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서울 성곽 걷기

꿈꾸는 식물 2013. 4. 30. 15:12

  지리산 화대 종주를 앞두고 마라톤 10km를 달린 머핀님은 오늘도 무릎 물리 치료로 하루를 쉬겠다고 하신다.

우리 땅 걷기 한강 2차도 취소하셨으니 지리산을 향한 염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만하다.

미영이는 갑자기 남편의 일정이 변경되어 참석할 수 없다고 하니, 나와 미자씨 두 사람이 오늘 구성원이다.

90%의 비 예고 때문에 북한산에 드는 것은 조금 어려울 듯해서, 서울 성곽을 한번도 걷지 않았다는 미자씨를 위해 서울 성곽으로 방향을 잡았다.

9시 시청역 8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부지런한 미자씨 덕분에 나도 서둘러 일찍 길을 나선다.

부암동에서 한 시간 가량 치맥 먹으며 노는 시간까지 포함하여 오전 8시 50분 시청역에서 출발하여  오후 5시 40분 시청역으로 회귀할 때까지 약 9시간 동안 25km를 걸었다.(4월 25일 목요일)

지난 3월 머핀님과 7시간 30분만에 걸어낸 것에 비하면 조금 늦었지만 오전 내내 내리는 빗속에서 9시간이면 대단히 훌륭한 성적이다.

  지하철 시청역을 나서니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나직나직 내리는 빗방울이다.

이 정도의 비야 우리를 막을 수 없다며 준비한 우산과 우비를 그냥 무시하고 숭례문을 향하여 출발한다.

완공을 앞둔 숭례문은 오고가는 자동차의 무리를 지켜 보며 빗속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남산의 벚나무는 산벚꽃인지 아직 많은 송이송이 연분홍과 하얀 벚꽃을 매달고, 안중근의사 추모 비석들은 늘 그랬듯이 봄비 맞으며 의연하다.

분홍빛 벚꽃과 도화살을 떠올리는 붉은빛 복숭아꽃, 연두빛 아기 손을 내밀기 시작하는 단풍나무, 붉은 명자꽃이 봄비 속에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반얀 트리 서울 스파 클럽에서 신라호텔로 이어지는 성곽은 하이얀 분홍 벚꽃이 사방사방 내려 내려서 꽃길을 이루고 있다.

광희문을 지나 청계천에 눈길 주고 동대문을 바라보며 낙산공원으로 접어 든다.

비는 계속 내려 내려서 디카의 렌즈에 잔뜩 물기가 서려 제대로 사진이 찍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자씨와 나는 유쾌하고 행복하다.

낙산공원에서 혜화문으로 이어지는 성곽은 길게 s자를 옆으로 그리며 서울 성곽의 진수를 보여 준다.

어린 담쟁이 연두빛 손들이 나란히 나란히 손에 손 잡고 성곽을 기어 오른다.

혜화문을 지나 노을공원과 와룡공원으로 이어지는 연두빛 길을 꽃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정말 벚꽃 엔딩이다.

말바위 쉼터에서 숙정문 지나니 북한산 연봉들이 오른쪽에 펼쳐지고, 두고온 남산이 왼쪽에 머무른다.

수향비 능선, 사모바위, 문수봉, 백운대를 헤아리며 형제봉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걸어가니 인왕산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창의문에서 걷기를 멈추고 미자씨는 치맥으로, 나는 포맥(포테이토+맥주)으로 짧은 휴식을 취했다.

  윤동주시인의 언덕에서 봄비에 살짝 세수를 한 서울의 얼굴을 바라본다.

봄비에 살짝 씻긴 정결한 서울을 인왕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이제 막 세수를 끝내고 나선 5월의 소녀같은 싱그러운 서울을 인왕에서 느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청와대에서 경복궁, 광화문, 서울 광장이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발 아래 펼쳐져 있다.

인왕산의 끝까지 연결한 성곽을 따라 걷다가 인왕을 내려와 무학재의 안산을 바라보며 서대문(돈의문) 터로 이동하며 홍남파 생가와 경교장을 거친다.

서대문터에서 정동으로 접어 들고, 온갖 근대 건물이 늘어선 정동길을 지나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덕수궁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배재 기념관으로 걷는다.

중앙일보 근처에 있다는 서소문 터는 찾아 보려고 노력했는데 끝내 찾지 못했다.

순화빌딩과 중앙일보 사이에 있다는데 다음에 또 시도해 보리라.

중앙일보를 오른쪽에 두고 나아가며 성곽의 흔적에 인사를 하고, 드디어 숭례문이다.

  처음에 빗속에서 걷기 시작했을 때에는 부암동까지 걸으려고 했는데, 비가 그친 덕분에 끝까지 걸어낼 수 있었다.

손이 살짝 얼을 정도의 추위 속에서 비를 맞으며  '누가 우리를 말리랴'고 외치며 함께 걸었던 미자씨가 고맙다.

비가 내려서 아무도 우리를 말릴 수 없어서 끝까지 걸었다.

꽃비가 내리는 연두빛 길을 걸으며 서울 성곽을 함께 걸었던 많은 인연을 떠올리고, 다시 새롭게 다가올 많은 인연을 그려본다.

아름다운 계절 4월이 이렇게 떠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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