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수불 종주

꿈꾸는 식물 2015. 9. 8. 21:32

  수요일 정오 무렵 갑자기 쏟아지는 뇌우에 깜짝 놀라 예고된 소나기를 피하려고 삼목회를 또 금요일로 미뤘다. 청명했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게릴라성 스콜에 놀라 폭풍 잔소리쟁이 주선씨에 대한 대접까지 고려하여 금요일로 산행을 미룬다. 비가 올 듯 말 듯 하면서 끝내 내리지 않고 바람만 살랑살랑 불어 산행하기에 딱 좋았던 목요일을 집에서 빈둥거렸다. 드디어 금요일 처녀 적에 한번 수락산에 간 적이 있다 미자씨와 수락산에서 불암산으로 이어지는 연계 산행에 나선다. 난 주선씨와 승민이랑 수락산과 불암산에 따로따로 간 적이 몇 번 있고, 최근에는 주선씨랑 수락산역에서 원점 회귀 산행과 장암역에서 수락산역으로 산행을 두 번 했었다. 연계 산행은 처음이니 여러 블로그와 트랭글을 보며 길치 나름으로 공부를 했다. 북도사수불 종주를 하는 분들은 지난 주 우리의 도봉산 종주처럼 사패산 찍고 회룡능선으로 돌아 회룡역 3번 출구에서 장암고등학교 방향으로 이동하여 동막골로 수락산에 올랐다. 회룡역까지 미자씨는 장암역과 지하철 소요 시간이 거의 비슷한데 나는 회룡역이 거의 30분이나 더 걸려서 기차바위를 타기에는 회룡역이 편리한데 주최측의 농간으로 장암역에서 미자씨를 만나 노강서원 지나 석림사 방향으로 수락산에 든다. 주선씨랑 두 번째 수락산에 들었던 들목이다.

 

  장암역 - 석림사 - 기차바위 - 수락산 정상 - 장군봉(철모바위, 하강바위, 코끼리 바위) - 도솔봉

  덕릉고개 - 석장봉 - 불암산 정상 - 공릉산( 노원고개 - 삼육대길 - 원자력병원길) - 공릉동 백세문 - 화랑대역

     17.55km 7시간

 

  석림사 못 미쳐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기차바위로 향하는 능선길이라는데 그 길을 찾지 못해 석림사 지나 오른쪽 다리를 건너 계곡길로 들어섰다. 몇 몇 동네 산책객들만 보일 뿐 산은 고즈넉하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는 너럭바위가 곳곳에 자리 잡고 유람객들을 유혹하지만 우리는 씩씩하게 걷는다. 기차바위를 가고 싶은데 바로 정상으로 오르는 것이 아닌가 조금 아쉬워질 무렵 왼쪽으로 기차바위 안내판이 보인다. 산꾼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은 듯 길은 계곡을 따라 끊어질 듯 계속 이어지며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을 향하여 안으로 안으로 파고 든다. 차라리 회룡역으로 갈 걸 그랬나 후회가 밀려올 무렵 안으로 파고만 들던 길이 마지막 능선을 향하여 오른다. 드디어 능선에 오르니 회룡역 방향으로 도정봉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기차바위는 마치 작은 인수봉처럼 느겨진다. 밧줄 없는 작은 너럭바위를 지나니 커다란 홈통바위가 그 당당한 위용을 드러낸다. 인왕산 기차바위가 수평으로 들판 열차라면 수락산 기차바위는 수직으로 산악 열차 기차바위이다. 그 엄청난 모습에 감탄 또 감탄이다. 도봉산에서 바라본 수락산과 불암산을 오늘은 반대로 수락에서 도봉산과 사패산을 바라본다. 도봉산의 연봉들이 파란 하늘을 이고 늘 그렇듯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도봉에서는 수불을 그리워하고, 수불에서는 북도사를 그리워하는 이 마음은 무엇일까? 기차바위 지나 만난 수락산 정상은 온통 우리 차지이다. 애국자인 양 태극기 펄럭이는 깃대봉에서 인증샷을 찍고 정석에서 인증샷 날리니 기암괴석으로 우리를 부르는 철모바위와 장군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우리가 가야만 하는 석장봉과 불암산은 아직 아득하기만 하다. 장군봉을 향하여 계단을 내려 가는데 정상에서 아이스케이크를 파는 분이 지게에 아이스박스를 질머지고 올라 오신다. 수락산역에서 함께 올랐던 주선씨는 철모바위 갈림길에서 정상 표지를 놓쳐  혼자 코끼리 바위까지 가버리고 나는 정상에서 주선씨를 목빼고 기다리고...... 순간의 선택에서 길은 얼마나 달라지는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우리는 전혀 다른 길과 조우하고, 순간 놓친 표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길로 우리를 이끈다. 한걸음 한걸음 최선을 다하여 나아 갔는데, 하나씩 하나씩 온 몸과 마음으로 결정하며 동물적인 진지함으로 성실하게 쉰하고 몇 해를 걸어 왔는데, 지금 나는 여기 이렇게 서있다. 어느 갈림길에서 난 어떤 표지를 보지 못했던 것일까? 어느 갈림길에서 난 운명의 징후를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무엇이 어떤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여기로 데리고 왔을까? 도솔봉 지나 덕릉고개 1.7km 흥국사 1km 표지를 지나 갑자기 덕릉고개가 사라져 하산길로 가는 알바를 조금 했다. 다행히 개를 끌고 산행하는 동네 산꾼을 만나 다시 능선까지 올라 덕릉고개를 찾는 행운을 만날 수 있었다. 큰 길을 따라 내려 오다가 왼쪽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가면 펜스가 나오고 그 문으로 들어가서 계속 펜스를 따라 진행하면 생태 육교가 나오고 드디어 불암산으로 접어든다. 그 길에서 수락산 둘레길과 불암산 하루길을 잇는 서울 둘레길과 만난다.     

