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행 가기 전에 걸었던 1구간에 이어 양평 물소리길 2구간 걷기에 나선다.
장정애님과 왕십리역에서 8시 54분에 떠나는 용문행 열차에서 접선하여 파르르 연두빛으로 변하는 창밖 풍경에 마음을 뺏기며 이야기를 나눈다.
국수역에 도착하여 물소리길 표지를 찾고 있는 도중 국수역 역사를 디카에 담고 있는 황안나샘과 우연히 마주 했다.
재작년인가 기억도 희미한 어느 날 도봉산 둘레길을 함게 걸었던 이후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샘을 이렇게 우연히 만났다.
선생님 말씀처럼 그리움이 임계점에 이르렀기에 이렇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주어진 것일까?
동생 분들과 청계산, 부용산 산행에 오셨다는 선생님과 뜨거운 포웅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자그마한 체격의 선생님을 안았을 때 그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니 꿈은 아닌데 꿈길처럼 선생님은 신원역 방향으로 나는 양평역 방향으로 따로 각각 떠났다.
국수역에서 양평역까지 이어지는 물소리길 2구간을 양평 5일장 구경까지 6시간 동안 20km를 걸었다. (4월 18일 금요일)
1구간에 비해 지명도는 물론 호감도가 떨어지는 2구간이어 큰 기대없이 떠났는데 뜻밖에도 아름다운 마을길을 여러 번 포함하며 길이 흐르고 있어 잔잔한 감동과 긴 여운으로 다가온다.
1구간이 부용산과 청계산 숲길을 안고 있고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면 2구간은 나지막한 동네 뒷산 아래 자리 잡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길을 걸으며 전원 주택의 삶을 살짝 엿보며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진결 고개길과 상곡재 같은 몇 개의 고개길을 지나며 파르르 떨리는 연두빛에 마음을 맡기고, 심충겸 선생묘와 양근향교를 찍고, 양근성지의 경건한 고즈넉함을 느끼며, 들꽃 수목원 뒷길 강변을 걷는 호사를 마음껏 누렸다.
사이사이 옛철도길을 걸으며 멀리 강 건너 연두빛에 눈을 주기도 하고, 옛날 우리땅 공샘과 함께 걸었던 양평 볼랫길과 함께 걷기도 하고, 부분 부분 남한강 자전거도로 강변길을 걸으며 강바람에 몸과 마음을 맡겨 본다.
나지막한 산과 밭갈이를 마악 끝낸 들판에는 온통 연두빛 향연이 벌어지고, 집집마다 명자꽃은 붉은 마음을 내보이고, 꽃분홍 복사꽃은 하늘하늘 에메랄드빛 하늘 향하여 도화살 내음을 피워낸다.
크고 작은 각자 나름대로 빛깔과 향기를 지닌 집들은 이름을 잘 알지 못하여 불러 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만큼 아름다운 꽃대궐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달콤한 꽃내음, 상큼한 연두빛 내음, 부드러운 바람, 온유한 바람, 에메랄드빛 하늘, 투명한 하늘, 파아란 물빛, 초록빛 물빛.
아름다운 그 길의 끝에는 양평 5일장이 기다리고 있다.
그 치열한 일상에서 뜨거운 삶의 의지와 담대한 삶의 여유를 떠오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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