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블로그를 꾸준히 성실하게 기록하겠다고 결심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작심삼일은 지나치고 몇 달동안 장거리 걷기가 아니면 나름 성실하게 기록을 한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갑자기 블로그의 기록이 실종되어 버린다.
다른 블로거들의 블로그는 온갖 붉고 노란 나뭇잎들로 색채의 향연을 연출하는데 내 빈약한 블로그는 그렇게 초록빛이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면 애연가와 애주가들의 금연과 금주 결심처럼 또 잘 해보겠다고 다짐하고 결심하며 마음을 추수린다.
블로그에 기록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목요일마다 북한산에 들었고, 가끔 도봉산 능선을 밟기도 했고, 제주 방문의 해를 위하여 5박 6일 동안 제주 올레길을 가을에도 걸었고, 지리산 화대 종주를 2박 3일 동안 했고, 틈틈이 한강을 따라 헤매고 다녔고, 송파 소리길, 하남 위례길, 광진구 한바퀴, 서초 알프스, 운길산 종주를 했다.
서울 내산과 외산을 이어 걷기도 기억이 생생, 옆지기 따라 장가계를 다녀 왔고, 옆지기와 둘이서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을 걸었고, 이수회 여러분들과 함께 북한산 둘레길과 서울대공원 둘레길과 고양 누리길을 사방사방 다녔고, 과천 매봉에서 양재 화물터미널까지 쉬지 않고 걸었고, 최근에는 구로 둘레길 산림형과 동작 충효길 일곱 구간을 완주했다.
불광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수향비 능선 걷기, 불광역 9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조금 더 긴 수향비 능선 걷기, 북한산 탐방 지원 센터에서 시작하는 의상 능선 걷기, 국녕사가 아닌 의상봉에서 시작하는 의상 능선 걷기, 원효봉에서 시작하여 위문 거쳐 영봉으로 하산하기, 원효봉에서 시작하여 탕춘대 능선으로 때로는 대성문 지나 형제봉 따라 북악으로 걷기, 회룡능선에서 시작하여 포대 능선과 y자 능선을 지나 오봉으로 때로는 우이암으로 하산, 도봉산역에서 시작하여 보문 능선 우이 능선 지나 오봉 지나 다시 원점 회귀 산행도 했다.
원래 못난이들이 자기 변명이 길고 당당하지 못한 바보들이 사설이 길며 촌철살인의 절구를 읊지 못하는 시인들의 시가 길게 길게 늘어진다.
가끔 연락 주시며 때로는 아픈 것이 아닌지 궁금해 하신 몇 분들을 위한 변명이 늘어진다.
2014년 해가 바뀐 시무식이 열린 1월 2일 삼목회 도반들과 우리의 북한산에 들었다.(1월 2일 목요일, 7시간, 13km)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9시에 만나 34번 버스로 산성 탐방 지원 센터로 이동, 국녕사에서 시작하는 의상능선에서 시작하여 응봉 능선인 진관사 계곡으로 하산하였다.
계곡이 아닌 포장 도로를 선택한 덕분에 미자씨는 처음으로 대서문을 지날 수 있었다.
지난 여름 만났던 국녕사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완전 파헤쳐져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이 낯설고 황량했다.
우리가 땀을 식히며 쭈쭈바를 먹었던 절 앞 바위까지도 다듬고 파헤쳐져 있고, 금불로 치장했던 커다란 부처님은 옷을 바꿔 입으시려는지 금불을 다 벗겨 황량하다.
주지스님의 목탁 실력과 독경 소리가 청아한 덕분일까? 국녕사는 나날이 진화(?) 중이다.
가사당암문에서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일봉 나한봉 715봉으로 이어지는 의상 능선은 문수봉으로 이어진다.
아이젠을 차고, 발열 내의를 입고, 두 컬레 장갑과 세 컬레 양말에 발열 패치까지 장착하여 몸은 무겁고 또 무겁다.
아까운 것들 얼어 죽을까 저어하여, 까치가 얼어 죽었다는 소문이라도 들은 것처럼 중무장한 우리들은 봉우리를 하나씩 오를 때마다 옷을 하나씩 벗는다.
길게 늘어진 의상 능선의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원효 능선과 북한산 주능선 그리고 사모바위에서 시작하는 수향비가 꿈결처럼 아름답다.
모든 잎들을 내려 놓은 나목들은 그 모습 그대로 북한산의 하이얀 바위들과 잎을 떨구지 않은 푸르른 소나무들과 어울려 당당하고 담대하게 그렇게 있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내 눈에 다가오며 북한산은 내 가난한 마음과 내 메마른 영혼에 닿는다.
대남문 양지 바른 성곽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문수봉을 직접 공략하여 승가봉으로 걷는다.
대남문에서 왔던 길을 300m 더 걸어 의상 능선의 마지막인 문수봉의 작은 봉우리를 거쳐 성곽을 따라 방향을 돌려 수향비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각자 문수봉 아래로 하산한다.
문수봉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연봉들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내 영혼을 뒤흔들며 오래오래 잊지 못할 풍광으로 언제나 다가온다.
높고 낮은 봉우리들이 길게 이어지고, 시야가 맑게 갠 덕분에 멀리 긴 선으로 한강의 물줄기가 들어오고, 남산 타워가 그림처럼 다가오고, 잔설이 남아 있는 골짜기에 소나무가 저 홀로 푸르름을 자랑하고, 크고 작은 바위들이 하얗게 거무스름하게 각각 다른 표정을 보여 준다.
문수봉을 내려오다가 잠깐 머핀님과 미자씨를 잃어 버리는 헤프닝을 연출, 다시 만나 승가봉을 올라 사모바위를 찍는다.
비봉에서 지난 여름 물놀이를 했던 진관사 계곡으로 하산을 결정하여 향로봉 방향으로 걷다가 응봉 능선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응봉 능선인 진관사 계곡 하산길이 모두들 처음으로 느낄 만큼 긴 밧줄과 쇠 지지대와 쇠줄이 이어지며 살짝 긴장감이 든다.
제법 긴 밧줄을 잡고 내려오면 많은 쇠 지지대가 여러 개 이어지고 쇠줄에 매달려 내려오니 앙증맞은 대여섯 개의 나무 사다리가 놓여 있다.
응봉 능선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연봉들이 또 새롭게 다가온다.
지난 여름 우리가 물놀이를 했던 그 계곡은 새파란 물이 아직 얼지 않고 푸르른 하늘을 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관사를 찍고 하산, 둘레길 마실길을 살짝 지나 버스 정류장에서 우왕좌왕 하다가, 하나고등학교로 신호등을 건너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머핀님은 연신내 전에서 버스로, 미자씨와 나는 연신내에서 내려 미자씨는 6호선으로 나는 3호선으로 각개 전투로 집으로 돌아왔다.
1월 1일 새해 첫날에는 이수회 여러분들과 행주산성에서 호수공원까지 3시간 동안 13km를 소박하게 걸었다.
1월 3일 금요일에는 큰언니와 머핀님, 그리고 큰언니가 정성껏 만들어 오신 팥죽과 함께 동작 충효길 일곱 구간을 8시간 동안 29km를 걸어 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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