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1월 27일 목요일 관악산 둘레길

꿈꾸는 식물 2011. 1. 28. 14:45

1. 관악산 둘레길

 1) 1구간 : 사당 관악산 나들목  -  서울대 입구

 2) 2구간 : 서울대 관악산 나들목 - 국제 산장 아파트

 

2. 혼자서 혼자서

 

3. 고혈압 환자를 자칭하며 추위를 원군 삼아 주말 걷기를 거부할 옆지기 때문에 모처럼 비는 목요일 걸어야만 하는데 영 마땅치 않다.

강남쪽 한강은 김포까지 걸었고, 강북쪽 한강은 팔당까지 걸었고, 남한산성과 아차산 종주는 며칠 전에 했고......

 

  언니를 감언이설로 꼬이려다 실패하고 , 홧김에(?)에 무엇 한다고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다는 관악산 둘레길을 짧은 거리, 13km만 믿고 별 준비 없이 길을 나섰다.

둘레길이니 길을 잃어도 더 걸으면 되려니 믿으며 용감하게 출분했다.

 

  1구간 낙성대까지 길을 몇 번 놓친 덕분에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에 패치 없이 무방비 상태로 놓여지고, 나를 피해 놀라서  날아오르는 까투리와 장끼도 만날 수 있었다.

낙성대에서 오른쪽 왼쪽으로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엄청 인현동을  헤맸고, 영어마을 뒷산을 산행해야 하는데 서울대 기숙사와 교수아파트가 있는 K구역에서 정문이 있는 A구역까지 서울대를 관통하는 재앙을 당했다.

연세대나 고려대처럼 건물이 아름답고 다양하다면 기꺼이 행복해하며 걸을 수 있었을 텐데, 군대 막사처럼  아파트  동 홋수처럼 숫자가 벽에 써진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헤치며 걷는 것은 재앙을 지나 수모였다.

 어렵게 어렵게 정문을 찾았는데 길치에 방향치인 나는 정문 반대쪽으로 계속 걸어가 쓸데 없는 알바를  한바탕 하고 1구간을 끝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겁에 질려 2구간을 포기하고 버스에 오르려는데, 2구간 시작점의 하얀 눈길이 나를 또 유혹한다.

길에 대한 유혹에는 언제나 약한 나는 기꺼이 그 유혹에 빠져 2구간에 들어서다.

표지를 한 번 놓치는 바람에 평지까지 거의 내려 왔다가 돌산 칼바위에 오르는  등산객의 친절로 기사회생하여, 삼성산을 거쳐 무사히 국제 산장 아파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3구간의 표지가 나를 부르지만 저녁 약속도 있어 더 이상의 도전은 만용이라 접고 집으로 향하다.

다음에 철저히 지도를 읽고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다시 나서리라 다짐 또 다짐한다.

 

  한적하고 호젓한 관악산의 숨은 진주.

많는 절과 암자가 있는 곳, , 그리고 세 분의 천주교 성인을 모신 천주교 성지가 있는 곳. 

메타세콰이어가 모두 잎을 떨구고 온 몸으로 한겨울을 견뎌내고 있는 곳.

이 겨울 쓸쓸함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관악산 둘레길로 나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