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은밀한 속살이라 이름한 의상 능선에 도전한다.
나는 지난 14문 종주 때 다녀 왔고, 머핀님은 작년 여름 14문 종주 때 다녀 왔기에 1년만의 만남이지만, 미영이와 미자씨는 의상 능선과의 첫 만남이다.
언젠가 가을이 깊어갈 무렵 주선씨와 처음 의상 능선을 보았을 때의 감동과 환희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고 마음 벅차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상 능선 안내 도반을 자임하여, 진경이와 송선생 . 보현이 . 아타님과 경선씨와 함께 의상 능선을 탐방하곤 하였다.
의상봉을 버리고 계곡으로 조금 진행하여 국녕사에서 북한산에 들어 가서 용출봉 - 용혈봉 - 증취봉 - 나월봉 - 나한봉 - 715봉 -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의상 능선을 7시간 20분만에 걸어 대남문에서 북한 산성 탐방 지원 센터로 내려 왔다.(12km, 6월 20일 목요일)
수문 - 가사당 암문 - 부왕동 암문 - 청수동 암문 - 대남문 - 중성문으로 여섯 개의 문을 지나 원점 회귀하였다.
지난 현충일 이 길을 혼자 걸어가면서 힘들어 많이 낑깅댔는데 오늘은 여러 길동무들과 걸으니 말 그대로 샤방샤방하다.
적당히 쉬고 적당히 떠들어대고, 많이 웃고 많이 먹고 마시며 500m부터 70m까지 산봉우리를 넘나드는 기쁨은 우리 모두를 무장해제 시키고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어나게 한다.
지난 2월 14일 삼목회에 처음 나온 미자씨는 독바위역에서 수향비를 뒤로 보며 삼천사로 내려오는 길을 탐방하며 완전히 긴장 상태였는데 오늘은 쏟아지는 굵은 땀방울에도 불구하고 샤방샤방 유쾌하다.
미자씨 뒤를 이어 지난 3월 28일 산에 입문한 미영이는 수향비 거쳐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을 거의 네 발로 기다시피(?) 걸어서 난감하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평일에 혼자 청계산을 뒬 정도의 괄목상대할 산꾼이 되어 짧은 구간이지만 선등을 리드할 정도이다.
머핀님은 그 아픔이 채 1년도 안 되었는데 고맙게도 트라우마를 딛고 때때로 깨와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지만 '썩어도 준치'임을 뽐내며 매주 목요일마다 이렇게 삼각산에 들고 나간다.
용출봉에 오르니 뒤에는 의상봉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우리가 나아가야할 용혈봉부터 문수봉까지 북한산의 연봉이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원효 능선의 원효봉과 염초봉이 펼쳐지고, 그 옆으로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가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가니 드디어 수향비 능선의 수리봉과 향로봉 비봉이 보이고 사모바위의 모습도 정답다.
이제는 조금이지만 북한산 연봉들을 보면 나름대로 봉우리의 이름이 떠오르고 뒤를 이어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과의 기억이 그리움으로 마음에 가득 차오른다.
맨 앞의 수향비 능선, 가운데 의상 능선, 맨 끝의 원효 능선, 그 가운데 능선을 우리가 걷는다.
오르고 내리며 조금씩 각도가 달라질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앞선 봉우리들이 다가오고 지나온 봉우리들이 뒤로 물러서며 연출해 내는, 태양의 운동에 따라 빛이 들어오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는 신선함.
어찌 북한산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겠는가?
국녕사에서 그 거대한 부처님을 마주 보며 쮸쮸바를 먹고, 용혈봉 정상에서 아점과 함께(미영이의 정성이 깃든 백김치와 물김치) 채 녹지도 못한 맥주를 거의 손의 열기로 녹여 머핀님식 감자 구이에 한 잔씩 마시고, 대남문에서 수박과 함께 머핀님의 특급 호텔식 안주 '쇠고기와 온갖 야채 볶음'에 또 맥주 한 잔씩 나눈다.
미자씨가 나눠 주신 빵은 가방으로 들어간다.
대남문에서 북한산성 탐방 지원 센터로 내려 가는 길은 완전 샤방샤방을 지나 한들한들 들길을 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춤추듯 걸었다.
계곡을 그냥 지날 수 없어 올챙이 세상인 계곡에 발을 담그고 물반 올챙이반 계곡에서 토실토실 살이 오른 올챙이와 장난을 한다.
유유자적, 여유만만을 지나 흐느적흐느적 샤방샤방 한들한들 중성문을 지나 원점 회귀한다.
아들 방학으로 낙향하는 미영이가 아쉬워 인사동으로 진출, 여자만에서 병어조림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두 달 뒤 더욱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