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백련산에서 안산까지

꿈꾸는 식물 2014. 4. 1. 13:07

   일요일 저녁 연세대에서 펼쳐지는 혜은이 콘서트를 함께 가자는 큰언니의 반가운 연락이 왔다.

오전에는 각각 집안일을 해치우고 1시 정도 만나 가볍게 걷고 연세대로 직행하기로 동선을 짰다.

홍제역 4번 출구에서 1시에 만나 백련산을 걷고 이어서 안산 자락길 따라 봉수대 찍고 내려와서 모악정에서 연세대로 향하기로 계획하였다.

홍제역에서 시작하여 연세대 대강당까지 4시간 10분 동안 12km를 걸었다.(3월 30일 일요일) 

  1차 서해안 걷기에서 같이 걸었던 큰언니는 한 달 사이에 더욱 더 활발하고 씩씩해지셔서 걷기 달인의 포스를 풍기신다.

홍제천을 따라  탕춘대성문까지 걷기도 하셨고, 안산에서 인왕산까지 능선 아랫길을 따라 걸으셨고,  연세대에서 안산으로 오르는 길도 걸으셨다며 엄청난 내공 내지는 저력을 뿜어 보이신다.

홍은사거리까지 걸어 횡단보도 건너 백련산으로 진입하여 부드러운 흙산인 백련산을 우리들도 부드럽게 흐르며 샤방샤방 걷는다.

여기저기 연분홍 진달래가 피어나고 가까이 보이는 안산은 벚꽃으로 온통 분홍빛으로 방방 떠있다.

바람은 가볍고 온유하며 봄날의 햇발은 달콤하며 향기롭고 큰언니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진솔하다.

백련산 정상의 정자인 은평정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 시내는 고요하기만 하다.

백련산에서 하산하여 개나리가 지천으로 만개한 홍제천을 따라 몸과 마음까지 노란빛에 젖으며 잠깐 걷다가 안산 자락길로 접어든다.

봄발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홍제천 천변은 개나리 반 사람 반으로 옆 사람과 손에 손 잡고 앞 사람과 나란히 나란히 걸어야만 했다.

물레방아가 있는 안산 자락길로 접어들어 안산을 오른다.

언젠가 한강에서 홍제천을 따라 올라 탕춘대 능선까지, 아니면 불광에서 시작하여 수리봉과 향로봉 지나 탕춘대능선으로 하산하여 홍제천 따라 한강까지 걸어보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아직도 걸어야만 되는 길이 남아 있다는 것이 아직도 내가 살아야만 될 이유라고 한다면 어지이고 괘변일까?

안산은 무장애길답게 유모차 부대가 대거 등장이다.

전에 백련산, 안산,  선바위, 인왕산 이어 걷기를 할 때 우리는 왼쪽으로 걸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걸어 탐방 지원 센터 근처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하이냥 분홍빛의 벚꽃을 감상한다.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 안산 방죽을 거쳐 과감하게 자락길을 버리고 봉수대까지 올랐다.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인왕산 기슭은 온통 노오란 개나리 세상인데, 손에 잡힐듯 가깝게 다가온 북한산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린다면 착각이고 이또한 망상이리라.

수리봉과 향로봉, 인왕으로 이어지는 탕춘대 능선, 그리고 우뚝 솟은 만경봉이늘 그렇듯이 마음에 닿는다.

바로 모악정으로 내려가면 시간이 남을 듯하여 아까 올라온 길을 되짚어 하산하여 다시 안산 자락길을 따라 안산을 휘감아 돌며 모악정으로 향한다.

잎만 아름다워도 꽃 대접을 받는다더니 이름을 잘 모르는 어떤 나무가 저 홀로 연두빛 잎을 무성하게 매달고 봄날 오후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안산 자락길에는 많은 정자와 약수터가 곳곳에 있어 시민의 휴식 공간 역할을 확실히 해내고 있었다.

지난 여름 삼목회 때 우리는 봉수대에서 바로 서대문구 의회로 하산길을 잡았다가 엄청 헤매고 또 헤맸는데 자락길까지 다시 내려와서 서대문의회 표지를 따라 하산하면 바로 선바위로 이어지는 인왕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생각은 이렇게 쉬운데 길치이고 방향치인 나는 늘 헤매기 달인이지만 인내심 역시 달인의 경지이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모악정까지 이어지는 안산 자락길을 따라 안산 능선을 부드럽게 한 바퀴 돌아 연세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큰길을 따라 걸으면 초록빛 펜스에 있는 철문을 만나  연세대 캠퍼스로 들어간다.

연세대 교정은 봄날의 절정이다.

인생의 봄날을 누리는 젊은 학생들, 교정 곳곳에 지천으로 피어 만개한 하이얀 목련, 그리고 하이얀 창백한 꽃분홍 벚꽃까지.

연세대 대강당에서 티켓을 교환하고 커피와 과일, 그리고 인절미를 마시고 먹으며 콘서트를 기다린다.

일부러 나를 위해 딸기잼을 해오신 큰언니의 마음만큼 아름다운 봄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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