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송파 소리길

꿈꾸는 식물 2012. 10. 18. 02:38

  3학년 졸업고사를 끝으로 3학년 수업이 모두 끝나 조금 한가하다.

이제 예비 중1을 위한 수업 시간을 잡아야 하는데 조금은 더 자유롭고 싶어서 아직 미적미적 놀고 있다.

지난 10월 많이 걷기도 했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제대로 올리지 못한 걷기 기록을 새삼스럽게 올린다.

집에서 시작하여 잠실철교 거쳐 성내천 따라 송파 소리길을 걸어 다시 잠실 롯데까지 걸었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5시간 10분 동안 26km를 걸었단다.(10월 12일 금요일)

  그 전날 3시간 동안 14km 안양천을 걸어 대강 가볍게 걸으려고 10시 40분 정도 집을 떠나 3시 50분 잠실 롯데에 도착했다.

가을을 예감하는 투명한 하늘, 가을의 전령사 코스코스, 가을의 화신 하얀 구절초와 보랏빛 쑥부쟁이와 노오란 감국, 막 까맣게 물이 드는 담쟁이 열매, 황홀한 붉은 빛을 자랑하는 화살나무 이파리, 가을잎이 봄꽃보다 더 아름다운 살짝 푸른빛이 빠지면서 무장 해제된 벚나무 붉은빛 이파리, 마악 푸른빛이 지치기 시작한 칠엽수.

붉은빛 구슬을 주저리주저리 수고롭게 매달고 있는 산수유, 늘 혼자이기에 이 가을도 혼자이리라는 예감에 더 외로울 왜가리, 더욱 짧아질 가을 햇볕이 아쉬워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는 호랑나비  또 호랑나비, 보랏빛에서 온갖 오묘한 색의 향연을 펼칠 꿈에 익어 가는 슈크렁, 아직은 더 가을을 즐기고 싶어 전혀 흔들리지 않고 푸른빛을 지켜내고 있는 낙엽송.

한강, 성내천, 장지천, 탄천, 양재천, 그리고 또 한강까지 물빛은 가을빛으로 흐르고, 길게 늘어진 내 그림자는 이제 계절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음을 웅변으로 말해 준다.

지난 봄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하이얀 산딸나무의 기억이 아직도 새로운데, 지난 여름 황홀했던 노오란 창포와 보랏빛 붓꽃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계절은 온갖 국화를 키워내며 마지막을 향하여 가고 있다.

  많이 걸었던 길이어도 늘 새로운 길, 혼자 걸었던 길이어도 내 기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길, 누구와 함께 걷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정감으로 기억되는 길.

'지금, 여기, 바로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이 우리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던가?

하나 간직해야만 할 기억과 추억이 없는 나는 내가 아님을 아프게 깨닫는다.

생각이 익어 가고, 마음이 깊어 가는 시절이다. 

 

 

 

 

 

 

 

 

 

 

 

 

 

 

 

 

 

 

 

 

 

 

 

 

 

 

 

 

 

 

 

               

      

'걷기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문 종주  (0) 2012.11.06
북한산에서 북악산으로  (0) 2012.10.20
걸어서 청계천까지  (0) 2012.10.10
삼산 걷기  (0) 2012.09.05
북한산 12문 종주  (0) 201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