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멀고 먼 관악산 종주

꿈꾸는 식물 2014. 3. 28. 00:43

  지난 2월 어느 금요일(아들이 소집되어 훈련소에 입소한 다음 날)  관악산 종주에 나섰다가 반월암 삼거리에서 안양 유원지로 방향을 잡아 일몰 시간에 걸려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 뒤 주선씨랑 팔봉능선까지 가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떠났다가 과천 향교로 하산한 소박한 관악산 걷기에 대한 기억도 있다.

어제 나름대로 지도도 보고 다른 블로거들의 글도 읽어 보며 준비를 하고 떠났는데 여전히 미완의 관악산으로 남아 있다.

그래도 삼막사를 찍고 삼막사 위 국기봉을 다녀 왔고, 어떤 불친절한 산꾼으로 인해 삼성산 바로 아래를 스쳐 갔으니 지난 첫번째 시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위로를 하며 내 마음을 다독다독 해본다.

결국 8시간 동안 15km를 걸어 3756칼로리를 쓰는 쾌거(?)를 이루었다. (3월 27일 목요일)

  호암산에서 석수역까지 이어지는 석수능선이 2시간 정도는 걸릴 듯싶어, 사당역에서 과감하게 관음사를 버리고 까치산 생태 육교까지 걸어 관악산 둘레길로 관악산에 들어 초반부에 1시간 정도 시간을 절약했다.

때이른 더위 때문인지 아니면 덕분인지 늘 늦게 피어나는 관악산 진달래가 봄빛에  제법 연분홍빛을 자랑하고, 관음사 방향의 국기봉은 늘 처음처럼 충격으로 다가온다.

땀을 제대로 흘려 보려고 속도를 엄청 냈다가 한바탕 쉬어 주고, 또 한바탕 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걸었다가 도반 여러분을 기다리며 땀을 말리고, 까마귀 소리 한번 듣고 하늘 한번 쳐다 보고, 점점 다가오는 연주대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 짓고...... 

사당 능선으로 연주대에 접근하는 길은 부드러운 각도로 조금씩 날개짓을 하면서 높아지는데, 지난 쌍알 꽈배기 종주 때 처음으로 중도 하차한 이래 머핀님이 몸을 추스리지 못하고 힘들어 하신다.

생각해 보면 지난 한 달 동안 광명으로 거처를 잠깐 옮겼다가 다시 돌아 오시고, 여러 가지로 일이 꼬이는 바람에 아파트 리모델링이 아직도 마무리를 하지 못해 날마다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고 더불어 AS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맏딸이기에 여러 가지 친정 대소사를 챙겨야 하고, 사이사이 가게에 나가 샌드위치도 만들어야 하고, 주변에 여러 친구를 챙기고, 남산에 시각 장애인 도우미로 나가시고......

힘드신 것은 충분히 이해하는데 연주대 조금 지나 KBS 송신탑에서 약 4km 정도 걸었는데 하산하시겠다는 것은 단언컨대 심한 발언이다.

무너미고개에서 서울대 방향으로 잡아 호수공원으로 하산하자며 타협안을 내놓고 팔봉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팔봉능선은 지난 번보다 낯설지 않아 바위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며 경탄에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북한산의 의상능선에 지지 않는 봉우리와 바위에 눈을 주며, 지나온 연주대를 정답게 바라보고 걸어야만 하는 삼성산과 호암산을 경이로움으로 바라본다.

팔봉 능선의 4봉 정도 지나 왕관 바위로 살짝 헤매다가 진입했는데 그 많던 산꾼들이 우리가 점심 먹으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을 때 다들 통과해 버렸는지 지난 번 우리처럼 계속 팔봉능선을 향하여 직진하는 물색 모르는 젊은이들 밖에는 아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왕관바위에서 사진 찍으며 누군가 지나가면 따라 가려고 하는데  멀리 가까이 산꾼들의 소리만 들릴 뿐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개구멍 바위라고 짐작되는 바위를 지나 확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희미하다고도 할 수 없는 탐방로를 잡아 무너미고개 방면으로 하산, 어렵게 제대로 된 탐방로를 만나 무너미 고개를 만난다.

거기에서 바로 왼쪽으로 삼성산을 갔으면 좋았는데 제대로 된 길을 가자며 300m 정도 서울대 방향으로 하산하여 다시 삼성산을 향하여 오른다.

거북바위에서 어떤 산꾼에게 삼성산을 묻자 엄청 거만한 표정으로 삼막사를 거쳐서 삼성산으로 가란다.

안양유원지 표시 위에 써진 삼막사를 보고 반월암 거쳐 삼막사에 도착, 어떤 산꾼의 잘못 왔다는 말을 무시하고 다른 산꾼의 도움으로 삼막사 위 국기봉에 오르고 보니, 아까 거북바위에서 아래가 아닌 거북바위 반대편 능선으로 계속 진행했으면 거대한 송신탑이 있는 삼성산 정상을 지나 이 국기봉에 도착 했으리라 짐작한다.

결국 다시 삼막사로 하산하여 알려 주신 대로 포장 도로를 따라 아래로 아래로 진행하여 경인교대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포장된 도로가 아닌 등산로도 있는데 또 허방에 한번 빠지고 산행을 마무리한다.

  관악산은 많아도 지나치게 많은 샛길이 있고 표지판은 없어도 지나치게 인색하고 많아도 지나치게 많은 동네 나름 고수 산님들이 있어 우리같이 리더 없는 자생적 산꾼은 언제나 헤매고 길을 잃어 난감한 처지에 빠진다.

북한산 역시 샛길이 많다고 하나 국립공원답게 샛길로 빠지지 않도록 관리가 잘 되어 있고 표지판도 필요한 곳에 늘 있다. 

공휴일에 다른 산꾼을 따라 미친 척하고 졸레졸레 따라 가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듯 느껴진다.     

그래도 무너미고개까지 탐방로와 삼성산 거북바위까지 알았으니 조금은 성과가 있었다고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 본다.

관악산은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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