 

  불암산에 오르기 전에 덕릉고개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얼려 놓았던 거피한 서리태로 부랴부랴 만든 콩국을 미자씨랑 맛있게 나누어 먹는다. 지난광청 종주와 도봉산 종주에 이어 세번째 맥주 없는 산행이다. 수박과 토마토와 오이를 가늘게 잘라 넣고 먹는 콩국수에 미자씨가 폭풍 칭찬을 해줘서 내 마음까지 흐뭇하고 기쁘다. 1시에 불암산 하루길을 따라 정상으로 오른다. 전형적인 육산인 수락산과 불암산은 흙산이지만 정상의 바위들은 여느 골산에 지지 않을 만큼 그 위용이 당당하고 위엄에 차있다. 숲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몇 번 하며 커다란 체바퀴가 있는 다람쥐 광장에 도착하여 석장봉에 오른다. 석장봉은 엄청나게 커다란 바위로, 미자씨랑 석장봉에 올라 두고온 수락산과 눈앞에 우뚝 솟은 불암산 정상을 바라보고 우러른다. 하늘은 전형적인 에메랄드빛 가을 하늘인데 폭염은 만만치 않다. 계단을 올라 드디어 불암산 정상이다. 정상석에서 인증샷 찍고 밧줄 잡고 올라 국기봉에 올라 또 태극기 아래 서서 애국자가 된다. 시간 여유가 있어 정상에서 비취빛 시린 하늘빛을 눈에 오롯이 담아 본다.

 

  공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계곡길로 그냥 가면 될 것을 능선으로 잠깐 길을 잡은 덕분에 길이 아닌 길을 따라 조금 알바를 하며 고생스런 하산을 짧게 하고 다시 등산로로 복귀했다. 상계 중계 하계로 이어지는 하산길을 버리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전형적인 숲길은 부드럽게 흐르고 폭염이어도 가을빛을 머금은 햇발은 부드럽기만 하다. 노원고개 지나 옛날 공쌤과 함께 오른 삼육대길을 만나며 공릉동 효성아파트를 향하여 길은 흘러 간다. 드디어 서울 둘레길과 만나더니 홀연히 공릉동 백세문에 닿는다. 장암역에서 화랑대역까지 7시간에 18km를 걸었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 켄씩 사들고 아파트 놀이터 정자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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