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또, 광청 종주

꿈꾸는 식물 2015. 8. 29. 18:29

  힘들었던 광청 종주를 본의 아니게 다시 뛰게 되었다. 지난 주 혼자 광청 답사를 다녀 왔다는 이야기에 삼목회 회원들의 야유와 질타가 한바탕 이어지더니, 급기야 이번 일요일 미자씨네 겨운씨가 출근하고 주선씨 운동이 있으니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함께 뛰어 보자는 청수동암문 결의가 이루어졌다. 청계산 앞 부분을 적당히 잘라 청광으로 수원에 가서 수원왕갈비를 먹고 머핀님 친정에서 1박하고 그 다음 날 제대로 광청을 뛰자는 원래 계획은 머핀님의 흥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걷고 싶고 날고 싶은 욕심과 새암(?)은 늘 충만한 머핀님과 겨운씨가 출근하는 주말은 멀리 뛰고 싶은 미자씨의 욕심이 두 주 연이은 청광 종주를 나에게 강요한다. 금요일 삼목회와 북한산, 토요일 후배와 명성산, 일요일 삼목회와 광청종주라니! 일요일에는 아들 시험이 있어 아침 준비를 해 줘야 하는데, 일요일 7오전 시에 집에서 나간다는 주선씨보다 늦게 나가고 일찍 들어와야만 모든 것이 평화롭게

흘러 가는데, 과연 삼목회 도반들이 그 시간 안에 청광종주를 해치울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와 마음은 복잡한데 철부지 동생들처럼 머핀님과 미자씨는 수원역에서 7시나 7시 30분에 만나자며 시간 계산으로 주판알 굴리기 바쁜 나를 놀린다. 머핀님은 그 전날 친정에서 잘 수도 있다며 더 빨리도 만날 수 있단다. 미자씨도 유쾌통쾌상쾌해 하며 첫차를 타고 달리자며 나를 놀린다. 두 분 먼저 수원역에서 7시 30분에 출발하라 하고, 주선씨 보내고 나는 한 시간 뒤인 8시 30분에 수원역에서 출발할까 어떨가 궁리가 늘어진다. 결국 욕먹을 각오하고 6시에 승민이 수험용 아침 준비해서 먹는 것 보고 6시 15분 집을 나와 8시 약속인 수원역으로 향한다. 토요일 몽베르CC에서 골프 치는 주선씨 따라 포천으로 이동하여 후배랑 명성산에서 16km 걷고 9시에 돌아와, 세탁기 돌리고 승민이 아침 준비하며 미친 년 널뛰듯 집안일을 하니 2시가 지나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 4시 40분에 씩씩하게 일어나야만 했다. 큰 시험 앞에 둔 승민이 눈치 보랴 연 사흘 나간다며 곱지 않는 시선으로 '살살, 일찍'을 몇 번씩 강조하는 주선씨 불편한 심기 살피랴 노심초사였다.  

 

  결국 그 전날 미자씨와 나의 불길하지만 확신에 찬 예감처럼 예견했던 대로 머핀님은 6시 34분 결석을 카톡으로 날렸다. 6시 22분 사당행 지하철에 오른 나는 신문 읽느라 사당역에서 오이도행으로 환승하며 그 톡을 확인했다. 울며 겨자 먹는 심정까지는 아니지만 미자씨와 둘이서 광청종주를 단행하기로 마음 먹고 수원역에서 7시 55분에 접선하여 13번 버스로 경기대 입구 광교산까지 이동한다. 살짝 약이 오르고 은근 노여움이 마음 깊은 곳에서 일기 시작하지만 담대하게 접고 광교산에 들었다. 지난 주보다 정확하게 1시간 빠른 8시 20분에 산행을 시작, 지난 주 내가 알바 3km까지 포함하여 7시간에 뛰어 4시 20분에 끝났으니 오늘은 9시간 잡으면 5시 20분에 양재 화물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결국 30분 초과하여 9시간 30분 걸려 5시 50분에 양재 화물터미널에 도착하여 나보다 늦게 집을 나간 주선씨가 춘천에서 골프 치고 돌아온 뒤인 6시 50분에 집에 안착했다. 광청종주 후폭풍에 대해 더 이상 논하면 무엇 하랴!

