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부부 문정희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나머지를 어디에 바를까 주저하고 있을 때 아.. 내가 사랑하는 것들 2015.08.14
연꽃 기행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 내가 사랑하는 것들 2015.07.21
인천 송도 주선씨랑 인천 송도에 다녀 오다. 원래는 제부도에 가려다가 제부도에 가서 늘 헛탕만 치고 온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소래포구에 가서 소래 습지 걸으려다 주선씨가 내켜 하지 않아, 결국 송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몇 년 전 송도에 비해 고층 건물이 많아져 스카이 라인도 기하학적인 .. 내가 사랑하는 것들 2012.03.21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 종환 흔들리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 흔들리지않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서 피는 꽃이 어.. 내가 사랑하는 것들 2012.03.02
도봉산 둘레길(before - after)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은 변한다. 강은 강으로 흐르고, 산은 산으로 이어지며,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시간은 또 다른 시간으로 흐른다. 그 시간을 따라, 그 길을 따라, 우리는 흘러 가고 흘러 오며 그리고 변해 간다. 지난 해 여름 남편과 세 번에 걸쳐 둘레길을 걷고, 8월 .. 내가 사랑하는 것들 2012.02.03
봄이 오는 소리 동장군이 점령해 버린 서울, 체감 온도 영하 23도라는 혹한의 서울.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온다. 꽁꽁 얼어버린 계곡의 얼음장 빈 틈을 타고 물은 흐른다. 그렇게 봄날은 온다. 겨울 한가운데인 2월 4일, 그래 입춘이다. 2월 19일은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 그리고 개구리 깨어.. 내가 사랑하는 것들 2012.02.03
자작나무 숲에서 자작나무 숲에서 흰색의 색감이 이렇게 강렬하다는 것을 처음 느껴 본다. 모든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지닌 채 하얗게 하얗게 여위어 가는 자작나무의 맑고 투명한 영혼을 만난다. 나는 얼마나 내려 놓아야 저렇게 투명할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상처 입어야 저렇게 맑아질 .. 내가 사랑하는 것들 2011.11.27
매미 소리 여름의 끝자락을 재촉하는 매미 소리가 정겹다. 그 긴 시간을 땅 속에서 참고 인내하여 겨우 한철 목이 아프도록 울다가 떠나는 매미의 치열함. 나도 이렇게 치열하게 무언가를 원하며 갈망한 적이 잇었던가? 아득하고 아득해서 마음이 처연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2011.08.11
폐사지에서 사찰을 좋아하는 단계에도 수능이나 한우처럼 등급이 있다. 신정일 선생님 이야기를 참고로 내 나름대로 등급을 정리해 본다. 일단계는 통도사나 송광사 같은 큰 절을 무조건 좋아하고, 이단계는 무위사나 귀신사 같은 아담한 절을 좋아하고, 삼단계는 봉정암이나 도솔암 같은 암자를 좋아하고, 마지.. 내가 사랑하는 것들 201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