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걷기 기행에 나선다.
추풍령 근처 충청북도 영동과 경상북도 김천 일대를 걷는다.
6.25의 상흔이 아직 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노근리, 아름다운 초강변의 가학루, 돌계단의 진수를 보여 주는 황간 향교, 달도 머물다 간다는 월류정, 과거에 급제하여 방을 붙기를 소망한 선비들의 과거길인 괘방령, 소박한 부처님을 만난 절집 길항사터를 거닌다.
3km, 4km, 6km, 2km를 조금 걷다 차를 타고, 잠깐 잠이 들려면 내려서 걷고, 걸을 만하면 다시 차를 타면서 약 15km를 걸었다.(9월 8일 토요일)
찔끔 찔끔 걷고, 잠깐 잠깐 눈을 붙이니 너무 피곤하고 지친다.
6.25 개전 초기 피난민들을 향하여 무차별로 쏟아졌던 총알의 흔적들, 총알 하나하나에 부여한 많은 숫자들, 그 쌍굴 옆으로 그 날 그 때처럼 물은 흐른다.
아름다운 초강변의 가학루는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 철도로 인해 옛날의 정취를 느낄 수는 없지만 , 누각에서 바라보는 황간 향교는 옛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정자에 있어야 할 사람은 여섯 명이라는 신샘의 설명은 여전하고, 황간 향교의 사당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은 옛 모습 그대로 동글동글 운치를 더해 준다.
초강변을 더 걸었으면 아쉬움을 접고 또 차에 오른다.
너무 아름다워 달도 머물다 간다는 월류정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탕탕 쾅쾅 도도하고 웅장하고 당당하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이 죽죽 미끄러져서 싫어한 죽령, 가을 낙엽처럼 떨어질까 저어하여 싫어한 추풍령,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아한 문경새재, 그리고 과거에 급제하여 방을 붙일 수 잇으리라 기대하여 선호한 괘방령, 그 괘방령을 걷는다.
그리고 절집 앞 탑은 국립박물관으로 떠나 보내고 소박한 부처님만이 홀로 계시는 길항사터를 걸었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이 시절은 가난한 처가에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산과 들로 나가는 것이 낫다는 신샘의 말씀이 이어진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 이삭, 단단한 열매 위에 다시 파란 갑옷으로 무장한 호두, 지천으로 떨어져 길바닥에 깔린 밤송이, 발그스름 익어 가다 떨어져 딩구는 감, 태어나서 처음 본 아직은 파란 으름 열매.
호두를 까 먹고, 밤을 까고, 도토리를 줍고, 떨어진 감을 주워 먹고, 야생의 깻잎까지 챙기는 알뜰한 도반들은 참 대단하다.
나는 오늘도 늘 그런 것처럼 걷는다.
당당하고 세련된 린다님과 함께 오늘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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