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중랑천 걷기

꿈꾸는 식물 2011. 5. 21. 12:25

1. 한강에서 중랑천 따라서

 1) 올림픽대교     2) 잠실철교     3) 잠실대교     4) 뚝섬 유원지

 5) 청담대교     6) 영동대교     7) 서울 숲     8) 성수대교

 9) 중랑천     10) 살꽂이 다리     11) 군자교     12) 장평교

 13) 장안교     14) 중랑교     15) 이화교     16) 월릉교

 

2. 5월 19일 목요일

 

3. 혼자서 혼자서.

 

4. 두 달만에 혼자서 길을 나선다.

번개 모임으로 혼자 길을 나선 지가 오래 되어 벌서 꾀가 생겨 나서기가 머뭇거려진다.

마음을 다잡고 나섰는데 후둑후둑 비가 내린다.

길 떠나지 말고 집에 잇으라는 이슬비라 생각하고 또 머뭇거린다.

유진이 픽업 때문에 멀리 갈 수도 없고 비까지 내리니 금상첨화로 대박 핑계거리 투성이다.

집에 있으라는 이슬비가 그쳐 길을 나선다.

  내가 모르는 척하는 사이에 계절은 깊어 한강 둔치에는 봄꽃이 지천이다.

 하얗게 흐드러진 이팝나무, 막 피어나는 철쭉꽃, 노오란 유채꽃, 보랏빛 붓꽃, 노란 창포꽃, 녹색으로 차려 입은 보리, 꽃을 마감하고 연두빛 잎으로 바꿔 입고 빠른 속도로 초록을 향해 나아가는 둑방의 벚나무, 어린 잎을 막 매달기 시작한 반대쪽 둑방의 은행나무. 

  중랑천에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이 한강 둔치보다 훨씬 많다.

물 속에 들어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 늙은 강태공을 본다.  

사람들의 흔적이 적은 오른쪽으로 의정부를 향해 본다.

풀을 베지 않아 잡초가 무성히 자라 좀 전에 내린 비의 흔적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새롭게 길을 내지 않고 이런 자연스런 길을 일년에 한 두번 정도 낫으로 풀만 제거해도 좋을 텐데......

슬슬 걸으며 두서 없이 여러 가기 생각을 해본다.

중랑천에는 하와이안 무궁화가 흐드러진다.

노란 창포와 보랏빛 붓꽃, 하얀 마가렛, 아직도 다 피어나지 못한 유채꽃, 곧 소만인데도 아직 가을로 자라지 못한 보리.

모든 수목이 푸르름을 향하여 내달릴 때 누렇게 변하는 보리와 대나무 때문에 맥추(麥秋)와 죽추(竹秋)라 불리는 소만(小滿) 을 향한 요즘이 너무 좋다.

바다에는 안개가 자주 끼고, 육지에는 죽순에게 양분을 모두 내어 준 대나무가 누렇게 물들고, 밭에서는 황금빛으로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가고, 산에서는 뻐꾸기와 소쩍새의 울음이 잦아지는 계절.

이 모든 것이 초여름을 위한 프롤로그가 아닐까.   

  이제 마음을 다잡고 처음 길 떠날  때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

혼자 새로운 길을 떠날 때의 두려움 섞인 설렘, 혼자 새로운 길을 알아 가는 기쁨, 쓸쓸하지만 달콤하기도 한 혼자 떠나는 길. 

무소의 뿔처럼 그렇게 혼자서 가라.

혼자임을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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