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북한산 12문 종주

꿈꾸는 식물 2012. 7. 24. 13:26

  북한산 12문 종주에 나선다.

옛날 우리 땅의 은행나무님께 12문 종주 이야기를 들었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삼목회에서 머핀님이 12문 종주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14문 종주는 12문에 중성문과 수문을 더하는 것인데, 중성문은 중성문 찍고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하기 때문에 종주라는 표현을 쓰기 어렵고, 수문은 찾기도 어렵고 문은 없고 어떤 표지도 없어  찾아 놓고도 헷갈린다는 인터넷의 산꾼들 이야기.

찾을 수 있으려니 나섰지만 초행이고 혼자였기 때문에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듯이 12문 종주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원효봉으로 출발하여 의상봉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6시간 동안 들머리와 날머리를 포함하여 16km를 걸었다.(7월 21일 토요일)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34번이나 704번 버스를 타고 북하산성 탐방지원센터에 내린 것은 9시 10분, 모두들 백운대나 의상능선을 향하여, 때로는 북한산 둘레길을 향하여 떠나는데 혼자 원효봉을 이상하게 찾아 용감하게 나섰다.

북한산성 탐방 센터에서 오른쪽으로 출발 백운대 쪽으로 가다가 북한산 둘레길 효자마을길로 방향을 잡아 진행, 오른쪽 방향에 있는 원효봉 표지를 보고 둘레길을 버리고 등산로로 진입하였다.

하산하면서 보니, 백운대 방향으로 가다가도, 왼쪽에 원효봉과 시구문 표지가 있었다.

수문터를 찾아 보겠다는 야무진 꿈은 초장에 포기, 제대로 12문을 걸어 낼지 자신감이 자꾸 없어진다.

 

  원효능선 : 시구문, 북문

  북한산 주능선 : 위문(백운봉암문),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의상 능선 : 청수동암문, 부왕동암문, 가사당암문, 대서문

  계곡에 있다는 : 수문, 중성문

 

시구문에서 원효봉까지 반대편으로 의상 능선이 보이고, 아래로 국녕사가 손에 잡힐 듯 드러난다.

원효봉에서 잘 찍지도 않는 독사진까지 부탁하여 찍고 종주의 마음을 다진다.

홀연히 나타난 북문, 그 옆으로 염초봉을 거쳐 백운대로 갈 수 있다는 그 길은 북한산 관리공단 직원이 통제를 하고 있었다.

사진 한 장 부탁하고  그리고 계속 아래로 아래로 탐방지원센터를 향하여 이어지는 하산길. 

잘못 길을 든 것이 아닐까 싶을 때 상운사 지나 왼쪽으로 나타나는 백운대 가는 길.

대동사, 약수암 지나 끝없이 이어지는 위문까지의 길을 이를 악물고 걸었다.

길은 단조롭고 가파른 깔딱고개, 공기는 잔뜩 습기를 머금고 촉촉히 젖어 있고, 사이사이 습기를 머금은 바위와 흙, 비 오듯이 땀은 쏟아지고, 그  땀으로 눈까지 쓰리고, 대강 먹은 아침 때문에 배는 고프고......

총체적 난국에 이를 악물고 백운봉암문이라는 위문에 오르니, 대동문은 아래로 내려가 왼쪽이란다.

이 황당함과 허무함에 어쩔 줄 몰랐다.

대동문으로 가는 길을 접어 드니 지난 초가을 공샘이랑 서울 시계 걷기할 때 걸었던 구간이라는 때 늦은  깨달음이 온다.

양쪽으로 밀리는 사람들, 미쳐 착용하지 못한 아이젠 때문에 쭉쭉 미끌어지고, '공주들이 산에 와서 오르지도 못하면서 뗘든다'는 야유를 듣던, 내 앞에서 머핀님이 아래로 쭈욱 미끄러져 깜짝 놀라게 했던 그 곳이었다.

용암문에서 대동문으로 길은 편안하게 이어지며 종주의 자신감이 조금씩 든다.

보국문에서 대성문으로 가는 길을 아래로 잡아 잠깐 실수했으면 대성문을 놓칠 뻔 했다.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성곽에 집중해야 한다.

대성문에서 잠깐 앉아 양갱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정다운 대남문을 향하여 떠난다.

삼목회에서 대남문 지나 대성문 거쳐 형제봉까지 간 적이 있기 때문에 길이 낯설지 않다.

대성문 성곽에서 우연히 우리 땅 들두루미님을 만났다.

지리산 종주할 때 장터목에서 뵙고, 또 우연히 산에서 만남이다.

사진 찍어 주시고 엿을 나눠 주시며, 다음에는 꼭 아래에서 만나 막걸리 한 잔하자며 훗날을 기약한다.

드디어 대남문, 삼목회의 수향비 코스로 두 번, 의상능선을 위해서 헤매면서까지 다녔던 대남문이 정답게 다가온다.

대남문과 아주 가까운 청수동 암문을 지나며 드디어 의상능선이다.

가볍게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을 스치며 부왕동암문과 가사당암문을 통과하여 국녕사로 방향을 잡는다.

국녕사에서 중성문을 물었지만 잘 알지 못한다.

국녕사에서 하산하여 큰 길로 나오는데, 대남문과 백운대 표지가 있다.

그 쪽으로 올랐다가 중성문을 찍고 다시 하산하여 국녕사로 올라 가사당암문을 통과하지 않을까 나름대로 엉터리 추측을 해 본다.

계곡길을 버리고 포장 도로로 진행하여 마지막 대서문을 찍고, 다시 계곡길로 들어서 북한산 탐방지원센터로 나왔다.

  사람들에게 부탁하기 민망하여 문만 찍기도 하고, 어떨 때는 철판 깔고 부탁하여 인증 샷을 찍기도 했다.

여럿이 걸으면 더불어 쉬기도 하고, 먹기도 하면서 조금은 느리게 진행하여 덜 힘들었을 텐데, 혼자 나서서 먹지도 제대로 못하고 충분히 쉬지도 못하여 엄청 힘이 들었다.

지리산 종주 첫 날 20km보다 더 힘이 들었던 기분이다.

하지만 12문 을 혼자 처음으로 종주 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은 무척 크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숨가쁨을 내가 견뎌낸 것처럼, 위문 오를 때 그만 두고 싶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내가 이겨낸 것처럼, 굵은 땀방울이 눈으로 흘러 내릴 때의 쓰라림을 내가 참아낸 것처럼, 지인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지만 떠날 수 없기에 내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처럼......

내 아들 승민이가 이 상황을 훌륭하게 풀어내서 끝내 승리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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