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팔당에서 양수까지

꿈꾸는 식물 2014. 4. 1. 11:45

  길고 긴 동면(?)에서 깨어나신 지인의 반가운 연락에 한강 따라 다산길을 함께 걷기로 급하게 약속을 했다.

지난 해 강변역에서 만나 잠실철교에서 시작하여 올림픽대교, 천호대교, 광진교, 강동대교, 미사대교, 팔당대교  거쳐 팔당역에서 돌아왔던 바로 그 뒤를 이어 한강을 따라 걸을 수 있을 만큼 걷기로 작정하고 왕십리에서 8시 54분에 출발하는 중앙선을 타서 9시 42분에 걷기 시작하여 5시간 30분 동안 18km를 걸었다.(3월 28일 금요일)

  팔당역에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한강으로 진입하여 한강 따라 걷다가 조개울에서 다시 철길로 나와 봉원터널 지나 천주교 공원 묘지 지나 연꽃마을에서 다산길로 방향 돌렸다가 능내역으로 나왔다.

능내역에서 철길 따라 걷다가 기와집 두부에서 점심을 먹고 운길산역 지나 북한강 철교 통과하여 양평 물레길로 내려서 걸어 두물머리 가볍게 돌아나와 양수역까지 걸어 3시 11분 중앙선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반 년만에 만난 지인은 몰라보게 몸이 가벼워져 턱선이 살아나면서 얼굴이 조막만하게 작아졌다.

다른 사람들 시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잘 먹고 잘 마시며 즐겁게 살았는데 고지혈증과 당뇨,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경계인 수준이어 그냥 방치하면 곧 약을 먹어야만 하는 심각한 상황이시란다.

결국 그렇게 즐기는 맥주 끊고, 공부방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누렸던 스넥과 비스켓 끊고, 공부방까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3시간 남짓 걷고, 동면 중에도 몇 시간씩  영등포 근처 쇼핑몰 몇 개를 걸어 주셨단다.

괄목상대할 만한 그 변화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과 경탄을 표할 수밖에.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여 요요 현상도 없고 얼굴만 살이 빠져 주름 가득한 불상사도 없이 턱선이 생기며 이목구비 윤곽이 뚜렷하여 경하 드린다며 한바탕 웃었다.

하지만 맥사모 한 사람이 탈퇴하여 회원이 감소하는 것은 슬픈(?) 일임은 분명하다.

  5월 날씨라는 일기 예보답게 바람은 살랑살랑 불지만 쏟아지는 햇볕은 봄날의 부드러움은 이미 사라지고 조금은 예리하고 날카롭게 푸르른 강물 위에 브서진다.

늑장을 부리다가 2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갑자기 아무런 준비도 없이 깨어난 봄꽃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보랏빛 제비꽃, 노오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꽃, 노르스름한 산수유에게 "당황하셨어요? 저도 당황했어요."라며 말을 건낸다.

철길 옆 운길산 자락에 핀 어린 진달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표정이어서 바라보는 내가 다 애처롭다.

부랴부랴 피어나는 봄꽃들도 당황하고, 옷장 가득 겨울옷을 늘어놓은 게으른 나도 당황하고, 어떤 벚나무는 당황하여 하이얀 벚꽃과 연두빛 잎이 함께 피어난다.

모든 것이 때가 있고 순서가 있는데, 계절의 수레 바퀴가 빠르게 돌아 스쳐가니 짧은 봄날이 더욱 더 짧기만 하다.

유난히 짧은 서울의 봄날, 나름대로 꽃달력을 만들어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조팝나무까지 알뜰하게 누렸는데 아마 올해는 꽃구경을 접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언젠가 갑자기 날이 따뚯해지는 바람에 목련과 벚꽃과 조팝나무가 한꺼번에 인해전술하듯 모두 "우, 우" 피었다가 하룻밤 비에 갑자기 떨어져 천지에 꽃이 모두 사라졌던 아픈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그해보다 더 빠르다.

고온 현상이 조금 해소되면 망우산 산벚꽃과 조팝나무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기대하고 계획하고 꿈꾸는 것은 모두 내 몫이니까......

  다음 금요일에 양평 물소리길을 다시 함께 걷기로 약속했다.

길은 길로 이어져 끝없이 나아가고, 강은 다른 강으로 이어져 흐르고, 산은 다른 봉우리 봉우리로 이어져 펼쳐지고,  만남은 다른 만남으로 인연을 만들어 가는데,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을 존중하며 지켜 나가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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