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북한산 종주 준비 산행

꿈꾸는 식물 2013. 8. 21. 14:36

  북한산 종주 준비를 위해 혼자 북한산에 나선다.

들어가는 불광역 9번 출구는 대강 파악이 되었으니 이제는 나가는 우이동 계곡이다.

오랜만에 비봉으로 들어가서 대남문 대동문 지나 위문 거쳐 우이동으로 방향을 잡아 하루재 지나 영봉 육모정 지킴터로 나올 계획이다.

결국 4시간 10분 동안 13km를 걸었다.(8월 17일 토요일)

  정말 오랜만에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7212번 버스를 타고 구기동으로 이동, 비봉보다 승가사로 오르겠다는 생각으로 이북오도청이 아니라 승가사 정류장에서 내려 구기동에서 조금 헤매다가 결국 구기동 현대빌라로 다시 내려와서 주선씨랑 늘 다녔던 대남문 방향으로 오르는 길을 혼자 걷는다.

한참 둘이 산에 다닐 때는 별로 관심도 없이 무작정 주선씨 따라 나가 한바탕 걷고 왔는데, 지금은 내가 이렇게 북한산에 푹 빠져서 미쳐 있는데 주선씨는 늘 바빠서 거의 주말에는 부재 중이다.

현직에서 자유로우면 아마도 확실히 그때는 동행하리라 기대하고 믿는다.

문수사로 나뉘는 길에서 대남문을 선택하여 왼쪽으로 비봉과 사모바위를 바라보며 많은 주말 산꾼들의 끊임없는 수다를 본의 아니게 엿들으며 걷는다.

'대남문까지 약 2.5km를 한번도 쉬지 않고 오를 만큼 날씨가 부드러워졌다'라고 쓰다 보니 사실이 아닌 듯 느껴진다.

'대남문까지 약 2.5km를 한번도 쉬지 않고 오를 만큼 나는 뭔가에 사로 잡혀 넋을 잃고 있다'라고 쓰는 것이 사실에 가까우리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 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모두 다 사라져 버린다.

근거없는 낙관과 비관, 끝없는 상념과 잡념, 근거있는 낙관과 비관, 좌불안석의 불안함, 추운 겨울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것같은 편안함과 행복감, 뜨거운 여름날 차가운 북한산 계곡에 몸을 담근 것같은 시원함과 짜릿한 해방감.

이 모든 것이 내 머리를 헤집고 다니니 나는 그저 걷고 또 걸을 뿐이다.

  대남문에서 대성문 지나 보국문으로, 대동문에서 물을 한바탕 마시고 용암문으로 향하는데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내가 가야만 하는 우이동 방향은 하얀 뭉게구름이 평화롭게 파란 하늘 위에 떠있다.

노적봉에도 만경대에도, 인수봉과 물론 백운대에도 많은 산꾼들이 모여 있다.

북한산의 모든 봉우리마다 북한산의 모든 계곡마다 산꾼들이 가득하다.

노적봉에서 위문으로 가는 탐방로는 목재데크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고, 용암문에서 노적봉으로 오르는 탐방로에는 공사를 기다리는 목재데크가 쌓여 있다.

드디어 위문, 백운대는 많은 산꾼으로 포기하고 우이동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하니 12시 40분, 버스에서 내려 마이코치를 누른 시간이 10시 20분이니 헤맨 시간 제외하면 2시간 정도 걸려 위문에 도착했다.

위문에서 백운 산장 거쳐 인수봉 릿찌하는 릿찌꾼들을 바라보고 구조대를 지나 하산하는 길은 뜻밖에도 탐방객이 거의 없다.

구조대를 지나며 하루재님을 생각하는데 갑자기 구조용 헬기 소리가 요란하다.

오늘도 누군가가 무리한 산행을 했나 잠깐 생각하며 하루재를 지나 영봉으로 오른다.

이 길은 한번도 간 적이 없어서 살짝 긴장을 했는데 올라오는 산꾼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긴장의 끈을 늦춘다.

하루재에서 영봉 지나 육모정 지킴터까지는 약 2.6km, 완만한 하산길이어서 손에 잡힐 듯 들어오는 오봉과 자운봉, 망경봉과 선인봉, 신선대와 도봉산 주능선에 마음 빼앗겨도 한 시간 정도면 지킴터에 닿는다.

영봉에서 바라보면 내가 지나온 비봉과 사모바위, 대남문에서 시작하여 위문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주능선이 그림처럼 보인다.

다섯 손가락 오봉, 자운봉에서 송추로 이어지는 도봉산 주능선, 지난 주에 우리가 오른 신선대, 다정하게 붙어 있는 망경봉과 선인봉이 낯설게 다른 각도로 들어온다.

아름답고 우아한 그 능선에 마음과 눈을 빼앗긴다.

드디어 육모정 지킴터, 그리고 우이령으로 가는 우이령길 입구에서 버스길로 걷는다.

우이령 먹자골목과 우이령 계곡을 사이에 둔 고즈넉한 길이다.

음식점이 그리 많지 않아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고 길은 먹자골목보다 더 자연에 가가워 앞으로 이 길을 통하여 우이령길을 걸어야겠다.

  길을 길로 늘 이렇게 이어지고, 우리네 삶도 이렇게 기쁨과 슬픔으로 이어지고 이어지며 흘러 간다.

우리네 삶은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성취와 좌절, 행복과 불행을 날줄과 씨줄로 직조된 옷감이란다.  

그럼에도 이제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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