꾸기와 소쩍새의 울음이 잦아지는 계절.
이 모든 것이 초여름을 위한 프롤로그가 아닐까.
이제 마음을 다잡고 처음 길 떠날 때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
혼자 새로운 길을 떠날 때의 두려움 섞인 설렘, 혼자 새로운 길을 알아 가는 기쁨, 쓸쓸하지만 달콤하기도 한 혼자 떠나는 길.
무소의 뿔처럼 그렇게 혼자서 가라.
혼자임을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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