 

  광교산 입구는 북한산 둘레길 아니면 서울 둘레길처럼 부드러운 숲길로 시작한다. 가비얍게 미자씨도 경쾌하고 발랄하게 춤 추듯이 달리 듯이 걷고 또 걷는다. 절대로 오버페이스하면 안 된다고 자기암시를 하며 형제봉과 광교산 시루봉 거쳐 백운산에 이른다. 처음이 좋으면 끝도 좋으리라. 날도 활짝, 하늘은 푸르고 시야도 확 트이고. 출발이 좋다. 트랭글에 따르면 백운산까지는 물론 출발이 한 시간 차이가 나지만 지난 주보다 30분 빨랐다. 백운산에서 잠깐 물 한 모금 마시고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을 달려가다가 잘못된 길임을 깨닫고 다시 백운산 정상으로 올라온다. 정확하게 1.5km 30분 알바를 했다. 발화산 정상은 지난 주보다 20분 늦게 도착했다. 발화산과 우담산을 거쳐 바라365계단을 찍고 하오고개를 넘는다. 하오고개를 지나 국사봉을 오르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물통의 물을 모두 비우고 내가 가져온 물 한통까지 챙긴 미자씨는 전혀 식사를 하지 못 하신다. 김밥 한 줄씩 들고 한참을 멍 때리고 있다. 방울이도 쉽게 넘기지 못하는 미자씨에게 사과 반 쪽을 건내니 어렵게 드신다. 꾸역꾸역 미자씨 냉커피로 사과를 삼키는 이유는 마의 국사봉이 우리 앞에 있기 때문이다. 골반까지 아팠던 지난 주에 비하여 오늘은 벌써 익숙해졌다고 조금은 편안하게 국사봉에 오른다. 국사봉 트라우마로 미자씨에게 국사봉까지만 리드를 부탁할 정도였으니 지난 주 국사봉은 악몽이고 죽음이었다. 초행인 미자씨는 미자씨 특유의 근성과 인내심으로 내 뒤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 오신다. 국사봉에서 곡기용 막걸리 한 사발을 천천히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마신다. 막걸리까지 턱 관절이 고장이 난 듯 턱이 제대로 벌어지지 않아 넘기기 힘들다. 술에 약한 미자씨는 점심인 막걸리로 이수봉까지 조금 흔들리며 걷는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지난 주 죽음의 알바 3km를 떠올리면 이수봉까지는 순간이다. 국사봉에서는 56분, 이수봉은 44분, 다시 석기봉은 54분 오늘 늦게 도착한다. 석기봉 지나 등산로 정비로 망경대로 향하는 우회 등산로 도로에서 급기야 미자씨가 길바닥에 눕는다. 나 역시 아무 것도 깔지 않는 등산로 한 모퉁이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다. 매미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잠깐 아득해진다. 갑자기 청계사를 묻는 소리에 비몽사몽 눈을 떴다. 이제 그만 청광 접고 옛골로 내려 갈 수 있다는 내 유혹에 외유내강 미자씨는 고개를 흔든다. 망경대와 매봉은 한숨 눈을 붙인 덕분에 가볍게 걷는다. 매봉에서 '비비빅' 하나씩 입에 물고 매바위 거쳐 옥녀봉으로 향한다. 지난 주 전망대를 정비했던 옥녀봉은 일주일만에 말끔하게 새단장을 했다. 옥녀봉에서 양재 화물터미널까지 2.4km 내리막이 남아 있다. 평소 같으면 샤방샤방 가비얍게 마무리할 수 있지만 걸어 왔던 거리 때문에 힘겨울거라고 미자씨를 격려한다. 이제 막판 스파트를 내야 한다. 미자씨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일정한 보폭으로 걸어야만 한다. 온 몸은 땀에 젖고 임술은 완전 바싹 말라 버려 소금기가 느껴진다. 베낭까지 땀을 흘린 듯 푸욱 젖어 있다. 그래도 우리는 가야만 한다. 미자씨와 나, 우리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는 듯이 2.4km를 달려 간다, 어떤 말도 우리에게는 필요 없었다. 광교 종주의 마지막 열 네번째 봉우리 굴바위산을 오른다. 그리고 양재 화물터미널로 마지막 내리막을 달려 간다.

 

  승화원 앞에서 서초 마을버스 8번을 타고 양재로 이동, 우리는 서로를 꼬옥 안았다. 미자씨는 3호선으로 나는 신분당선으로 제각기 삶의 현장으로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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