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아, 백운대

꿈꾸는 식물 2013. 3. 21. 21:13

  본격적으로 삼각산 산행에 나서다.

아침 9시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만나 34번 버스로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로 이동. 백운대에 오른다.

위문 거쳐 백운대 찍고, 위문과 용암문 지나 대동문 거쳐 보국문과 대성문 지나 대남문에서 하산, 중성문 거쳐 다시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까지 7시간 동안 17km를 걸었고, 14문 가운데 수문, 위문,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중성문 8문을 지났다.(3월 21일 목요일)

머핀님과 이미자님이 산동무였다.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서 거두절미하고 바로 백운대를 공략한다.

일단 백운대 찍고 머핀님 상태에 따라 어느 쪽으로 진행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머핀님이 그날처럼 꿈 이야기를 하신다.

그날, 9월 20일 목요일 아침에도 둘이 우리나라가 아닌 곳으로 먼 길을 갔는데 내가 머핀님을 버려두고 떠났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꿈과 반대로 머핀님이 나를 두고 먼저 떠났고, 머핀님 가방과 함께 남겨진 나는 그 가방을 매고 터덜터덜 얼마나 혼자 걸어야만 했던가?

백운대 찍고 상황을 봐서 진행 여부를 결정하리라 생각한다.

마음이 조금 복잡하지만 북한산은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그 가을과 겨울을 지내고 봄을 꿈꾸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동사를 지나며 14문 종주 때 함께 걸었던 북문으로 향하는 길을 그립게 바라본다.

위문을 지나 백운대에 오르며 오른쪽으로 인수봉과 멀리 오봉과 자운봉을 바라본다.

설교벽인지 인수봉 뒷벽인지 지금도 잘 모르는 바위 테라스에 앉아 두 시간 바라본 그 풍광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앞으로는 자운봉과 오봉을 비롯한 도봉산의 연봉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큰 봉우리는 보이지 않고 아파트를 비롯한 도시 풍경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염초봉과 원효봉이 보였던 그 잊을 수 없는 내 마음에 깊게 각인된 풍경.

백운대 태극기 앞에서 이미자씨는 만세를 부르고, 머핀님은 새침하게 옆 모습을 보여 준다.

그 새침한 모습과 함께 다시 북한산에 오르리라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그 믿음을 잊지 말자고 다짐, 또 다짐해 본다.

  오르막을 마감하자 다시 기운을 차린 머핀님 덕에 대동문에서 점심을 먹고, 대남문에서 하산 중성문 지나 원점 회귀할 수 있었다.

대동문을 향하여 백운대를 떠나며 뒤를 바라본다.

하얀 바위를 그대로 드러낸 백운대와 인수봉이 새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순결한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 본다.

모든 나뭇잎은 잎을 떨구고 초록빛을 간직한 소나무와 하얀 바위로 이어지는 백운대의 연봉은 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대동문으로 가는 그늘진 바위길 등산로에도 이제 얼음은 거의 녹고,꽃샘 추위로 살짝 얼어버린 진흙탕 길이 겨울의 흔적인 양 느껴진다.

등산로 옆 바위에서는 얼음판 밑에 얼음이 녹아 아래로 녹아 흐르는데, 그 모습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검정 벌레가 재빠르게 다가오는 듯하다.

꽃샘추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날은 온화하고 공기는 부드럽고 투명하며 하늘은 에메랄드빛 그 자체이다.

갈색 가운데에서도 노란빛과 연두빛을 읽어 보며 다가올 봄날을 생각한다.

  삼각산을 온통 우리가 차지한 듯하다.

삼각산을 온통 마음에 품고 돌아온 듯하다.

나는 그래서 행복하고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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