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도봉산 종주

꿈꾸는 식물 2014. 3. 21. 19:29

   머핀님은 아파트 리모델링 뒷처리로 오늘 삼목회는 결석이고, 미자씨는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복잡다난한데 이런 때일수록 걷자는 꾀임에 빠져 도봉산 종주에 나선다.

날은 춘분을 바로 앞에 둔 춘삼월답게 포근하다 못하여 초여름 날씨처럼 땀이 흐른다.

도봉산 종주 들목인 한일교 옆 대한산장은 우이령 완전 초입인데 육모정 지원센터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왕복 1km를 다시 되돌아 거의 원점까지 회귀하는 불상사로 시작한다.

수유역 3번 출구에서 9시에 미자씨를 만나 153번 버스로 도선사 입구로 이동하여 종주 끝내고 의정부 안골계곡에서 버스로 의정부역으로 이동하여 4시 15분 인천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6시간 30분 동안 약 16km(15.50km)를 걸었다.(3월 20일 목요일)

 

  우이동 진입 - 원통사 - 우이암 - 신선대 - y계곡 - 포대능선 - 사패산 - 안골계곡

 

  회룡역에서 시작하여 우이암으로 내려오는 도봉산 탐방로를 삼목회에서 두 번 걸어본 적이 있었는데, 한번은 낯선 동네 산꾼의 농간에 놀아나 방학동으로 하산했고, 다른 한번은 우이암으로 내려 오려고 지나치게 멀리 잡아 산장 뒤편으로 내려오는 헤프닝을 연출했다.

한일교 옆 대한산장 뒤편으로 원통사 우이암으로 향하는 길은 부드러운 때로는 날카로운 숲길이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미자씨는 초여름 날씨를 이야기하고 원통사 찍으며 길은 커다란 바위 사이를 끼고 도는 날카롭고 사나운 길로 이어진다.

회룡에서 우리가 탐방했을 때 길을 놓친 지점을 찾아내며 '유레카'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우이암 전망대를 지나 자운봉으로 향하는 길에서 싸락싸락 싸락눈을 만나, 물기 없는 봄날의 눈을 마구 털어가며 나간다.

신선대와 자운봉을 눈으로 더듬으며 이제 눈이 완전 그친 듯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며 y 능선으로 접어든다.

미자씨는 한번은 보수중이어서 우회했고 한번은 y능선을 통과한 경험이 있어 '아자아자'를 외치며 y능선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갑자기 쏟아지는 눈, 또 눈, 그리고 눈.

장갑을 두 개 낀 내 손도 자일을 잡고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바람에 촉촉하게 젖어든다.

미자씨는 얇은 장갑 한 컬레에 나보다 상대적으로 오래 y능선에 머무르며 자일 잡고 몸부림 쳐서 손이 빨갛게 얼었다.

내 장갑 얇은 것을 하나 벗어 주고 포대능선을 가볍게 넘는다.

이제 눈은 펑펑펑 함박눈이다.

춘분을 하루 앞둔 오늘 도봉산에서 만나는 눈은 단언컨대 서설이다.

포대능선 지나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과 신선대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다.

사패산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길을 따라 회룡계곡 밤골 계곡 안골계곡 하산길을 바라보며 사패산으로 향한다.

구름이 몰려오는 사패산에서 도봉산과 북한산의 연봉을 바라본다.

그리고 뒤로 돌아 안골계곡으로 하산한다.

안골계곡 하산길을 우리는 빛의 속도로 뛰어 내려온다.

북한산 둘레길 산너미길과 안골길의 분기점을 지나 버스 정류장이다.

   길고 긴 길은 아니었지만 변화무쌍한 날씨 덕분에 하루가 길다.

초여름 날씨에 싸리눈에 함박눈, 그리고 이슬 이슬 아슬비까지.

뜻밖의 눈 때문에 당황했지만 뜻밖의 눈 덕분에 마음이 따스하고 위로가 된다.

도봉산 종주길에서 만난 이 3월의 서설을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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