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이는 에미이다. 에미는 무엇보다 자식의 입에 들어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진경이는 에미임이 분명하다.(물론 나는 사이비 에미이다.) 자식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는 것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 주변 사람들 속에 물론 나도 속한다.
진경이는 나를 위하여 된장 넣고 지진 김치, 묵은 김치 넣은 묵은지 돼지 갈비, 김치 조금에 양파 잔뜩 넣은 부침개, 김치 넣어 지진 고등어, 친정엄마가 만드신 무나물, 어떤 때는 밥까지 배달한다. 나는 뻔뻔하게 진경이 앞에서 흰 밥만 그냥 한 그릇을 먹어 치운 적도 있다. 따뜻한 밥과 따뜻한 국, 그것을 냄비에 들고 바람을 헤치고 온 진경이가 고마워 꾸역꾸역 먹었다. 찌대는 것 잘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찌댈 사람이 없어서 못 찌댄 것이지 진경이에게 찌대는 것을 보면 가관이다. 심지어는 일요일 아침 근육통을 호소하는 아들 녀석 때문에 진경이 남편까지 왕진 의사로 호출했다.
나는 진경이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 부끄러운 일이다. 나이가 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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