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북한산 둘레길에서 북악 하늘길로

꿈꾸는 식물 2015. 8. 7. 09:49

  시어머니의 갑작스런 상경으로 삼목회가 삼토회가 되었다가 머핀님네 희경씨 휴가로 결국 삼일회가 되어 버렸다. 휴일의 북한산행은 넘치는 인파 때문에 가능한 피해 왔는데 휴가철이어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멀리 떠나기를 기대하며 일요일 삼목회를 기다렸다. 머핀님과 미자씨 두 분이 함께 움직이면 뒤쪽에서 역적 모의(?)를 하면서 속도가 계속 늦어져서 미자씨 혼자 오시는 이번 기회에 14문 종주를 하시라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더구나 미자씨네 겨운씨가 가게에 오신다니 새벽 -우리로서는 새벽이다. 평소 모임 시간이 9시 구파발역이니-  7시에 구파발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꿈에 부풀었다. 북한산 종주, 도봉산 종주는 자주 가볍게 해냈는데 유독 14문 종주와는 거리가 먼 미자씨와 이번 기회에 올 들어 처음인 14문 종주를 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2시에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결이 둔한 나도 일어나고 아들 승민이도 잠에서 깼다. '엄마 오늘 산에 못 가시겠네' 이렇게 생각하며 잠에 빠졌다는 승민이의 후일담.

 

  결국 7시 만남이 갑작스런 폭우로 8시로 미뤄졌고 14문 종주가 아닌 북한산 둘레길로 바뀌었다. 8시 20분 북한산성 입구 내시묘역길에서 둘레길로 들어가 마실길, 구름정원길, 옛성길, 평창마을길, 명상길 지나 북악하늘길로 접어 들어 서울 성곽길을 살짝 걷고 와룡공원에서 걷기를 마쳤다. 사이사이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베낭 커버는 걷기 시작부터 걷기 마칠 때까지 계속 벗기지 못했고, 우리는 더위와 습기 때문에 비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산악회 주말 산꾼들이 폭우와 뇌성이라는 기상대 예보 때문에 둘레길로 몰려 가족 단위의 아마추어 걷기꾼들과 더불어 둘레길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옛성길에서 식사 때와 장소를 놓쳐 평창마을길 입구 어느 부잣집(?) 호젓한 차고 앞에서 점심상을 펼치는 헤프닝을 벌이면서도 그냥 신이 나고 행복하다. 겨울에 지나는 평창마을길은 높디높은 담만 부각되어 씁슬한데 여름에 지나는 평창마을길은 잘 가꾸어진 정원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있는 아름다움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결국 23,25km를 7시간 50분에 걸었다. 미자씨는 어제 토요일 서울성곽을 혼자 걸었던 내 기록(22.97km, 4시간 50분)을 떠올리며 엄청 느리게 걸었다고 말씀하신다. 서울성곽은 북악산과 인왕산을 제외하고는 평지가 대부분이고 남산과 와룡공원 정도가 오르막이고 나머지는 시내를 통과하는 길이고, 더구나 혼자 걸으니 쉬임없이 이성을 잃고 폭주 기관차가 될 수밖에......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며 옛날 함께 걸었던 진경이 이야기를 하고, 북악산 하늘길을 걸으며 미영이에 대한 미자씨 그리움은 더해 간다. 함께 걸었던 시간이 더해 갈수록 이렇게 우리들 마음도 깊어만 간다. 14문 종주 축하 기념식(?)에 참석하시겠다는 머핀님의 카톡에 한바탕 웃음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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