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쌍알 꽈배기 종주(3)

꿈꾸는 식물 2014. 3. 9. 20:40

  드디어 쌍알 꽈배기 종주 마지막 날 세번째 구간이다.

원효능선에서 시작하여 북한산 주능선 거쳐 수향비 맛보고 탕춘대 능선으로 하산하는 구간이다.

지난 10월 미자씨와 원효봉에서 출발하여 탕춘대문(홍지문) 지나 유원하나 아파트를 찾지 못하여 무식하게(?) 창의문까지 대로를 걸었던 아픈 기억이 있는 구간이다.

(2013년 10월 11일 목요일, 7시간 41분 18.07km)

다시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지난 번에 북한산 둘레길 걸으면서 미자씨와 극동아파트 방향으로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내려온 경험이 있어 오늘은 쉽게 해내리라 생각했다.

9시에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만나 704번 버스로 산성입구까지 이동, 9시 20분에 걷기를 시작하여 5시 55분 홍지문 근처 상명여대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드디어 쌍알 꽈배기 종주를 완성했다.(3월 7일 금요일, 8시간 35분 18.6km)

 

  수문 - 시구문(서암문) - 북문 - 위문(백운대암문) - 용암문 - 대동문 - 보국문 - 대성문 - 대남문 - 탕춘대암문 - 탕춘대성문(홍지문)

  원효봉 - 문수봉 - 나한봉 - 승가봉 - 사모바위 - 비봉 - 향로봉 - 탕춘대능선

 

이번에는 지난 주에 걸었던 대성문과 대남문을 지나 문수봉까지 구간을 살짝 작은 꽈배기로 걸었다.

  아들이 돌아와서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 나는 또 다른 미세 먼지로 마음이 살짝 복잡하여 산성 입구에서 수문 지나 덕암사 거쳐 시구문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에서 엄청 시끄러운 소리로 투덜 투덜 난리를 했다.

원효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길에서도 지치지 않고 흥분하여 격정(?)에 찬 분노를 계속 내뿜으며 걷다가 문득 갑자기 모든 것이 우스워지고 모든 것이 부질 없어지며 모든 것이 부끄러워진다.

이제 그만 입을 다물자며 마음을 다 잡고 앞장 서서 걷기 시작한다.

나이 어린 머핀님과 미자씨에게 나이값도 못한 것같아 새삼 얼굴이 화끈거린다.

원효봉에서 바라보는 염초봉은 갈 수 없는 곳이기에 늘 내 마음을 사로 잡고, 오르고 싶은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하여 백운대로 이어지는 쇠줄까지 뚜렷하게 보이는 염초봉을 오래 오래 바라본다.

북한산성 대문 가운데 지붕이 없어 더 마음에 닿는 북문을 바라보며 다시 길은 아래로 내려가고, 또 다시 백운대를 향하여 오르기 시작하며  길벗들의 모습은 점점 멀어진다.

기다리다가 혼자 위문을 찍고 바람 부는 백운대를 눈으로 올라 보다가 다시 대동문을 향한 길을 가기 위하여 계단을 내려 온다.

위문에서 용암문까지 상습 결빙 구간도 이제는 아이젠 없이 건널 수 있으니 겨울도 이제는 확실히 끝인가 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결코 아니라지만......

성곽 아래로 걷는 흙길은 부드럽게 흐르면서 이어지고 대동문 못 미쳐 북한산 대피소 부근에서 점심을 나눈다.

대성문에서 대남문 지나 문수봉까지는 지난 주 미자씨와 걸었던 구간이다.

다시 한번 꽈배기를 하고 이번에는 의상능선이 아닌 북한산 주능선 사모바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문수봉에서 바라보는  앞쪽의 사모바위, 오른쪽의 의상능선, 왼쪽의 보현봉과 형제봉, 나지막히 보이는 남산타워, 그리고 오늘은 북악산의 서울성곽까지 눈에 들어온다.

자력갱생으로 문수봉 하산하여 나한봉과 승가봉을 빛의 속도로 지나, 늘 저자거리처럼 복작대던 오늘은 적요로움이 감도는 사모바위 지나 비봉을 거쳐 나간다.

새조개와 쭈꾸미를 인천 어시장에서 사온다는 주선씨 전화에 마음은 바쁜데, 길은 막바지에 이르러 길벗들의 걸음은 자꾸 느려진다.

향로봉 못 미쳐 우리가 매번 길을 놓쳤던 지점을 오늘도 스쳐갈 뻔 했는데 눈썰미 예리한 머핀님이 찾아내어 오늘은 원하던 원래 길인 향로봉 지킴터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머핀님의 직관은 본인은 동물적인 육감이라 겸손해 하지만 천부적인 천재성이 반짝인다.

훌륭하고 부러운 재능이다.

우리가 미리 왼쪽으로 하산했던 길과 조금 내려가니 곧 만나면서 탕춘대 능선으로 이어진다.

무엇이든지 알면 별 것이 아닌데 알지 못하기 때문에 늘 허둥대고 낯설어하며 시행 착오를 거듭한다.

그 시행 착오가 만들어내는 찰나적인 우연이 우리네 삶을 날실과 씨실로 엮어 엮으며 우리를 다른 곳으로 이끈다.

그럼에도 우연이 싫고 즉흥적인 것이 싫어 늘 이끌려 가지 않으려고 거부하고 저항하는 나는 무엇인가?

탕춘대암문을 지나며 길은 부드럽고 온유하고 너그럽고 아름다운 숲길로 이어지는데 시간에 좇기는 내 마음은 여유가 없다.

이 아름다운 길을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며 길벗들의 나지막한 웃음과 함께 걷고 싶은 소망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첫번째는 지나치게 왼쪽으로 치우쳐 상명여대 캠퍼스가 나와 대학 구내를 통과하여 오른쪽으로 이동해야만 했기에, 두번째는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치우쳐 극동아파트가 나와 대로에서 포방터시장 거쳐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와야만 했기에, 오늘은 정확하게 탕춘대 성곽에 제일 가까운 가운데를 선택했다.

길은 부드럽게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데 거의 끝점에 와서 두 갈래 길이 있어 오른쪽을 선택하여 내려오니 바로 유원하나 아파트 앞이다.

우리가 처음 유원하나 아파트에서 시작했으니 완전 회귀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탕춘대문이라 부르는 홍지문을 약 1km 지난 지점이어서 다시 홍제천을 따라 상명여대 방향으로 이동하여 옥천교 지나 드디어 홍지문에 도착하였다.

결과적으로 지난 10월 걸었을 때 못 보았던 홍지문에서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성곽과 횡단 도로를 건너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성곽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에 또 다시 시도한다면 아까 북한산 탕춘대 능선의 마지막 끝점에서 왼쪽을 선택하면 바로 홍지문으로 내려오고 길을 건너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을 따라 부암동 방향에서 기차바위 지나 서울성곽으로 진입할 수 있으리라.

  지난 3주 동안 이어졌던 쌍알 꽈배기 종주가 이렇게 끝났다.

우리 체력으로는 두번은 힘겹고 세번은 계획을 잘 세우면 처음보다 더 가볍게 할 수 있으리라.

무엇이든지 처음이 낯설어 어렵고 힘든 법이니까.

상명여대 앞에서 시청역까지 흔들리는 만원 퇴근 버스에서도 마음은 반짝반짝 행복하다.

 

  첫째날 : 2월 20일 목요일, 7시간 3분 20.99km

  둘째날 : 2월 27일 목요일, 8시간 41분 21.18km

  셋째날 : 3월 7일 금요일, 8시간 35분 18.6km

24시간 19분 60.7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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