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도봉산 종주(늦여름)

꿈꾸는 식물 2015. 8. 30. 11:24

  삼목회반들이 공사다망하여 이번 주 삼목회 역시 삼금회이다. 머핀님은 남편과의 여행으로 두 주 예고된 결석, 미자씨와 둘이 나서는 삼목회인데 미자씨의 목요일은 주문도 있고 수요일 몸과 마음의 진을 뺀 덕분에 기진맥진하여 금요일에 산에 들기로 했다. 물론 내 마음도 기진맥진과 우왕좌왕과 전전반측과 노심초사를 왕복하느라 평화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내 마음의 평화를 늘 기도하는데 평화는 언제나 옆집에만 들렸다가 나는 잊고 가버려 나와 무관하다. 머핀님이 오시지 않아 오봉에서 영봉이나 실컷 보고 내려 오려는 계획을 우이암에서 사패산으로 이어지는 도봉산 종주로 변경하였다. 지난 주 일요일 엄청 사납게 쏟아졌던 여름 햇살은 어느덧 부드럽고 온유하고 풀향기까지 머금어 달콤하기까지 하다. 그악스럽게 울어대던 매미도 '이제 그만'이라고 약속이라 한 듯이 소리를 멈추고 가끔 잊지 말라는 듯 낮은 톤으로 울고 그 틈으로 가을을 부르는 풀벌레 소리가 파고 든다. 나무들은 초록이 지쳐 녹음 물빛을 빼면서 바래기 시작하고, 자연의 부름에 늦지 않으려는 듯 풀들은 초록 물기를 빼고 마르기 시작하며 마른 풀내음을 은밀하게 그러나 위대하게 늘어 놓기 시작한다. 

 

  수요일에 있었던 미자씨의 파란만장 에피소드에 귀를 기울인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지만 미자씨의 살아온 이야기며 지금 살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삶의 열정과 진지함과 성실성에 늘 감탄과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며 자신 앞의 생을 뜨겁게 살아온, 주저 앉고 싶을 때도 오뚝이처럼 삶의 심연을 바닥인 양 딛고 위로 솟구쳐 오르는, 때로는 자신을 방기하는 듯 특유의 낙천과 긍정으로 담대하게 당당하게 살아온 미자씨! 지금까지 헤쳐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잘 헤쳐 가리라. 미자씨를 온 마음으로 응원해 본다. 미자씨의 삶의 갈피갈피를 엿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마음의 경사와 마음의 무늬가 미자씨에 대한 모독인 것 같아 부끄러고 민망하다. 언니답지 못하고  삶에 대해 어리광을 부리고 엄살을 떨며 양양거리는 쉰하고 일곱인 내가 어처구니 없고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이번 주는 마음이 언짢고 힘들며 쉽게 마음이 평정으로 되돌아 오지 않는다. 아무리 높게 높게 성을 쌓아도 아무리 깊게 깊게 해자를 파도 아무리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큰 소리를 쳐도 내 마음과 영혼은 집착과 미망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다. 그래서 나는 높이에 매달리고 거리에 억매이며 수직본능과 수평본능에 사로 잡혀 산에 들고 길로 나서는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만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웠다면, 내가 조금만 미망으로부터 놓여날 수 있었다면, 아니 아주 양보해서 내가 조금만 쿨했더라면 내 삶의 괘적은 좀 더 멀리 나를 데려 갔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내가 아닌 것을, 아무리 부럽고 꿈꿔도 그것은 나의 본질은 아닌 것을. 그런데 이제 젊은 날에도 해내지 못한 집착과 미망으로부터 벗어난 쿨한 삶을 쉰하고 일곱에 살아 내라니......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막말로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고 고상하게 犬草食音임을 어찌 하랴.

 

  수유역에서 미자씨를 만나 도선사에서 백중제를 지내려는 보살님들과 함께120번 버스로 우이동으로 이동하여 한일교에서 원통사로 방향을 잡는다. 우이암 지나 오봉을 바라보며 도봉산 주능선을 걸어 꿈결처럼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을 만난다. 도봉산에 들 때면 늘 날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기적처럼 축복처럼 지난 여름 지친 하얀 구름 몇 개 내다 말린 하늘 아래 활짝 개안한 시야가 펼쳐진다. 포대능선 지나 포대 정상에서 식사를 하고 사패 능선을 향한다. 사패산 찍고 다시 오던 길로 돌아 회룡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하얀 등이 내걸린 회룡사가 마음에 닿는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어야 하리, 오늘 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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