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골 팬션에서 하루를 편안히 보내고 둘째날 걷기 시작이다. 내가 2008년 우리 땅에 가입했으니 어언(?) 5년이 넘었다. 5년 즈음에 지난 밤같은 음주가무의 광란의 밤은 처음이다. `목포에서 신의주까지'라는 이름의 장기 기행의 첫날 최선을 다하여 걷는 진정성 있는 모습이 너무 아쉽다. 처음에 열심히 걸어도 시간이 지나면 나태해지는 것이 우리네 초동급부의 모습인데 초장부터 늘어질 대로 늘어진 모습이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용두사미라는데 사두용미는 어렵지 않을까? 물론 `처음은 미비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를 기대할 수는 있으리라. 과연??
`혹시나 `라는 기대를 가지고 왔다가 `역시나`라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땅 얼굴이며 자존심이라는 장기 테마 기행에 대한 기대는 아침에 갑작스러운 증도 걷기로 변경 되며 산산조각으로 깨져.버렸다. 기행 안내에 없는 증도를 사전 준비 없이 걷느라 여기로 저기로 우왕좌왕 하며 한나절을 보내고 무안은 건너 뛰고 바로 함평이다. 목포 27km, 무안 뛰어 넘고, 함평 한나절. 이것이 우리 땅 서해안 걷기 첫번째 기행 현주소이다.
증도의 염전 풍광에 사람들은 감탄과 경탄이다. 어린 시절 외갓집에서 많이 보았던 모습이 유년의 기억을 뚫고 조금씩 살아난다. 밋밋한 해안 도로를 걷느니 근처를 살짝 들렸다가 차로 이동하는 것도 지혜라며 찍사 회원들은 칭찬이 자자하다. 하나 우리 카페는 사진 카페는 아니지 않는가? 차를 타고 내리고 조금 걷고 뒤쳐진 사람 기다리고, 차를 타고 내리고 조금 걷고 뒤쳐진 사람 기다리고......
점심을 먹고 함평 근처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함평항까지 15km를걷는다는 총무의 부도수표는 역시 부도수표였다. 1시 40분 오후 걷기 시작하여 시속 5km 걸어도 4시 40분인데 과연 몇 분이나 바람 부는 갯벌을 그렇게 걸을 수 있을까? 3시 정도 다시 만난 버스 앞에서 선생님 기다리며 20여 분 우왕좌왕, 한 시간 더 걸어 파란만장 걷기를 마무리한다. 아침에 증도 9km, 오후에 9km, 넉넉 잡아도 20km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걷기 위하여 지난 금요일에 여기까지 달려 왔는가? 자괴감과 우리땅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갑자기 싸늘해지는 바람보다 차갑다. 아직은 옷속을 파고 드는 2월의 바닷바람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나는 우리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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