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의상봉에서 향로봉까지

꿈꾸는 식물 2014. 5. 6. 15:50

  5월 1일 목요일이 노동절 공휴일이어서 이번 주 삼목회는 수요일로 변경하였다.

학생들 시험으로 시간표가 조율되어 수요일부터 길고 긴 연휴가 시작된 나 역시 목요일부터 이수회 영광 기행이 있어 수요일이 맞춤하였다.

거기에 산산님께서 오랜만에 얼굴을 보여 주신다기에 우리는 출발부터 엄청 기분이 상승 모드인데 버스까지 그많은 승객들을 지나 우리 앞에 정차하니 기분 최고였다.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만나 704번 버스로 산성 탐방 지원센터로 이동하여 원래 계획대로 의상봉부터 의상능선 거쳐 사이에 점심을 먹고 대남문에서 시간 봐서 하산하여 3시에 불광역에서 산산님을 만날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이에 산산님께서 수리봉에서 올라 오시겠다고 연락을 하셔 결국 향로봉과 수리봉 사이에서 나는 산산님을 만나 다시  향로봉 아래 능선으로 이동 탕춘대능선 따라 각황사로 하산하였고, 머핀님과 미자씨는 향로봉 지킴터에서 탕춘대능선 따라 이동하여 구기동으로 하산하여 불광역에서 만났다.(4월 30일 수요일 6시간 40분 12km)

  지난 4월 2일 비를 핑계로 수향비능선에서 시작하여 대남문에서 추위에 쫒겨 점심도 먹지 못하고 구기분소로 하산한 6시간 11km 치욕이래 처음으로 북한산에 들었다.

우리가 북한산을 비워 두는 동안 하느님께 부지런히 색칠 공부를 하신 듯 온통 산은 초록빛 향연이다.

파르르 연두빛은 이제 조금 자라나 노란빛을 머금은 병아리 연두빛보다 초록을 머금은 연두빛으로 살알짝 진해지고, 성질 급한 이파리들은 녹음을 흉내낸 연두빛으로 갈아타기를 준비하고, 늘 푸르른 소나무들도 물기를 잔뜩 머금은 초록빛으로 갈아 입었다.

어제 내린 비 덕분에 모든 나무들과 이파리들은 반짝반짝 빛나고, 눈에 보이는 북한산 연봉의 바위들은 마악 제대로 목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동생 얼굴처럼 싱그럽고, 그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그래도 살아야만 한다며 그 세월을 살아낸 나무들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정지원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가는지를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남아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찾으리
무수한 가락이 흐르며 만든
노래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을

 

  의상봉에서 시작하여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715봉 거쳐 문수봉을 지나 통천문 지나 승가봉, 사모바위 찍고 비봉으로 산행은 이어진다.

비봉에서 산산님께서 수리봉에서 기다리신다기에 서둘러 앞장 서서 가는 바람에 결국 머핀님과 미자씨와 헤어졌다.

향로봉 지킴터까지 오라는 이야기를 머핀님께서 오해하여 향로봉 한쪽 봉우리에 앉아 있다가 향로봉 지킴터에서 탕춘대능선으로 하산길을 잡으셨다.

결국 불광지킴터로 내려가는 길을 산산님과 처음으로 가로 질러 탕춘대능선에 들어섰는데 또 머핀님과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겨 다른 능선인 줄 알고 각각 하산했는데 우리 예감대로 머핀님네가 우리 조금 앞에 계셨다.

덕분에 나는 탕춘대지킴터에서 성곽이 있는 오른쪽으로 하산하여 각황사로 하산하는 예쁜 숲길을 알게 되었다.

하나 더 수리봉과 향로봉 사이에서 탕춘대 능선으로 질러 가는 아랫길도 알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구기터널을 사이에 두고 약간의 시차로 각각 다르게 하산하여 불광역에서 반갑게 만났다.

지난 추석 즈음 산산님 산방에서 만난지 처음이니 산산님이 반가워 팔짝팔짝 뛰고 또 뛰었다.

십 년 후에 나도 산산님처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며 독립적인 인간이고 싶다.

산산님같은 모습으로 성숙하고 싶다. 

  파르르 연두빛, 노오란 연두빛, 초록빛 담녹색, 신록 사이에 때늦은 분홍빛 진달래와 연분홍 산철쭉, 시야는 확 트여 염초봉 지나 오봉까지 살짝 엿보이는데 마음 가득 슬픔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차오른다.

빗물을 방울방울 물들이는 꽃과 잎에서 생기없는 슬픔의 술을 찬란한 금빛으로 바꾸는 법을 배울 것이라고 어떤 시인은 노래했다.

쓰디쓴 고통만이 담겨 있는 마음의 잔을 찬란한 지혜와 평화 기쁨으로 바꾸는 것이 삶의 연금술이라는데......

 

 

 

 

 

 

 

 

 

 

 

 

 

 

 

 

 

 

 

 

 

 

 

 

 

 

 

 

 

 

 

 

 

 

 

 

   


    

'삼목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안산 자락길에서  (0) 2014.05.20
원효봉에서 영봉으로  (0) 2014.05.14
하늘공원에서 목동으로  (0) 2014.05.06
얼렁뚱땅 삼목회  (0) 2014.04.05
멀고 먼 관악산 종주  (0) 201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