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설교벽에서의 사건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원래 계획은 그 날처럼 효자 2통에서 내려 숨은벽 앞까지 갔다가 백운대를 찍고 백운산장으로 내려와서 숙제를 해치울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혜로운 머핀님의 빛나는 센스 덕분에 도선사 옆 백운 탐방 지원센터에서 하루재님과 접선하기로 했다.
머핀님은 김동현님과 함께 우이역 3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짐도 짐이지만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겠다는 김동현님의 아름다운 마음과 함께 도선사로 택시로 이동하여 하루재님을 만났다.
9월 20일 이후 7개월만에 만난 우리들은 서로의 아름답고 고마운 인연에 인사를 나누고, 준비했던 빵(치즈 페스츄리, 롤 케잌, 카스테라, 케잌)과 과일(딸기, 오렌지)을 드리고, 깊게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인사로 헤어졌다.
몇 년만에 우이동 도선사에서 백운대를 오른 우리는 위문, 백운대,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형제봉 지나 북악산으로 건넜다.
결국 북악산에서 숙정문과 창의문 지나 부암동 거쳐 통인시장 구경하고 경복궁역에서 8시간 동안 19km를 치열하게 걸은 하루를 마감한다.(4월 11일 목요일)
설교벽에서 대원들을 따라 내려 왔다가 머핀님 베낭까지 매고 혼자서 도선사로 하산했던 길을 건강한 머핀님과 걷는다.
얼마나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인가?
잔설마저 모두 녹아버린 등산로를 따라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아직 모두 헐벗은 겨울 나무지만 조금씩 물이 오르는 듯 안으로 안으로 연두를 머금은 4월의 나무를 보며 봄을 예감한다.
백운산장 아래는 종달새 머리를 닮아 학명이 그리스어 종달새에서 왔다는 현호색 현호색 꽃밭이다.
현호색의 그 오묘한 빛깔을 보며 '보물 주머니' 또는 '비밀'이라는 꽃말을 떠올려 본다.
위문을 지나 백운대를 찍고 가자는 머핀님 제안에 따라 백운대를 오르다가 갑자기 머핀님이 조금은 겁먹은 표정으로 그냥 내려서 대동문으로 가자고 하신다.
지난 번 이미자님과 편안하게 올라 왔는데 바위 크기와 높이를 이야기 나누기에는 아직 묵은 상처가 아닌 듯하다.
대동문을 향하여 가는 머핀님이 제일 좋아하는 노적봉 가는 길을 가는데 4월의 북한산에서 눈을 만나는 행운이 우리를 기다린다.
한겨울 눈처럼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북한산을 걷는 즐거움과 기쁨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대성문에서 이른 점심 식사를 하고 형제봉을 향하여 걷는다.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던 형제봉에서 북악산으로 넘어가는 길을 드디어 제대로 걸어냈다.
하루재님을 만나 못다한 숙제를 끝내고, 맨날 헤매다가 제대로 넘지 못해 빙빙 돌아서 넘은 형제봉 북악산 구간을 완벽하게 넘어 못다푼 문제를 완벽하게 풀었다.
북악산은 활짝 핀 진달래, 꽃봉오리가 연분홍빛으로 금방 터질 것같은 진달래, 꽃봉오리가 아직 채 깨어나지 못한 진달래로 여기저기 진달래의 연분홍빛과 소나무의 푸르름이 어울려 조화를 이룬 어우러짐이 아름답다.
숙정문을 향해 가는 북악산에서 펑펑 내리는 눈속에서 두고온 북한산의 연봉을 그립게 바라본다.
수향비, 문수봉,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형제봉을 하나하나 손으로 가리키며 그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본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도 머핀님과 나는 마냥 행복하다.
숙정문 안내소를 통과하니 쏟아지던 눈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한 푸른 하늘을 보여 준다.
북악 성곽을 오른쪽에 북한산, 왼쪽에 광화문과 남산, 뒤로 낙산, 앞으로 인왕산을 바라보며 걷는다.
창의문에서 걷기를 잠깐 쉬고 치맥으로 오늘을 축하하고, 청운동 길을 걸어 내려 통인 시장 구경을 하고 경복궁역에 닿는다.
머핀님은 종로 3가에서, 나는 을지로 3가에서 환승하여 각자 집으로 돌아 왔다.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오늘이다.
4월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함께 걸었던 그 길을 아마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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