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씨 엄지 발가락 상태가 썩 개운하지 않아서 산행 대신 쌍알 꽈배기 종주 구간 가운데 첫번째 구간을 걷기로 했다.
쌍알 꽈배기 종주는 서울 외산인 북한산과 서울 내산인 인왕산과 북악산을 연결한 이어 걷기를 말한다.
어떤 불로거님이 알려 주신 종주인데 그분은 능력자여서 두 번으로 끊으신 듯한데, 우리는 세 번으로 끊어 보기로 하였다.
첫번째 : 홍제 유원하나아파트에서 인왕산 올라 창의문으로 방향 잡아 북악산 - 낙산 - 남산 지나 남대문 거쳐 서소문터까지(2월 20일 목요일, 7시간 21km)
두번째 : 서소문터에서 시작, 인왕산 - 북악산 - 북한산. 형제봉에서 북한산 주능선 찍고 의상능선으로 하산
세번째 :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서 원효능선 거쳐 북한산 주능선 지나 수향비 능선에서 탕춘대 능선으로 하산하여 유원하나아파트까지
원래 계획은 오늘부터 세번째를 선두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미자씨 엄지 발가락 상태가 영 아니어서 홍제역 1번 출구에서 만나 8번 마을버스를 타고 들목인 유원하나아파트로 이동하여 지난 주 미자씨랑 발견했던 길을 따라 인왕산에 올랐다.
인왕산 - 북악산 - 낙산 - 남산
창의문 - 숙정문 - 혜화문 - 동대문 - 광희문 - 남대문 - 서소문터
서울 성곽 인왕산 구간의 밖인 백사실 계곡을 통하여 기차바위 거쳐 성곽 안으로 들어와 창의문을 향하여 가볍게 전진하여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지나 창의문으로 들어 간 시간은 10시 20분이었다.
10시부터 북악산 탐방이 가능해서 한 시간 정도면 창의문에 도착하려니 했는데 시간이 20분이나 지나 있었다.
성곽을 완전히 돌아 다시 창의문에 3시 이전에 오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서울 성곽을 종주할 때도 늘 인왕을 향하여 내려왔기 때문에 북악을 향한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에 자꾸만 뒤로 쳐지며 눈이 마주 치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내게 위로(?)와 변명(?)을 건낸다.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오는 북한산의 연봉을 바라보며 숙정문 지나 혜화문을 제대로 올라가 본고, 한성대 입구 전철역을 거쳐 낙산으로 들어선다.
서울 성곽 구간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단언하는 낙산 구간은 반대로 걸으니 그 아름다움을 체감하기 어렵다.
북한산을 배경으로 낙산에서 북악으로 향할 때 보여 주는 S라인의 성곽을 느낄 수 없어 아쉬었다.
동대문을 거쳐 얼마 전에 개방한 광희문을 찍고 신라호텔 뒤쪽 성곽을 걷는데 배에서 꼬르륵 꼬르륵 합창 소리가 요란하다.
저자 거리에서 밥판을 벌릴 수 없어 여기까지 왔으니 시간은 1시 40분, 결국 버티고개에서 남산으로 건너는 도심 등산로 근처 반얀 트리 클럽 앤 서울 스파 뒤쪽 전망대에서 한남대교를 바라보며 한정식으로 한상 펼쳐 놓고 40분 정도 오찬을 즐겼다.
점심 후에도 춥지 않아 느긋하게 걷는 것을 보니 이제 봄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분명하다.
남산 타워 광장에는 사물놀이패가 무술 시범의 흥을 돋우고 갈 길이 멀기만 한 우리는 남산을 내려 와서 남대문을 지나 서소문으로 향한다.
중앙일보 주차장에 있다는 서소문터를 찾아 헤매다가 중앙일보 옥외 주차장 벽에서 서소문터 표지석을 발견하는 쾌거씩이나 올렸다.
시간은 4시 20분 계속 걸어도 인왕에 닿기는 무리일 듯 싶어 의견을 묻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여기까지'란다.
7시간 동안 21km를 쉬임없이 걸었으니 힘도 들었으리라.
다음 주에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만나 인왕산 거쳐 북악 찍고 숙정문까지 꽈배기 하나 만들며 북한산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길은 몇 번씩 걸어 보았던 길이니 잘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가능한 일찍 나서야만 한다.
가고 싶은 길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고 가고 싶은 길은 많은데 능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길을 걷는다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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