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서울 성곽 걷기

꿈꾸는 식물 2013. 3. 12. 11:06

  마음은 북한산으로 달려 가지만, 수많은 상춘객에게 시달릴 북한산을 우리라도 빠져야지 하는 마음으로 서울 성곽 돌기에 나선다.

지난 여름 7월 어느 날 혼자서 6시간에 23km를 완주했고, 이어서 9월 15일 머핀님과 함께 8시간에 23km를 완주했다.

물론 혼자 걸을 때에는 커피 한 잔 마실 만큼 쉬었고, 머핀님과 가을에 걸을 때는 부암동에서 치맥으로 거의 한시간 반 이상 푸욱 쉬었으니 함께 걸은 성곽길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안하게 평화로웠다.

6개월만에 성곽 걷기에 나선 머핀님과 나는 7시간 30분24km를 훌륭하게 걸어냈다.(3월 10일 일요일)

그 날 이후 처음으로 계획대로 생각대로 걸어내서 기쁘고 행복하다.

믈론 금요일 교동 걷기 역시 완주 했지만, 평지 16km는 마음에 차지 않는다.

5월 1일 지리산 화대 종주를 마음에 담고 끊임없이 훈련 또 훈련을 해야만 한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끌어 준다.

  시청역 8번 출구에서 9시에 만난 우리는 숭례문을 일별하고 완전히 정비된 남산공원을 거쳐 남산터널 위를 찍고 바로 안중근 의사 기념비가 있는 광장으로 직진, 남산타워와 마주 한다.

목요일부터 시작한 황사가 갑자기 밀려온 한파에 얼어 버린 듯 하늘은 그지 없이 투명하고 북악과 인왕 너머 멀리 북한산의 연봉들이 보인다.

서울의 내산과 외산을 한 눈에 바라보는 눈의 호사를 누리는 기쁨은 얼마나 큰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하리라.

봉수대를 지나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한옥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아 국립극장으로 내려 온다.

봄날답게 많은 단체에서 걷기 행사에 나서서 풍선을 든 사람들과 단체복으로 차려 입은 사람들로 남산은 생기와 활기에 넘친다.

반얀트리 클럽앤스파로 신호등을 건너 서울 도심 등산로를 바라보며 신라호텔 뒷길로 걸어간다.

오른쪽으로는 옥수동에서 한남동으로 이어지는 금오산과 옥수동 매봉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우리가 나가야 할 인왕산이 보이고, 앞에는 북한산 연봉이 바라 보인다.

광희문 지나 동대문 거쳐 낙산공원으로 접어 드는데, 머핀님께서 급유를 하자며 내 손을 끌어 당겨 굳이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 편의점을 찾아 호가든과 카스 500짜리 하나씩 들고 마냥 행복하다.

적당히 빠른 걸음과 유쾌한 수다에 상큼한 맥주 한 모금의 행복을 누리며 혜화문을 향하여 서울 성곽에서 제일 아름다운 곡선을 보여 주는 낙산공원 뒷쪽 성곽길을 걷는다.

점점 북한산은 다가오고 이제 수향비와 사모바위, 문수봉, 형제봉과 보현봉을 가늠할 수 있다.

와룡공원 지나 말바위 쉼터 통과하여 북악에 접어든다.

머핀님과 나는 이제 속도가 붙어 유쾌하고 발칙한 대화를 나누며 쉬임없이 걸음을 재촉하며 눈으로 오른쪽의 삼각산을 즐기고 왼쪽의 주인 바뀐 청와대를 감상한다.

모든 것을 다 내려 놓은 겨울 나무 덕분에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광화문 광장을 볼 수 있었다.

광화문 뒤로 근정전과 교태전을 비롯한 많은 전각들이 늘어져 있고, 광화문 앞으로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살아 있는 필부필녀 내지는 초동급부들의 모습을 일별한다.

숙정문 지나 창의문 거쳐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지나랴'하며 부암동 치맥 집에 들려서 열심히 미안하게 통 크게  썰어 바싹 튀긴 감자만 감자만 챙겨 먹으며 점심을 즐겼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지나 드디어 인왕산, 끝까지 성곽이 모두 이어진 인왕산을 쭉 돌아 하산하여 독립문을 오른족에 두고 홍난파 생가 거쳐 경교장 지나 서대문인 돈의문 터를 지나 신호등을 건너 고즈넉한 정동길로 들어선다.

우리 나라 근대 건축물을 감상하며 시립 미술관에서 오른쪽 대사관 거리로 접어 들고, 신호등 지나 중앙일보 사옥으로 우회전하여 건물 옹벽으로 남아 있는 마지막 성곽 흔적에 인사 나누면 드디어 앞에 숭례문이다.

숭례문을 찍고 우리는 다시 시청까지 걸어 성곽 걷기를 마무리 한다.

  시청 지하철 쉼터에서 마시지 못한 커피 한 잔 을 나누며 레드향을 나누어 먹었다.

조금씩 속도가 나는 우리들의 발에 흐뭇해하고, 함께 걸을 가지 않는 길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어쩌면 사는 것은 그리 대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온 몸과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밖에 나는 살아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아득하고 막막해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 김훈, '바다의 기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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