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얼렁뚱땅 삼목회

꿈꾸는 식물 2014. 4. 5. 08:45

  카톡 그룹방에 삼목회 공지를 오전에 올렸는데도 하루 종일 소식이 없다.

급기야 오후에 수업하며 ' 내일 안 가세요?;라는 댓글까지 달아아먄 했다.

미자씨는 일요일에 시작한 제주 여행에서 화요일 돌아오셔서, 수요일 오전에는 샌드위치 만들고 오후에는 세무서와 법원으로 다니시느라 바쁘셨단다.

머핀님은 월요일에 엄마네 파출부 가시고, 화요일에 남산 봉사 가시고, 수요일에는 샌드위치 만들고 머리 염색과 커트하시고, 김치까지 담그셨단다.

목요일 12시부터 내린다는 60%짜리 비예보가 오후 3시 60% 예보로 미뤄지기에 가볍게 우산과 우비도 없이 맨몸으로 불광역을 향하여 나갔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불광역 9번출구 아래에서 길벗들을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손에는 살짝 젖은 우산이 모두 들려 있었다.

시작부터 내리기 시작한 빨리 도착한 비와 심지어 반팔에 여름 바람막이로 가볍게 입은 불량 복장으로 뼛속까지 밀려오는 추위 앞에 속수무책 떨다가 점심도 먹지 못하고 천하의 삼목회가 6시간만에 추잡스럽게 11km를 걷고 하산하였다.(4월 3일 목요일)

  불광역에서 수향비 능선으로 갈 때부터 모두 비옷을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걷는다.

북한산에 나름 열심히 다녔는데 온통 진달래로 연분홍 잔치가 펼쳐진 수향비 모습은 처음이다.

진분홍과 연분홍 꽃 송이 송이, 활짝 피어 있는 진달래와 곧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개화 직전의 진달래와 세월아 네월아 여유를 부리며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붉은 기색이 전혀 없이 연두빛인 진달래가 모두 각기 따로따로 그 자리에 있었다.

커다란 바위와 바위 사이 틈에 어렵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 여리디 여린 연분홍을 자랑하는 작으나 강한 진달래는 그 바위 틈에 어렵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푸르른 솔과 조화롭다.

지난한 겨울을 이겨 견뎌낸 소나무의 진중한 푸르른 녹색과 이제 막 봄빛을 받으며 꽃처럼 피어난 낙엽수의 파르르 떨리는 연두빛이 연두빛, 초록빛, 옥빛 녹색, 푸르른 녹색으로 푸르름과 초록빛의 다양함을 자랑한다.

제주 기행을 위하여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 끝에 가벼워진 머핀님과 제주 여행과 파란만장한(?) 일상으로 살짝 지친 미자씨가 나란히 가뿐 숨을 몰아쉬며 '바운스 바운스', '빠담빠담' 올라 오신다.

승가봉과 나한봉을 지나 비 내리는 문수봉은 청수동암문으로 오랜만에 우회를 한다.

청수동암문 우회길에는 커다란 너럭바위 아래 비를 그으며 컵라면을 드시는 산님이 계시고, 4월의 겨울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저홀로 당당한 문수봉이 의젓하고 담대한데, 하얀 일회용 비옷을 입고 가벼운 봄옷을 입은 나는 길벗들을 학수고대하다 기다림과 추위에 지쳐 추잡스럽게 이를 두들겨 떨고 있다.

결국 대남문에서 점심을 펼쳐 놓았다가 여기저기 바람을 피해 옮겨다니다 전격적으로 하산을 결정하여 구기분소로 길을 잡으니 12시 40분이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배는 고프고 점심 먹기는 난감하고 비에 젖은 얇은 옷은 추위를 부르고 이미 푹 젖어버린 장갑으로 손은 빨갛게 얼어 오고. 급기야 참을성 강한 미자씨마저 무릎이 아프다시니 총체적 난국 앞에 '뭐야, 뭐야' 하면서도 하산길을 재촉할 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제 산행을 시작한 몇몇 여자 분들은 반바지에 썬그라스에 우산까지 쓰고 유유자적 구기동에서 대남문을 향하여 오르고 계신다.

눈에 아프게 들어오는 파르르 떨리는 연두와 새침한 분홍빛에 눈을 주며 한참 내려와서 비봉과 대남문이 갈라지는 만남의 광장 갈림길에서 점심을 먹었다.

봄날의 추위는 제풀에 주춤하고 우리는 갑자기 의기투합하여 하산 완료하여 매식을 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만남의 광장 식탁에서 만찬을 시작한다.

물론 수다삼매경이 한 시간 정도 이어졌지만 3시 조금 지난 시간에 불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 얼렁뚱당 허허실실 삼목회를 마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은 야구에만 적용 되는 것은 아니다.

겨울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보온 밥통을 버리고 보온병에 냉커피를 넣고, 가벼운 봄옷으로 이제 계절은 여름이 대세라고 북한산에 오른 우리는 얼마나 철부지인가?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님을!

20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날씨로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피어난 가려린 봄꽃들이 이 뜻밖의 추위를 어떻게 감당해 낼까 마음이 애잔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한 빛으로 피어난 어린 진달래가 그 여릿여릿 연분홍으로 4월의 심술 추위를 어떻게 견뎌낼까 내 마음이 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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