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북한산 종주

꿈꾸는 식물 2015. 7. 17. 20:00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온 뒤 처음 맞는 삼목회이다.  힘든 산행 뒤의 북한산 산행은 조금 빡세게 코스를 잡아도 거부감이 그리 크지 않다. 설악의 공룡능선이 고등 수학인 미.적분이라면 북한산 종주는 중등 수학인 인수분해라고나 할까? 성취감과 자신감에 의욕 충만일 때 '북한산 종주'니 '14문 종주'니를 살짝 끼워 진행해야만 한다. 모두들 몸과 마음 가볍게 불광역 9번 출구에 모여 씩씩하게 대호아파트 방향으로 이동한다.

 

   대호 탐방 지원센터 - 수향비 능선 - 비봉 능선 - 사모바위 - 승가봉 - 통천문 - 문수봉(정상 오찬) -

   대남문 - 대성문 - 보국문 - 대동문 - 용암문 - 위문 - 하루재 - 영봉 - 육모정 탐방 지원센터

  트랭글에 따르면 불광역 9번 출구에서 우이동 버스 정류장까지 14.15km

 

  어제 목요일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삼목회를 하루 연기한 것을 후회했는데 오늘은 구름이 멋진 배경으로 다가와 산행하는 동안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공룡능선의 구름이 습기를 머금고 아래부터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몽환적인 것이라면, 북한산의 구름은 하늘 가득 순면과 목화 송이를 잔뜩 펼쳐 놓고 혼수용 이불을 만드는 옛날 우리집 안방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운 것이다. 먼 곳의 태풍으로 어제 불었던 바람이 거대한 환풍기 역할을 한 듯 대기는 투명하고 산뜻하다. 초여름을 지나 한여름으로 향하는 7월 중순답지 않게 더위는 아직 사납지 않고 부드럽고 유순하다. 멀리 가까이 보이는 북한산의 연봉들은 온통 초록빛에 둘러싸여 하이얀 화강암의 웅장함이 무장 해제된 듯 부드럽기만 하다. 모든 것을 떨군 나목의 계절에는 화강암 바위의 위용과 거대함에 마음이 절로 움추러들고 경건해지는데, 여름날 북한산의 연봉들은 마냥 정겹고 다정하다. 지리산 화대 종주할 대는 결코 느껴보지 못하는 고향같은 회귀 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북한산의 연봉을 보고 또 보며 걷고 또 걷는다. 왜 매주마다 북한산만 다니냐는 질문에 그냥 웃을 수밖에 없다. 다니면 다닐 수록 내 영혼을 사로잡는 북한산의 매력을 어떻게 설명하랴?

 

  매주마다 만나지만 늘 끊이지 않는 도반들의 대화가 멀리 가까이 들려온다. 초여름 북한산은 온통 우리 차지여서 들리는 것은 산새들의 지저귐과 우리 일행의 목소리밖에 없다. 하루재를 지나 영봉으로 방향을 돌려 육모정 탐방 지원센터로 내려올 때는 우리들 발자국 소리만 온 산에 가득하다. 영봉에서 바라보는 인수봉은 언제나 애틋하고 마음이 먹먹하다. 리찌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갑게 인수봉을 느낄 수 있는, 인수봉 등반사고로 먼저 보낸 그리운 사람들의 영혼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어서 영봉이라 불린다는 그곳에서 오래오래 인수봉을 바라본다.  오봉과 도봉산의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까지 바라 보이는 커다란 넓적바위에 모두 길게 누워 쏟아지는 햇발과 흐르는 바람에 땀을 말리며 허리를 쭈욱쭈욱 편다. 넓적바위에 길게 누워 우러른  북한산의 하늘빛을 사바 세계에서 가끔은 떠올려보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와 힘이 되는지, 그대는 끝내 알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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