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도봉산

꿈꾸는 식물 2013. 6. 2. 13:16

  모처럼 도봉산 산행에 나서다.

작년 7월 규니모와 도봉산에 들고, 도봉산 둘레길만 몇 번 걷고 말았으니 1년 가까이 도봉산과 만나지 못했다.

1호선 회룡역 2번 출구에서 만나 회룡능선과 포대능선 지나. 자운봉과 만장봉 그리고 신선대 거쳐 도봉 뒤쪽으로 하산길을 잡아 오봉과 여성봉 거쳐 송추로 내려오는 길이로 8시간 동안 14km를 걸었다.(5월 30일 목요일)

어제까지 산행에 참석하기로 했던 미영이는 접영을 너무 열심히 하여 과로로 이번 산행을 접어 미자씨와 머핀님과 나, 셋이서 도봉에 들었다.

  월요일부터 계속 내린 비 덕분에 도봉의 나무들과 바위들은 누군가가 온 몸과 마음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닦아 놓은 듯 반짝반짝 윤이 흐른다.

반짝반짝 윤이 도는 바위와 나무들이 5월의 햇살 아래 눈이 부시고, 수량이 늘어난 계곡에서는 물소리가 콸콸 요란하고, 남의 둥지에 알을 놓아둔 뻐꾸기의 근심처량한 울음소리는 내 마음까지 흔들어대고, 가끔씩 들리는 산비둘기의 나지막한 소리에 귀기울인다.

회룡사에서 시작되는 회룡능선을 우리는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맑고 투명한 계곡은 크고 작은 바위로 가득하고, 넓은 계곡에는 초록빛 나무들 그림자가 물결에 일렁이고, 여름 내음을 안고 있는 바람은 살랑거린다.

숲길이 많고 산꾼의 흔적이 드물어 도봉산을 좋아하지만 나는 도봉이나 북한산이나 한 시간 정도 거리인데 다른 일행들의 접근성 때문에 도봉에 들기가 쉽지 않다. 

모처럼 도봉에 들어온 우리는 도봉의 산 봉우리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걷는다.

회룡능선을 올라온 우리는 사패능선과 마주하고 사패산은 다음을 예약하며 자운봉을 향하여 왼쪽으로 방향을 접는다.

포대능선을 조금 오르다가 모처럼 왔는데 y능선이 공사중이어서 우회하여 y능선 입구에서 맞은 편의 신선대와 자운봉을 감상한다.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새삼 떠올려 본다.

내 나이만큼 살았으니 윤리적으로 크게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이제는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다.

내 나이만큼 살았으니 이제 내 삶의 우선 순위에서 내가 일번인 이기적인 삶을 살고 싶다.

  도봉에서 바라보니 멀리 북한산의 연봉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사모바위의 모습은 또렷하게 모양 지어 있다.

신선대에서 하산하며 미자씨가 온갖 솜씨를 부려온 나물에 점심을 먹고, 머핀님 주먹밥을 나누며, 길고양이에게도 밥과 멸치를 나누어 준다.

길고양이와 들개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지만 식사 내내 옆에 얌전히 앉아 소리조차 내지 않는 어린 길고양이를 무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제 그만 주려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을 알아 차린 듯 고양이 스스로 다른 곳으도 떠난다.

작년에 규니모와 내려온 오봉과 여성봉으로 길을 잡는다.

그때 규니모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우리 마음은 그때 그 마음 그대로 여전할까?

태양 아래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데......

다음에 또 도봉에 들 때 오늘 우리가 나누었던 따뜻하고 평화로운 마음은 그대로 여전할까?

하산길에 돗자리를 펴고 잠깐 누운 미자씨는 잠깐인데도 달게 곤한 잠을 잔다.

편안함, 평화로움, 따뜻함이 미자씨의 달디단 오수와 함께 한다.

  다음에는 안골에서 시작하여 사패산 찍고 사패능선 지나 포대능선 거쳐 우이암 쪽으로 하산하다가 다시 보문 능선 지나 도봉 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는 도봉 주능선까지 아우르는 길을 걷고 싶다.

회룡능선보다 안골능선이 더 깊기 때문에 도봉 종주에 가까우리라.

그리고 한번도 오르지 못한 보문능선까지 탐방하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음은 아직도 이 삶에 환희가 남아 있음을.

아직도 가고 싶은 길이 남아 있음은 아직도 이 삶에 소망이 남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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