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쌍알 꽈배기 종주(2)

꿈꾸는 식물 2014. 2. 28. 00:54

  쌍알 꽈배기 종주 둘째날이다.

첫번째 종주일에 땡땡이를 친 바람에 오늘은 가야만 할 길이 멀어서 오전 8시 30분에 시청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임시로 거처를 옮긴 머핀님이 지하철 시간 계산을 착각하여 늦으시는 바람에 20분 늦게 8시 50분에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서소문터에 이어 서대문터로 걷기를 시작한다.

 

  서대문터(돈의문) - 창의문(자하문) - 숙정문 - 대성문 - 대남문 - 청수동암문 - 부왕동암문 - 가사당암문 - 대서문

  인왕산 - 북악산 - 북악 하늘길 - 북한산 : 형제봉 - 문수봉 - 715봉 - 나월봉 - 증취봉 - 용혈봉 - 용출봉

  8시 50분 시청역 출발, 5시 30분 북한산성 입구 도착, 8시간 40분 동안 22km 걷다.(2월 27일 목요일)

 

서울 성곽을 돌았으니 쌍알 가운데 한 알은 완성했고, 인왕산 기차바위 초소에서 숙정문까지 구간을 지난 번에 이어 다시 걸었으니 큰 꽈배기 하나는 완성했다.

북한산 14문 종주를 하는 것이 쌍알 가운데 다른 한 알이고, 대남문에서 문수봉까지 짧게 다시 걷는 것이 작은 꽈배기이다.

14문 가운데 성곽과 무관한 중성문은 이번에는 빼고 걸어야할 듯 싶다.

  아침에 늦게 등장하신 머핀님의 몸 상태가 영 시원찮아 보인다.

일요일 이사에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인천 소래포구와 군포와 일산까지 종횡무진하고, 가게에 나가 샌드위치도 만들고, 엄마게 효도도 하고, 주변 사람들 챙기느라 불철주야(?) 몸과 마음을 혹사하셔 제일 가벼운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초장부터 자꾸만 뒤로 쳐지신다.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날에는 실내에서 고기 구워 먹으며 맥주나 푸라는, 전화를 걸어 얼굴에 마스크를 썼느냐고 확인까지 하시는 옆지기 덕분에 머핀님의 야생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의심어린 눈초리를 던져 본다, 어쩔 수 없이 부러워 하면서......

미세먼지 때문에 남산은 거의 보이지 않고 그래도 북한산 방향의 하늘은 푸르른데 인왕산과 북악산이 군사 작전지여서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어, 그냥 열심히 걸었다.

지난 주 창의문 탐방 센터의 탐방 용지 위치가 바뀌고, 탐방 용지의 2013년이 2014년으로 바뀐 것을 빼고 지난 주부터 10분 정도 빠른 10시 20분에 창의문을 거쳐 북악산 서울 성곽길에 접어 든다.

사이에 커피도 마시며 몸 상태를 올리려고 애쓰던, 숙정문 지나 북악 하늘길 에서 이른 시간이지만 맥주까지 마시며 힘을 기르려고 노력하던, 급기야 하늘 전망대 지나 북카페에서 하늘 다리를 못 찾고 길을 잃어 헤매던 머핀님이 여래사 지나서 혼자 국민대로 이른 하산을 결정하셨다.

원래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조율하는 분이라서 하산 후 만나리라 생각하고 미자씨와 형제봉을 향하여 걷는다.

미자씨는 이 방향으로 처음 걸으셔서 모든 길이 새로운 길처럼 느껴지신단다.

형제봉 지나 대성문 못 미쳐 갈증이 너무 심하여 과일과 커피를 마시고 대성문을 향하여 힘들게 오른 뒤 꿈길처럼 가볍게 대남문을 찍으니 예상 시간 2시 30분에서 살짝 지난 2시 40분이다.

대남문에서 문수봉을 지나 청수동암문을 지나며 의상 능선으로 접어든다.

열심히 걸으면 다 걸어낼 수 있으려니 했는데 미자씨 엄지 발가락이 말썽을 일으켜 미자씨가 쥐가 나서 제대로 걷지를 못 하신다.

원래 인내심도 많고 성취욕도 높은 미자씨가 저렇게 힘들어 하면 많이 아프신 것인데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리막이나 평지는 괜찮은데 다리에 힘을 주고 올라야하는 오르막에서 쥐가 나서, 딱딱하게 뭉친 근육이 종아리에서 허벅지까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살살 다리를 달래 보며 걸으시라는 무책임한 충고와 격려를 해 드리는 나의 무능함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럼에도 오랫만에 하산길로 만나는 의상능선은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정답기까지 하다.

미세 먼지에서 자유로운 원효능선의 원효봉과 염초봉, 의젓하고 당당하게 늘 그 자리에 그렇게 나를 기다리는 백운대와 만경대와 인수봉, 동장대까지 눈에 들어온다.

반대편 문수봉, 나한봉,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을 비롯한 향로봉과 수리봉의 수향비 능선은 미세 먼지에 사로잡혀 있다.

길은 아이젠과 이제 작별을 고하려고 녹아서 질척거리고, 살짝 남아 있는 얼음도 이제 곧 사라져 버릴 것 같다.

군데군데 복병처럼 매복한 얼음도 한겨울의 사나움은 사라지고 넘어지면 옷이 억망이어 집에 가기 난처할 정도이니 이렇게 봄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힘들어 하면서도 미자씨는 성곽마다 인증샷에 기꺼이 응해 주시고, 머핀님은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으니 느긋하게 걸으라고 카톡을 날려 주신다.

 

  인연을 맺으면 그 인연을 존중하고 따르라. 그리고 그 인연을 아름답게 만들어 필연으로 귀결하라.( 結緣, 尊緣, 隨緣 - 佳緣, 必緣)

  인연 맺기도 어렵지만 그 인연을 존중하고 따르기만 얼마나 지난한가?

  더구나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들어 필연으로 귀결하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드디어 가사당암문이 보이고 국녕사 좌불의 뒷태가 들어온다.

대서문을 위하여 의상봉을 버리고 가사당암문으로 방향을 잡고, 기다리는 머핀님과 미자씨의 엄지발가락을 위하여 중성문은 버리고, 어쩔 수 없이 포장 도로를 걸어 대서문을 찍는다.

멀리 북한산성 탐방 지원 센터의 불빛이 보이며 이렇게 쌍알 꽈배기 종주 두번째를 마무리 한다.

팍팍 나오는 엔돌핀 속에서도 마음이 고요히 정화되며 영혼이 순수해지는 느낌에 나를 맡긴다.

 

  너는 쌓는 중이다.

  외로운가?  너는 쌓는 중이다. 

  슬픈가?  너는 쌓는 중이다. 

  아픈가?   너는 쌓는 중이다.

  분노가 치미는가?   너는 쌓는 중이다.

  바람을 쌓은 후에야 원하는 곳으로 날아갈 수 있다.

 

 

 

 

 

 

 

 

 

 

 

 

 

 

 

 

 

 

 

 

 

 

 

 

 

 

 

 

 

 

 

 

 

 

 

 

 

 

 

 

 

 

 

 

 

 

 

 

 

 

 

 

 

  

  

     

   

 

  

'삼목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명 알프스  (0) 2014.03.16
쌍알 꽈배기 종주(3)  (0) 2014.03.09
쌍알 꽈배기 종주(1)  (0) 2014.02.20
내시묘역길에서 창의문까지  (0) 2014.02.14
관악산 팔봉능선  (0) 2014.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