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걸어서 성산대교까지

꿈꾸는 식물 2013. 8. 4. 01:08

  어제 삼목회에서 내일 걸어서 목동 찍고 안양천 지나 온수역까지 걸어 보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아침에 주선씨 출근하고 승민이까지 보내고 나니 9시가 조금 지난 시간, 시속 6km로 걸어가야만 하는 올림픽대교에서 성산대교까지 길고 긴 길이 꾀가 나고 비까지 오락가락하여 대충 게으름 피우다가 빛의 속도로 대강 챙겨 집을 나섰다.

9시 32분에 집에서 나와 머핀님 댁에 2시 40분에 도착, 5시간 8분 동안 33km를 걸었다.(8월 2일 금요일)

지난 봄에 올림픽대교에서 한강 진입하여 한강 따라 강북으로 걷다가 양화대교로 도강하여 5시간 5분 동안 31km를 걸었는데, 오늘은 잠수교로 도강하여 강남으로 걸었다.

시간은 거의 비슷하게 걸렸는데 강남이 여의도에서 샛강을 따라 걸어서 거리가 조금 더 나온 듯하다. 

  비가 오락가락하며 날이 꾸물꾸물하여 걷기는 뜨거운 태양보다 조금 부드럽다.

하지만 습기를 잔뜩 머금은 무거운 공기 덕분에 평지를 걷고 있어도 땀이 송알송알 이마와 눈가에 맺힌다.

한강은 완전 흙탕물이고 유속도 아직은 빠른 듯한데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이 강가에 앉아 여름을 낚고 있고, 수상 스포츠를 배우고 즐기는 사람들로 강물은 만원이고, 뚝섬 풀장은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즐거운 함성이 밖으로 울려 퍼지고, 뚝섬 유원지에 임시로 개장한 캠핑장에는 캠핑족들로 가득하다.

라이더들은 떼를 지어 달리고, 가끔 간헐적으로 열대 지방의 스콜을 떠오르게 하는 게릴라성 비를 맞으며 혼자 걷고 있는 워커들도 제법 많이 눈에 들어온다.

시속 6km를 유지하며 걷도록 마음을 다잡고 걷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여전히.

올림픽대교에서 진입하여 잠실철교, 잠실대교, 청담대교, 영동대교, 성수대교, 동호대교, 한남대교,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에서 강남으로 도강한다.

전처가 버려 두고 가버린 슬픈 자식이 되어 버린 세빛 둥둥섬을 바라보며 한때는 반포대교에서 아래 잠수교로 폭포같은 분수가 쏟아졌던 때를 떠올려 본다.  

지난 겨울 장정애님과 각각 집에서 한강 따라 걸어서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반포나들목에서 만나 큰언니까지 함께 했던 치맥 번개를 떠올려 본다.

지난 3차 한강 걷기에서 큰언니를 뵙고 못 만났으니 머핀님 말대로 큰언니가 갑자기 보고 싶다.

동작대교 지나 여의도까지 가는 길은 노량대교 밑으로 걸어 가는 다리 아래 길로, 햇볕이 쏟아 붓지 않아 편안하나 햇볕이 비치지 않아 조금 어두운 길이다.

노량대교가 한강 위에 있는 다리인 줄 알았던 나에게 올림픽도로를 위하여 만든 다리라고 알려준 우리 훈이, '노량대교'라는 말을 들을 때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인 우리 훈이.

'오성홍기', '다우지수'를 알려 주며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던 훈이도 이제 서러웠던 서른 아홉에서 마흔 아홉이 되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듯이 시간 앞에서는 슬픔까지도 늙어 마모되고 퇴색한다.

시간이 흐르고 그래서 늙어지고 끝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63빌딩이 보이기 시작하고 한강대교가 눈에 들어오며, 네 개의 교각이 우람한 한강철교를 지나 원효대교, 마포대교, 빨강 아치의 서강대교까지 보인다.

전에 한번 여의도까지 걸었을 때는 한강 따라 여의도로 직접 진입 했었는데, 그 뒤로 계속 샛강 따라 걷다 보니 오른쪽으로 방향 잡았어야 했는데 그 길을 놓쳐 결국 샛강 따라 걷다가 다시 한강으로 진입했다.

여의도 가운데를 흐르는 샛강 따라 한걸음이 새로운데 조금 더 길을 돌아 한강 시민공원 양화 지구로 진입, 당산철교를 지나 하얀 아치의 양화대교를 바라본다.

여전히 양화대교에서 선유도 진입하는 다리를 보며 성산대교까지 걷는 길은 멀고도 멀기만 하다, 울고 싶을 만큼!

성산대교 지나니 안양천 1km라는 도로 표지가 반갑게 눈에 들어온다.

가양대교, 방화대교에게 눈으로 인사 건내며 안양천으로 들어온다.

안양천 위의 첫번째 다리 양화교를 지나 양천교 못 미쳐 근심처량한 해오라기 몇 마리가 날개를 말리며 여유롭다.

안양천을 버리고 신목동역을 향하여 도로로 올라 왔는데 순간 방향을 잡지 못하여 반대쪽 신호등을 건너며 알바를 가볍게 해주는 어리석음에 축복을!

  에어콘과 선풍기까지 팡팡 틀어 놓고 온갖 산해진미 안주와 꽝꽝 얼린 맥주까지 준비해 놓고 머핀님이 기다리고 있다.

육개장, 미역국, 아삭이고추 된장 무침, 양파와 마늘과 마늘쫑 장아찌, 부추 고추 부침개, 쇠고기 양파 볶음, 열무 김치.

완전 물이 쏘옥 빠진 패잔병 모습으로 머핀님 댁에 입성했던 나는 풍성하고 넉넉하고 푸진 환대에 몸과 마음이 다시 급속 재충전 된다.

안양천 따라 미자씨네 온수까지 방문은 역부족인 듯 싶어 다음을 기약하며 신목동역에서 당산역 거쳐 2호선 지하철로 환승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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