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봄날이 오면 뭐하노 그쟈?

꿈꾸는 식물 2009. 4. 15. 21:47

  삼월말 낙동강 1차 기행을 다녀온 뒤부터 정신 없이 시간을 보냈다.  중간고사 기출 문제집인 '여유만만'을 준비하느라 이성을 잃었다.  그 동안 개나리는 물론 목련과 벚꽃까지 흐드러지게 피고 떠나 버렸다.  지금은 우리 곁에 잠시 다녀 갔다는 흔적만 남아 있다.  사이사이 꽃놀이 가야한다는 내 엄살 가득한 어리광에 남편이랑 치어스에서 맥주 한 잔하고 워커힐 밤벚꽃 놀이를 다녀 왔다.  달빛 아래 고요한 워커힐아파트의 벚꽃도 물론 눈요기했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라는 이조년의 시조를 이화가 아닌 벚꽃 그늘 아래에서 떠올리기도 했다.  책 제본을 맡기고 어린이대공원에서 병아리 유치원생들과 꽃비를 맞으며 걷기도 했다.

 

  정신의 여유없이 허둥지둥 벚꽃을 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이 복잡하여 꽃이 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일까?  풍문으로만 봄을 만나고 떠나 보낸 것만 같아 허전하다. 아름다운 봅을 느끼고,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모든 존재에 가슴이 먹먹할 수 있는 여유없이 이 봄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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