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리처드 용재 오닐 바로크 콘서트

꿈꾸는 식물 2009. 2. 28. 22:58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처드 용재 오닐의 콘서트에 다녀오다.  우연히 접한 그의 앨범 '눈물'에 젖어 비올라의 열혈팬이 되었다.  물론 '미스테리오소'의 '파사칼리아'와 '샤콘느'를 반복하고 반복해 들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어쩌면 바이올린은 슬픔을 격정적으로 토로하고 비올라는 슬픔을 위로하며 다독이는지도 모른다.  김지연의 '샤콘느'는 내 슬픔을 뒤흔들며 그 슬픔을 바닥까지 떨어뜨리며 마구 휘저어 버린다.  눈물까지 얼어 버리게 만드는  차가운 겨울 바람  속으로 바이올린 하나로 나를 밀어낸다.  그러나 용재의 '샤콘느'는 내 슬픔을 부드럽게 부드럽게 다독거리며 따뜻하게 위로한다.  마치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처럼 비올라 하나로 내 슬픔을 무장해제 시킨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파사칼리아 '는 한 마디로 '브라보'였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서로 앞서거니 뒤따르거니 하며 대결하다가, 서로 뒤돌아서 따로 따로 흐르며 반목하다가, 어느 순간 하나가 되어 흘러가다가, 하나의 선율이라 느끼는 순간 각자가 되어 따로 멀어지는......  그러나 결국 완벽한 하나를 만들어내는 정말 신비로운 체험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조금씩 탐색하다가 어느 순간 가까워지고, 사소한 일로 어느 순간 멀어지고, 그러나 운명이라 느끼며 결국 하나가 되어 같은 삶의 궤적을 그리며  흘러가는...... '영혼의 완벽한 일치'의 감동에 전율을 느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밤이었다.

 

  우리는 2층 A Block 4열 10번과 11번에 앉아 있었다. 그곳에는 용재의 비올라 못지 않게 아름다운 두 분이 있었다.  귀가 더욱 더 예민할 수밖에 없을 눈의 장애를 딛고 혼자서 지하철과 택시를 이용해, 용재의 바로크에 빠져 처음 콘서트장을 혼자 찾았다는 용기 있는 대학교 4학년에 올라간다는 여대생.  그 여대생을 위해 기꺼이 프로그램을 읽어 주고, 인터미션 때 화장실에 동행하고,  차를 가까운 곳에 주차했으니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주겠다며 손을 내밀던 옆에 앉으신 여자 분.  강북과 강남으로 방향이 달라 멀리까지 데려다 주지 못해 미안해 하던 그 마음의 언저리가 옆에 앉아 있는 나까지 전달되어 공연 내내 행복했다.  더욱이 그 분은 방해받는 것이 싫어서 혼자 공연장을 찾는 글루미족(gloomy족)이었다.  콘서트장에 오는 이동하기 편안한 동선까지 설명하며 공연 내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던 그 분을 용재의 음악과 함께 나는 오래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말 그대로 '미스테리오소'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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