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북한산 종주 산행에 대하여 많은 산꾼들의 블로그를 통하여 알게 되었다.
북한산 종주 : 불광역 9번 출구 대호아파트 - 수향비 - 사모바위 - 승가봉 - 문수봉 - 대남문 -대동문 - 위문 - 백운대 - 하루재 - 영봉 - 육모정 지킴터
도봉산 종주 : 의정부 안골 - 사패산 - 사패 능선 - 다락 능선 - Y 능선 - 신선대 - 도봉 주능선 - 우이능선 - 우이암 - 우이동 한일교
삼목회 도반들과 함께 들목인 대호아파트를 확인했고, 지난 토요일 혼자서 대남문에서 육모정 지킴터까지 출구를 확인했다.
주선씨가 늦게 운동을 갔고, 승민이까지 아침을 챙겨 주고 집을 나서 불광역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지난 주 대남문에서 시작할 때도 승가사 입구에서 10시 20분이었는데, 거리로 볼 때 한 시간은 더 걸어야 할텐데 종주는 어렵겠지만 하루재에 가서 종주 여부를 결정하리라 마음 먹고 불광역 9번 출구에서 대호아파트 방향으로 나선다.
결국 4시간 55분 동안 약 15km(14.76km)를 걸어 드디어 최초로 북한산 종주를 해냈다.(8월 24일 토요일)
지난 주 대남문에서의 거리와 비교할 때 4시간 10분 동안 약 13km(12.48km) 걸었으니 45분 약 3km(2,28km) 차이가 난다.
심리적으로 수향비와 사모바위 대남문은 엄청 멀리 떨어진 거리인데, 산 아래에서 향로봉까지 거리와 대남문까지 거리가 거의 비슷하고(약 한 시간 3km), 향로봉에서 대남문까지 거리 한 시간 (약 3km)를 고려하면 그 정도 시차가 납득이 간다.
처음 불광역 9번 출구에서 대호아파트까지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맸는데 오늘은 아주 세련되게 걸어 'k마트' 노란 입간판까지 발견, 그 골묵으로 진입, 등산로 표지까지 쉽게 찾아 제대로 북한산에 진입, 수리봉을 향하여 걷는다.
연이어 몇 번을 걸었더니 이제 수향비가 제법 익숙하여 헛걸음을 줄이며 힘의 안배도 가능하여 호흡도 숨이 차지 않고 편안하다.
조금 오르면 서울의 북서쪽이 한눈에 펼쳐지고 내가 가야할 향로봉과 비봉이 눈앞에 다가오고 탕춘대 능선과 인왕산 서울 성곽도 선명하다.
떼지어 오르고, 다른 산꾼의 귀가 심심할까 배려하는 음악 마니아(?)가 대거 등장하고, 발도 제대로 떼지 못하면서도 온갖장비를 갖추거나 전혀 갖추지 않는 주말 산꾼들이 오늘도 많이 산에 오셨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는 수리봉과 비봉에는 많은 산꾼들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화려한 깔맞춤을 보여 준다.
수향비를 지나 온갖 음식 냄새가 코와 위를 자극하는 사모바위를 거쳐 승가봉을 지나 문수봉을 향한다.
문수봉 아래에서 호흡을 고르기 위하여 물을 한바탕 무한 흡입하고 문수봉에 오른다.
문수봉을 향한 철 구조물을 잡고 바라보는 수향비와 사모바위는 너무 아름다워 늘 감탄과 경탄을 강요한다.
드디어 대남문, 불광역에서 약 2시간 6km 정도 걸어 11시에 산에 들었으니 오후 1시가 되었다.
대남문에서 위문까지는 이제부터는 14문 종주가 아니면 가능한 아래 능선을 걸으려고 한다.
여러 번의 경험으로 볼 때 아래 능선이 부드러운 흙길로 높낮이 변화가 별로 없으며, 높낮이 변화가 있을 때도 부드러운 선으로 이어지니 힘이 크게 들지 않고, 햇볕이 그리 들지 않는 그늘이고, 성곽길은 온통 바위인데 이 북한산 주능선은 부드러운 낙엽이 깔린 어머니 품같은 온유한 길로 산꾼들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14문 종주를 하기 위하여 성문을 다 찍으려고 할 때는 울창한 숲 때문에 성문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 언젠가처럼 형제봉을 가기 위하여 대남문 지나 대성문에서 빠져야 하는데 보국문까지 더 걸어 알바하는 실수를 한다.
