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보문능선 따라

꿈꾸는 식물 2013. 8. 25. 01:10

  얼마 전 회룡능선에서 시작하여 우이능선 거쳐 우이동으로 내려 오려던 도봉산 탐방이 무수골로 그쳐 버려 오늘은 다시 또 한번 도전에 나선다.

도봉산역에서 만나 보문 능선 따라 우이암 거쳐 오봉 만나고 신선봉 지나 다시 도봉산 탐방 지원 센터로 회귀하는 산행이다.

결국 오봉 거쳐 신선대로 가지 않고 우이암으로 하산을 잡아 우이동 먹자골묵으로 내려와 한일교를 거쳐 버스 타고 수유로 이동하여 하루를 마무리한다.

7시간 20분 동안 12km를 걸었다.(8월 22일 목요일)

  올봄이었나, 머핀님과 아타님과 함께 도봉산 둘레길을 걸을 때 도봉역에서 만난 기억이 희미한데 도봉산역은 완전히 달라져 새롭게 태어나 있었다.

그때는 1호선과 7호선에서 내린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못해 엇갈리는 불상사가 있었는데, 이제는 1호선과 7호선이 지하 통로로 연결 되었고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하여 깔끔하고 현대적인 에스카레이터와 무빙 워크까지 구비되어 있다.

7호선에서 나와 걸어가는 나를 1호선에서 나온 머핀님이 불러 세워서 우리는 쉽게 만났는데, 미자씨는 1호선과 7호선을 헷갈려 늦으신데다가 실외 플랫폼에서 바로 밖으로 나가 우여곡절 끝에 9시 30분에 만나서 도봉 탐방 지원 센터를 향해 출발한다.

오늘은 많이 걷기보다는 제대로 길을 알기 위한 탐방이어서 표지판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놓치지 않으려고 마음 먹는다.

보문능선은 탐방 지원 센터에서 자운봉 방향과 나뉘어져 바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도봉 옛길을 지나 부드럽고 완만하게 위로 위로 이어진다.

도봉산이 흙산인 육산임을 주장하듯이 능선은 물 흐르듯이 숲과 숲 사이를 헤치며 위로 위로 이어진다.

오늘은 제대로 걸어 보겠다며 베낭도 가볍게 매고 왔다는 머핀님은 처음에는 쉬지 않고 곧잘 따라 나서더니 어느 틈에 미자씨랑 뒤쪽에서 낭랑한 목소리로만 들려 온다.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도 나누며 원통사와 우이암이 보이는 능선까지 오르니 별로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북한산의 주능선과 도봉산의 주능선과 칼바위, 자운봉, 망경봉, 선인봉이 가깝게 다가오고, 다섯 손가락 오봉이 뚜렷하다.

오봉과 자운봉 우이암이 나뉘는 능선에서 우이암으로 방향을 잡아 로프를 잡아 오르고 목재 데크를 조금 걸으니 우이암이 가깝게 들어오는 조그만 봉우리에 닿는다.

목재 데크가 익숙하다는 도반 여러분의 의견을 완전히 개무시(?) 했다가, 하산길에 완전 개망신(?) 당한다.

나는 아직 길치이고 청맹과니이며 길에 관해서는 책상 물림이며 다른 것도 그렇지만 특히 길에 관해서는 그 어떤 직관도 없는 무지랭이에 지나지 않는다.  

우이동 방향으로 앉아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를 멀리 바라보며 이제 영봉까지 헤아리며 가볍게 맥주 한 켄을 하고 다시 오던 길 돌아 오봉과 자운봉 우이암 표지까지 돌아와서 오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봉으로 이어지는 오봉샘이 있는 이 길은 전에 회룡능선에서 신선대 거쳐 오봉으로 이어지는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이다.

오봉 여성봉 지나 송추로 하산할 때 걸었던 길은 내 희미한 기억으로 바위길로 이어지믄 내리막길이었는데, 오늘은 완전 부드러운 흙길로 샤방샤방한 오르막 길이다.

오봉샘에서 숨을 고르고 조금 올라서니 눈앞에 다섯 손가락 오봉이 손에 잡힐 듯 건너 뛰면 닿을 듯 펼쳐진다.

