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벚꽃 앤딩(어린이대공원 - 석촌 호수)

꿈꾸는 식물 2013. 4. 20. 12:29

  기다리던 봄날 꽃놀이 날이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시작하여 워커힐 아파트 지나 광진교로 도강, 광나루 한강 고수부지 거쳐 성내천으로 진입, 올림픽공원 돌아 석촌호수 한 바퀴 도는 꽃놀이가 오늘의 여정이다.

어린이대공원에서는 벚꽃과 목련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꽃밭의 소박한 꽃들을 만나고, 워커힐 아파트에서는 벚꽃길과 목련길이 어우러지는 풍광을 즐기고, 광진교에서는 한강 도강을 처음 시도하는 이미자님과 미영이가 행복하리라.

광나루 한강 시민공원에서 풍납 나들목까지 걷는 한강길에서는 개나리와 조팝나무가 어우러진 풍광과 더불어 도도히 흐르는 한강의 물결과 바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한강과 성내천 합수 지점에서 송파 워터웨이로 향하는 성내천 둑방에서는 벚꽃길을 걷는 기쁨을 누리고, 올림픽공원에서는 흐날리는 벚꽃과 노오란 개나리와 산수유가 초록빛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광을 즐길 수 있으리라.

동호와 서호로 이루어진 석촌 호수를 돌며 벚꽃과 호수와 현대적인 건물이 만들어 내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매직 아일랜드와 분홍빛 벚꽃과 푸르른 호수가 연출하는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풍광에 젖어 보리라.

9시 5호선 아차산역 4번 출구에서 만나, 7시간 30분 동안 24km를 걷고, 머핀님이 마라톤 10km 완주 자축연을 하시고, 2호선 잠실역에서 헤어졌다.(4월 18일 목요일)

머핀님과 이미자님, 미영이와 새로운 길동무로 현옥이가 성내천에서 합류하여 함께 걸었다.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놀이동산을 지나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온통 벚꽃 세상이다.

이른 시간이라 상춘객들이 그리 많지 않아 벚꽃 가로수길은 오롯이 우리 차지였다.

꽃밭에 심어져 있는 갖가지 팬지며 툴립 같은 키 작은 봄꽃들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있고, 이제 방금 물뿌리개로 물을 마신 화단의 꽃들과 키작은 나무들은 막 세수를 하고 나온 4월 아침 소녀의 얼굴처럼 청초하고 상큼하다.

완전 흐드러져 뜻밖에도 관능적인 풍광을 주는 목련이 피어 있는 길을 우리는 온갖 수다를 떨며 걷는다.

구의문 근처의 벚꽃과, 후문에서 동물 사육사 방향으로 직진하는 중앙로의 벚꽃, 어린이 회관 문화센터가 있는 건대 후문 방향 벚꽃은 이제 한바탕 축제이다.

하늘하늘, 샤방샤방, 오소소 오소소, 하느적 하느적, 한들한들, 살랑살랑......

온갖 의태어를 떠올려 보아도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난감하다.

구의문 근처에서 미영이가 준비한 따뜻한 도시락으로 벚꽃 그늘 아래에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지 않고 우리는 첫 번째 식사를 나눈다.

  아차산에서 워커힐로 가는 벚꽃 길은 완전히 꿈길이다.

아차산의 싱그러움을 느끼며 연분홍 구름길을 걸어 워커힐 아파트로 내려 가니, 연분홍 구름과 하이얀 구름이 어우러진 선경이 펼쳐진다.

아파트 가까이에 있는 목련은 햇볕이 부족하여 이제 조금씩  꽃망울이 곱게 다문 입을 벌리기 시작하여 십대 소녀같은 느낌을 주는데, 벚꽃길 가까이에 있는 목련은 햇볕을 충분히 받은 양 꽃망울이 그 야무졌던 입을 활짝 벌려 농염한 아름다움을 내뿜기 시작하여 사십대 여인을 떠올리게 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낮은 쪽에 일찍 피었던 벚꽃이 날리면서 꽃비를 뿌린다.