지난 주 왔을 때 노적봉 근처에서 했던 목재 데크 설치 공사는 이미 다끝났고 공사는 더 아래 용암문 방향으로 이동하여 목재 데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북한산에도 산 아래처럼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햇볕이 내리쬐고 둥근 보름달이 휘엉찬 밝았으리라.
지난 토요일과 이번 토요일, 일주일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지난 해 8월과 올해 8월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지난 10년 전 2003년과 지금 2013년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그럼에도 지금 내가 안고 있는 이 좌절감과 열패감과 막막함이 앞으로 10년 뒤에는 아무 것도 아님을 알기에 시간이 때로 커다란 위로가 된다.
그럼에도 앞으로 100년 뒤에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커다란 위로로 다가온다.
시간 앞에는 아니 세월 앞에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속수무책임을 알기에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 삼각산을 바라보며 가는 철 구조물을 하나하나 힘차게 잡으며 애써 나는 울음을 참을 수 있다.
드디어 위문을 지나 백운산장으로 하산을 시작하니 시간은 2시 15분, 대남문에서 북한산 주능선 따라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위문까지 1시간 15분 거리로는 약 4km 정도이다.
위문에서 백운산장 지나 구조대까지 내려오는 길은 북한산 앞쪽의 초보 산꾼들이 선호했던 길이었는데 요즘 초보 산꾼들이 모두 북한산 뒷쪽 북한산 탐방 지원 센터로 이동하는 바람에 계곡물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한적하다 못해 고즈넉하다.
졸졸졸 흐르는 맑고 투명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물이라면 언제나 즐거운 머핀님이 떠올라 혼자 웃는다.
드디어 하루재를 지나 우이동 지킴터와 영봉으로 나뉘는 길에서 시간을 보니 2시 55분, 위문에서 40분 걸렸으니 약 2km 로 생각한다.
영봉을 거쳐 육모정 지킴터까지 2.8km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604m의 영봉으로 오르는 그리 길지 않는 길이 힘겹게 느껴질 정도로 힘이 바닥이다.
그러나 영봉을 오르면 아르다운 도봉산의 오봉과 도봉산 주능선 그리고 자운봉과 망경봉 선인봉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힘을 내어 영봉에 오르니 내가 두고온 북한산의 많은 연봉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북한산의 봉우리들은 나름대로 이름과 모양을 아는 봉우리들이 많아서 크고 작은 연봉들을 잘 알지 못하는 지리산 종주와는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내 나름대로 추억이 있어 그리움으로 기억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북한산 봉우리들을 바라보면 늘 심장이 두근두근 바운스바운스 된다.
지난 주 걸었기 때문에 그 느낌 알기에 조금 속도를 내본다.
오늘은 크고 작은 단체 산꾼들이 많아 고즈넉한 길이 활기에 넘친다.
어떤 산꾼 두 분이 내 길을 막고 가시기에 조용히 따라 가는데 소리도 없이 언제 왔느냐며 깜짝 놀라신다.
삼목회 때면 늘 멀리서 들리는 머핀님과 미자씨의 목소리와 웃음 소리가 정겹고, 이렇게 혼자 걸을 때면 나만의 고즈넉함과 조금은 달콤쌉쌀한 외로움이 정겹다.
육모정 지킴터에서 시간을 보니 3시 45분, 아까 갈림길에서 50분 걸렸으니 약 3km로 생각한다.
마지막 우이동 먹자골목에서 우이동 버스 정류장까지 차가 다니는 흙길과 포장도로를 걸어 버스 정류장에 닿으니 3시 55분이다.
불광역 9번 출구 - 수향비 - 승가봉 - 문수봉 - 대남문까지 : 2시간 (6km)
대남문 - 대성문- 보국문 - 대동문 - 용암문 - 위문까지 : 1시간 15분 (4km)
위문 - 백운산장 - 구조대 - 하루재 - 우이동 지킴터 갈림길까지 : 40분 (2Km)
우이동 갈림길 - 영봉 - 육모정 지킴터까지 : 50분 (3km)
육모정 지킴터 - 우이동 버스 정류장까지 : 10분 (0.5km)
4시간 55분(8월 24일 토요일 오전 11시 - 오후 3시 55분) 총 15.5km
드디어 북한산 종주를 해냈다는 기쁨에 삼목회 여러분들께 문자를 돌리며 자축 또 자축한다.
드디어 축하와 감축의 강요된 카톡이 날아온다.
아, 오늘은 그냥 지극히 단순하게 마냥 마냥 기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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