바람은 살랑거리고 햇볕은 사납지 않고 부드러우며, 발 아래 북한산과 도봉산의 녹음이 그린 카펫으로 펼쳐져 있고, 오른쪽에는 오봉의 기묘한 바위 봉우리들이 바위 하나하나를 그려낼 수 있게 줌 인으로 다가오고, 왼쪽으로는 그리운 북한산의 능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 아름답고 행복한 풍광을 차마 두고 떠날 수 없어 커다란 너럭바위를 독차지하고 점심을 먹었다.

우리 스스로 풍광이 되어 버린 아름다운 시간이다. 

오봉 앞으로 나아가 송추폭포와 자운봉 표지 방향으로 나아가 송추폭포 표지를 버리고 자운봉 방향으로 나간다.

송추 폭포 방향 하산길이 잘 알려지지 않는 원시(?)에 가까운 비경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언젠가를 위하여 히든카드로 기억해 둔다.

오봉을 버리고 도봉 주능선으로 나아가다 우이암과 자운봉으로 나뉘는 길에서 우이암에서 우이동으로 이어지는 길을 알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머핀님의 조금 편안한 저녁 시간을 위하여 자운봉 방향 신선대에서 도봉으로 이어지는 길을 다음으로 미루고 우이암 우이동으로 하산을 결정한다.

조금 걷다보니 지난 삼목회에 우리가 걸었고 아까 보문능선에서 올라와서 우리가 걸었던 그 길로 이어진다.

머핀님과 미자씨의 생각이 맞았던 것이다.

지난 삼목회 때 우리가 잠시 헤맸던 헬기장 있는 길을 지나 아까 걸었던 길로 접어든다.

보문능선에서 올라와 우이능선과 마주한 길에서 우이암 방향으로 왼쪽으로 꺾어 우이봉을 보며 잠시 쉬었던 길까지 다시 걸어 계속 나아간다.

결국 원통굴을 만나고 '우이동 방학동 무수골'로 이어지는 하얀 표지판이 있는 길로 이어진다.

머핀님의 과감한 선택으로 하얀 표지가 지시하는 왼쪽이 아닌 능선 따라 직진을 선택하여 그때 그 길보다 더 편안하게 하산한다.

긴가민가 반신반의 했지만 우리끼리 의논하여 결정했고 하산 시간도 충분히 확보하여 편안하고 느긋하게 내려온다.

결국 하산해 놓고 보니 너무 위쪽으로 적어도 50m 이상 윗길이지만 어쨌든 우이동으로 하산했다.

그 전에는 너무 아랫쪽으로 방향을 잡아 무수골로 하산했고 오늘은 위쪽으로 잔뜩 붙어 하산했다.

다시 한번 시도해 본다면 먹자골목 한일교로 올라가서 비정규 위험 등산로 방향으로 올라가 오봉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북한산과 도봉산에는 너무 많은 크고 작은 비정규 등산로와 샛길이 있어 대략 난감일 때가 많다.

큰 길로 방향을 잡고 작은 샛길을 무시하면 되는데 때때로 샛길이 더 눈에 크게 들어와서 갈팡질팡한다.

언제나 한번은 오른쪽으로 다음 한번은 왼쪽으로, 한번은 너무 위쪽으로 다음 한번은 아래쪽으로, 제대로 스트라이크 존에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고 한번은 위로 한번은 아래로 던져 볼을 만드는 서투른 투수처럼, 우리가 원하는 가운데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갈팡질팡 시행 착오를 거듭하다가 결국 몇 번의 실패와 노력 끝에 정도(正道)를 만난다.

그래도 실패하지만 노력 끝에 제대로 길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이며 축복인가?

걷고 또 걸으면 끝내 앞으로 나아가고, 잘못 잡은 길은 수고롭지만 다시 또 한번 걸으면 바로 잡아지고, 내가 흘린 땀만큼 앞으로 나가는 걷기는 아직도 서정 시대이다.

이런 정직함이 내가 걷기에 빠진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네 삶의 굽이굽이에 숨어 있는 그 많은 허방 앞에서는 때때로 그 어떤 노력도 아무 대답도 받지 못하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네 삶은 막막하고 먹먹하고 가슴 저린다.

그럼에도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것은 운명이다.'

  한일교 지나 우이동 먹자골목으로 나와서 101번 버스 몇 대 보내고 120번 버스를 타고 수유역에 내려서 강변으로 돌아온다.

'이 또한 지나 가리라'

링반데룽처럼 돌고 또 돌아도 내가 링반데룽의 체바퀴 속에 있다는 의식만 부여 잡고 있다면 끝내 나올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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