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걷기

십이령(금강 소나무숲길)

꿈꾸는 식물 2012. 9. 7. 19:24

  이번 기행의 진짜 목적지인 십이령 걷기에 나선다.

십이령 가운데 하이라이트인 산림청이 지정한 숲길 1호인 금강소나무숲길을 걷는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6시간 50분 동안 16km를 걸었다.(9월 2일 일요일)

  산림청 숲 해설사와 동반한 숲길 여행으로 숲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잎은 잎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꽃은 꽃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따로따로 기억하는 나는 거의 식물에 대해 문맹 수준이다.

심지어 같은 꽃이어도 색깔이 다르면 다른 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

무수하게 쏟아지는 나무 이름과 그 이름의 유래, 꽃과 열매, 냄새와 효능까지......

숲 해설사에 질세라 신샘까지 나무에 대한 무한한 정보를 쏟아 내신다.

그 엄청난 지식의 세례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생물 유전자 보호 구역이어서 하지 않아야 할 일이 끝없다.

꽃과 열매, 나뭇가지를 함부로 꺾는 일은 never, 큰 소리를 내는 일은 never, 노래 부르는 일은  never, 해설사님 앞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감히 앞서는 일도 never, never.

그 아름다운 숲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설사님을 뒤를 따라 조용히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악삐약'하며 졸졸 따르는 것뿐. 

길을 걸으며 노래 부르기를 즐기시는 신샘이 혼나고, 앞으로 전진 전진이 취미이며 특기인 나는 차마 앞으로 나가지 못해 신샘 표현대로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으며 도를 닦아 드디어 해탈의 경지에 이를 즈음, 마침내 길이 끝났다.

  금강 소나무 숲길은 이리 아름다운데, 그 숲길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이리 투명한데, 그 숲길에서 듣는 계곡 물소리는 이리 맑은데, 마음대로 걸어갈 자유를 뺏긴 나의 마음은 노래를 빼앗긴 꾀꼬리처럼 암담하고(?) 적막하다.

차라리 재미 없어도 십이령 임도를 따라 자유롭게 걷는 것이 낫지 않을까?

차라리 깊고 그윽한 품격은 없어도 우리의 북한산을 내 마음대로 휘젓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회의와 불만에도 불구하고 금강 소나무숲길은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 소나무숲길의 깊고 그윽함은 지금까지 내 마음을 감싸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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