'피는 것은 어려워도 지는 것은 잠깐'이라는데, 지키기는 어려워도 버리기는 잠깐인 것을.

나는 무엇을 지키고 싶어서 이 봄날 벚꽃 그늘 아래 망연히 서 있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지켜 내고 싶어서 이 봄날 화안하게 피어 있는 목련꽃 그늘 아래에 이렇게 마알간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일까?

  광진교로 도강하여 한강 남쪽 광나루 한강 시민 공원으로 이동했다.

시민 공원에는 노오란 개나리와 하이얀 조팝꽃이 흐드러지고, 보랏빛과 하얀 제비꽃과 이름도 잘 모르는 들꽃이 미안하게 지천으로 피어 있다.

송파 워터웨이의 시작점 성내천과 한강의 합수 지점을 지나 이제 성내천 둑방길로 오른다.

햇볕으로 충분히 샤워한 덕분에 이제 잎 반 꽃 반인 벚꽃이 흩날리는둑방길에서 현옥이와 반갑게 조우한다.

올림픽공원 정자가 있는 벚꽃길은 완전히 오늘 벚꽃 놀이의 종결자로서 포스를 뿜어낸다.

그 곳에서 바라보는 공원의 88호수 풍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곳에서 바라보는 88호수를 나는 제일 좋아한다.

노오란 개나리와 산수유, 멀리 보이는 만국기가 매달린 깃대, 호수 가운데 소박한 다리,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낙우송, 이제 마악 잎을 달기 시작하는 칠엽수, 연두빛 물빛, 넉넉하게 솓아지는 푸진 봄볕,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이야기 소리.

산수유 광장(?)을 지나 피크닉장에서 현옥이가 사온 김밥과 직접 쩌온 고구마로 오늘의 두 번째 식사를 나눈다.

몽촌 토성을 위로 돌고, 내려 와서 아래로 한 바퀴 돌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과 산수유, 꽃보다 더 아름다운 연두빛 잎사귀를 만나다.

공기는 이제 온유하고 바람은 부드럽고, 바람결에 꽃내음과 연두빛을 읽어 내고, 서로 걸음에 따라 바꿔 가며 만나는 도반들과 이야기에서 삶의 향기에 취해 본다.

  이제 마지막 석촌 호수로 진행한다.

석촌 호수 못미쳐 신호등 건너기 전, 길가에 피어 있는 복숭아꽃에서 줄을 기다리며 모두 사진을 찍었다.

요염한 붉은빛 복사꽃 그늘 아래서 '오늘이 내 살아 있는 날의 가장 젊은 날'이라며 모두를 부추겨 '같은 장소, 다른 느낌'의 사진을 찍는다.

호숫가의 고층 오피스텔과 롯데 월드의 매직 아일랜드가 연출하는 분위기 덕분에 석촌호수는 늘 외국에 온 기분이다.

이제 앤딩을 향하여 연분홍빛 벚꽃은 흐느적거리고, 벚꽃에 취해 사람들 발걸음도 하늘거리고, 놀이 동산에서 젊은이들은 왁왁 왁자지껄, 푸르른 호수 위로 하이얀 벚꽃이 나폴나폴 떨어진다.

매직 아일랜드를 바라보며 모두들 아이들과 함께 놀이 동산에 왔던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옛 이야기를 나눈다.

아직 추억에 잠길 나이는 아니라고 강변해도 이제는 추억을 떠올릴 나이인 것은 부인하지 못 하겠다.

호숫길을 모두 돌고 4시 30분에 걷기를 마감한다.

  머핀님의 마라톤 10km 완주 자축연 행사로 오삼 불고기(아니 오낙 불고기인가)와 오징어 튀김을 '군산--' 에서 맥주에 즐겼다.

먹는 장소의 이름은 잘 기억 못하는 못말리는 나의 무심함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주선씨의 저녁 약속으로 나의 오늘 벚꽃 놀이 마무리는 느긋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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