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교동 나들길(1코스)

꿈꾸는 식물 2013. 3. 10. 00:31

  서울 서쪽을 꽉 잡고 있는 장정애님의 참 좋은 생각에 따라 강화도 옆 교동 걷기를 한다.

강화도 창후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약 15분 정도 가면 교동 월선포 선착장에 도착한다.

6시 25분 집에서 출발, 합정역 7시 15분 도착, 8번 출구에서 장정애님과 머핀님을 만나 버스 중앙 차로로 이동, 5분도 채 기다리지 않아 3000번 버스에 탑승, 1시간 30분 동안 버스에 흔들리며 서울 서쪽을 구석구석 누비다가 드디어 강화 터미널에 도착했다.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 숨을 돌리고 32번 버스에 승차하여 30분 정도 이동, 창후리 선착장에 도착하여, 9시 40분 배를 타고 교동 월선포 선착장으로 이동, 10시 5분부터 걷기 시작, 4시간 50분에 약 16km를 걸었다.(3월 8일 금요일)

  창후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버스 기사님과 강화도 주민 한 분이 교동 걷기에 나선다는 우리에게 배가 안개 때문에 운항할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해 주신다.

서울 촌놈들이어서 안개가 자욱한 교동길이 안개에 젖어 멋있으리라 기대만 했지 배의 출항 여부는 전혀 개의지 않았는데,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유효하다.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할아버지 한 분이 참이슬 한 박스를 사가지고 어렵게 버스에 오르셨다가 역시 어렵게 내리신다.  

아마 그 어르신에게는 그 참이슬이 삶의 활력소며 비타민이고 생명줄이리라.

맥사모인 머핀님과 맥주 한 박스를 들고 내리는 체력을 유지해야 할 텐데 걱정하다가, 다른 독주로 바꾸면 어떨까 의논하다가, 꼭 배달이 되는 곳에 살자고 다빔 아닌 다짐을 해본다.

  배는 걱정 없는 우리 편, 섬 사이의 앝은 바다였기 때문인지 계획대로 출항한다.

머핀님은 먹다 남겼던 새우깡을 갈매기에게 던져 주며,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갈매기의 야생을 해치는 좋지 않은 일인 줄 알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며 장난꾸러기 소년처럼 밝게 웃는다.  

언젠가 어린 승민이를 데리고 석모도를 갈 때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 주다가 끝없이 오는 갈매기에 지친 아들이 자기도 먹겠다며 새우깡을 다시 챙겨 넣어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 때 그 웃음은 지금도 뚜렷한데 참 멀리 멀리 떠나온 듯 마음이 허허롭다.

월선포 포구에서 교동향교를 거쳐 화개산을 찍고 석천당으로 하산 대룡리 시장을 따라 교동읍성 통과하여 갈대가 아름다운 동진포에서 다시 월선포로 회귀하는 그 아름다운 길을 우리가 완전 독차지하는 호사를 누렸다.

교동향교까지 이어지는 나지막한 산길에는 지난 해 낙엽들이 부드러운 흙과 어우러지며 따뜻한 봄의 내음을 연출하고, 사람의 흔적이 없는 길을 걸어가는 기쁨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단청을 하지 않아 더욱 마음에 닿는 화개사와 잘 생긴 소나무 옆에서 바다를 마주 본다.

약 260m 정도의 화개산은 해발 고도여서 0m부터 시작해서인지 수평형 걷기 달인 장정애님께서 조금 힘들어 하신다.

왜 정상이 위에 있느냐고 정상이 위에 있어야만 하는 법이 있느냐고 하시기에 다음에 걸을 때는 정상을 아래에 내려 놓겠다고 말씀 드렸다.

 

  '정상아, 어서 내려 오너라.'

  '안 내려 오면 내가 가마.' 

   이것은 마호메트 버전이다.

  '정상아, 어서 내려 오너라.'

  '바꿔 줘. 정상이 안 내려 와요. 안 내려 와도 너~~무 안 내려 와요.'

  이것은 개콘 버전.

 

화개산 정상에서 머핀님표 양배추 쌈밥과 오리 야채 볶음을 안주로 살짝 언 맥주로 정상주를 마신다.

봉수대를 옆에 두고 교동 전체가 한눈에 조망되는 정자에서 봄빛 넘치는 바다와 봄내음 아른거리는 들녘을 보는 기쁨과 행복감으로 몸과 마음이 충만하다.

약수터에서 약수 한 잔 마시고 세월을 비껴간 대룡리 시장을 거쳐, 북한산 14문 가운데 북문의 동생 같은 느낌의 아담한 교동읍성을 걷는다.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논인줄 알았는데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차 소리에 날아오르며 그 화려한 군무를 보여주는 쇠기러기는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늦게까지 철새를 볼 수 있다는 장정애님의 설명이 뒤를 잇는다.

동진포에서 월선포까지 갯벌 옆으로 만들어 놓은 목재 데크를 따라 걸으며 오른쪽에는 바다를 왼쪽에는 갈대를 보는 행복도 있었다.

정상주를 마셨던 화개산이 정답게 내려 보고, 우리를 태우고 나갈 배가 강화에서 바다를 가볍게 지나 교동으로 다가온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형체가 조금 남아 있는 갈대숲을 지나 가볍게 동산 하나를 돌아 포구에 도착한다.

막 출발하려는 배가 고맙게도 잠깐 속도를 늦추며 우리를 태워 준다.

다시 강화도 월선포, 가볍게 어물전을 구경한 뒤 버스로 강화 터미널로 이동, 풍물시장에서 간단하게 뒷풀이를 했다.

마지막으로 풍물시장을 돌아보고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한바탕 졸고 또 한바탕 졸아도 아직 서울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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