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도 머무르지 못 하고 흐르는 것에 대한 깊은 마음의 경사가 얼마나 외로운지 잘 알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흐름'에 이끌린다.
구름, 달, 바람, 시간, 마음, 나그네, 그리고 강물.
강물이 녹을 무렵이면 꼬옥 두물머리에 가야 한다고 습관처럼 말하는 친구가 우리에게는 하나쯤 있다.
흐르는 강물 따라 흐르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 따라 스쳐 지나 가고, 그리고 두물머리에서 강물이 다시 만나는 것처럼 우리도 다시 만나기를 얼마나 소망하였는가.
그 소망 그대로 흐르는 강물 앞에 섰다.
오전 8시 43분 팔당 도착, 오후 5시 54분 오빈 출발,
8시간 반 동안 33.34km를 걸었다.(3월 31일 토요일)
팔당 - 운길산 - 양수 - 신원 - 국수 - 아신 - 오빈.
양평까지 3km 남겨 놓고 오빈에서 열차를 탄 이유는 양평역까지 걸었다가, 다음 걷기에 또 양평역에서 양근대교까지 다시 걷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스탠스님, 맹한돌님과 현작가님, 해파랑님, 큰언니와 작은 언니, 팬지님과 이혜리님, 반야님과 푸른이님, 웃음 여행과 미보라님, 그리고 나.
나를 앞서 가는 바람, 나를 뒤 따르는 남한강 물결.
늘 바람같이 물결같이 내 삶을 비우며 살고 싶다.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조금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