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송파 소리길

꿈꾸는 식물 2013. 7. 26. 23:08

  어제 북한산 둘레길 따라 우중 도보를 하였는데 오늘은 날이 활짝 갰다.

이런 날에 집에 있으면 날씨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듯하여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북한산을 달려 볼까 마음은 굴뚝 같은데 아들이 늦게 나가는 바람에 10시 20분에 구파발로 달리기에는 너무 늦은 듯 싶어 잠실철교를 건너 성내천 따라 올림픽공원 지나 장지천 찍고탄천 거쳐 양재천 눈 맞추고 다시 한강 만나 잠실철교를 건넌다.

결국 10시 20분에 나가 3시 10분까지 4시간 50분 동안 26km를 걸었다.(7월 19일 금요일)

  한강 시민공원은 온통 하와이안 무궁화 세상이다.

무성할 대로 무성하게 자라버린 이파리 사이로 하이얀 때로는 연분홍 때로는 진분홍 하와이안 무궁화의 순박한 꽃잎이 순박한 시골 처녀처럼 정겹다.

강가의 버드나무는 치렁치렁 늘어져 흙탕물빛 한강 수면을 향하여 흐르고, 한강을 따라 라이더들의 행렬은 끝없이 흐르며 이어진다.

성내천 주변에는 주황빛 원추리가 녹색의 카펫 위에 오렌지빛이 대세라며 흐드러진다.

올림픽공원의 단풍나무는 이제 곧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들겠지.

올림픽공원으로 들어가는 팔각정 아래 단풍나무 군락지의 단풍나무이파리에는 아직 채 날아가지 못한 빨간 프로펠러 씨앗이 매달려 있고, 보기만 해도 행복한 쭉쭉 뻗은 칠엽수는 살구빛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노오란 산수유 꽃은 이제 초록빛 열매를 매달고 빨갛게 익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붉게 하얀 눈 속에서 빛날 그날을 꿈꾸며 이 여름날을 견디고 있다.

온통 연두빛 아니 초록빛 아니 무섭도록 강한 녹색의 향연이다.

장지천을 향하여 가는 성내천 공원에는 때늦은 연꽃과 수련이 한창이다.

다른 연들은 이미 다 지쳐 사라졌는데 이 연들은 붉은빛을 하얀빛으로 노란빛으로 최후에 향연을 즐기고 있다.

장지천에서 탄천으로 이어지는 길은 온통 녹색의 갈대밭이다.

갈대가 쑤욱쑤욱 쑤웅쑤웅  자라서 하늘 닿을 만큼 울창하고, 오렌지빛 나리꽃이 지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쑤웅수웅 자라 키를 재고 있다.

적요로움이 느껴지는 녹색의 장원에 7월의 태양이 융단 폭격을 하듯이 쏟아진다.

비록 땀이 비슬비슬 흐른다 할지라도 나는 여름 한낮의 뜨거움과 적요가 좋다.

비록 온 몸을 까맣게 태운다 할지라도 나는 여름 한낮의 무차별적인 태양빛의 세례가 좋다.

양재천에게 가볍게 눈인사 건내고 나는 한강으로 방향을 잡는다.

한강은 이제까지 지나온 성내천, 장지천, 탄천, 양재천과는 다른 느낌으로 새삼스럽게 마음에 들어온다.

넉넉하고 풍요롭고 법석떨지 않고, 포근하나 공정하고, 깊고 넓으나 너그러운 한강이 늘 그렇게 흐르고 있다.

  내 마음에도 이런 강 한 줄기 흐르기를 소망한다.

내 마음에도 여름날 햇볕처럼 뜨거움과 적요로움이 공존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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