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머핀님과 함께 시작했던 북한산 둘레길 마무리에 나선다.
우이령에서 시작 다시 우이령까지 북한산 둘레길 21구간을 네 번에 걸쳐 나누어 걷고 시간이 남아서 사패산 등반까지 했던 그 찬란했던 첫 번째 완주를 뒤로 이번 두 번째는 네 차례에 걸쳐 걸었는데도 아직 방학동길에서 헤매고 있다.
사패산까지 등반은 어렵더라도 오늘은 끝까지 가보리라 다짐하며, 겉으로는 가는 곳까지 가자며 작전상 발톱을 숨긴다, 늘 주최측의 농간이다.
머핀님과 아타님과 함께 7시간 20분 동안 21km를 걸었다.(3월 23일 토요일)
도봉산역에서 9시에 만나 도봉 옛길, 다락원길, 보루길, 안골길, 산너미길, 송추마을길을 걸어 교현 우이령길 입구에서 4시 20분에 걷기를 마쳤다.
토요일답게 많은 주말 산꾼들이 도봉산의 자운봉으로, 포대 능선으로, 사패산으로, 오봉을 향하여 수직 본능을 뽐낸다.
우리는 오늘 평지형 인간이라고, 우리는 오늘 수평형 인간이라고 정상에의 유혹을 던지고 앞으로 나간다.
도봉산 둘레길은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지 않아 북한산 둘레길에 비해 사람이 적어 한적하고 조용하고, 조금은 남성적이어서 등산하는 소소한 기쁨도 있다.
얼마 전 주선씨와 우이령에서 시작하여 왕실묘역길과 방학동길, 도봉옛길까지 걷고 그 나머지 구간을 마무리하지 못 했다.
도봉산 둘레길은 주선씨랑, 우리 땅 걷기에서 여러 도반들이랑, 머핀님이랑, 이렇게 세 번을 완주했다.
생각해 보니 거의 일 년만에 이 길을 머핀님과 함께 걷는다.
함께 뜨거운 국물을 나누기도 했고, 함께 도토리묵 무침을 나누기도 했고, 때로는 눈길에서 미끄러지기도 했고, 때로는 계곡에 발을 담그기도 했고, 꽁꽁 얼어버린 폭포 아래 자리 잡고 마주 앉아 살짝 언 맥주를 나누기도 했다.
북한산 둘레길이 아름다운 이유는 한번 만들어 놓았다고 길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조금씩 조금씩 주어진 조건에서 더 걷기 좋은 길로 만드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송추마을길이 서울 외곽 고속화 도로 아래로 나란히 가고 옆에 큰 도로가 있기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 걷기 싫었는데, 그 길을 군부대 쪽으로 살짝 돌려 산길로 변경해 놓았다, 충의길을 변경한 방법으로.
군부대의 보안을 위하여 나무로 차폐물을 만들고 국립공원 사진을 전시해 놓은 노력은 고맙고 좋았다.
평지에서는 셋이 나란히, 고갯길에서는 따로 또 같이, 내리막에서는 앞서서니 뒷서거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눈과 마음을 맞추기도 하며 앞으로 나간다.
어떤 부분에서는 셋이 모두 동의하여 의견 일치를 보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에게 동의하지 못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이해해 주기도 하며 3월 그 봄날 하루가 유쾌하고 상쾌하고 그래서 행복하다.
남녘처럼 봄빛이 아직은 완연하지는 않지만 갈색빛 겨울나무에서 봄빛을 읽어내고, 초록빛 소나무에서 물오르는 소리를 읽어낸다면 봄에 대한 내 마음의 경사가 지나치기 때문일까?
우리는 보여지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 말은 모든 경우에 유효하다.
자운봉, 포대 능선, 사패산, 오봉, 그리고 북한산의 연봉들이 눈에 들어 온다.
아름다운 그 연봉들을 바라보면 감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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