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성내천 걷기

꿈꾸는 식물 2009. 1. 1. 01:18

  주중에는 먼 길 걷기에 도전하지 않지만 설날이 끼여 있어 시간 내기가 어려울 듯하여 12월 30일 화요일 세번째 성내천 걷기에 나섰다.  첫번째는 지도까지 복사하며 조심스럽게 나선 늦가을의 시도였고, 두번째는 진경이랑 동반했다가 에미여서 밥쟁이일 수밖에 없는 진경이는 아이 밥 때문에 올림픽공원에서 돌아가 혼자 걸었던 초겨울의 쓸쓸한 걷기였다.  

 

  올림픽대교를 지나 한강에 진입해 잠실대교를 통과했다. '누가 바람을 보았니?  나는 바람을 보았다'는 조용필의 노래 가사를 나는 믿는다. 한강의 물결에 부서지는 바람의 흔적이 바람의 존재를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한강의 물결에 부서지는 햇빛이  너무 마음에 저려서 햇빛 때문에 나는 눈물 짓는다.  한강을 건너서 왼쪽으로 U턴하여 올림픽대교 쪽으로 향하면 성내천과 한강의 합수 지점이 나온다.  천과 강이 만나는 지점은 늘 숙연하고 경건하다. 때로 외경심까지 강요한다.  성내역과 아산병원을 지나면 올림픽공원에 진입한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 붉은 비즈처럼 매달린 산수유 열매들이 눈에 시리다.  올림픽아파트를 지나 성내공원에 진입하여 마천까지 걷는다.  성내공원 끝에는 조그만 인공폭포와 성내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정자에는 바둑 두는 두 사람, 노래하는 이, 거문고 타는 이, 시를 쓰는 이와 주인 이렇게 여섯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신정일선생님의 말씀이 문득 생각난다.   마음 언저리도 내주기가 싫어 인사조차 잘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떠오른 신선생님  생각에  당황스럽다.  속수무책인 이 마음의 무늬여!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기르다가 말 그대로 놓아버린 토끼 두 마리를 보았다.  애완용 토끼가 아닌 집토끼를 애완용으로 기르다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성내천에 방임해 버린 토끼 두 마리.  천진난만하게  푸른 풀들을 찾아 뜯어 먹고 있는 토끼들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다가올 추위에 잘 견뎌내길 바라는 소망만 건내며 다시 한강을 건넜다.

 

 

 

 

 

 

 

 

 

 

 

 

 

 

 

 

 

 

 

 

   

1. 올림픽 대교로 한강 진입 - 잠실철교 통과 - 한강 남단에서 올림픽 대교 쪽으로 U턴 - 성내천과 합수 지점 통과 - 아산병원 지나 올림픽공원 진입 - 올림픽아파트 - 성내공원 - 마천 도착 - 반대로 귀로 

2. 거리 : 왕복 18km

3. 시간 :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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