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불광역을 버리고 구파발역으로 나아가서 만난다.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8시 30분에 만나서 함께 공부할 길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가능한 숲길 계곡길로 가자는 산산님의 생각에 모두 동의, 응봉능선을 탐방하기로 결정, 34번 버스에 승차하여 삼천사 입구에서 내렸다.
삼천사 입구에서 북한산 둘레길 마실길로 진입, 조금 걷다가 마실길을 버리고 삼천사를 향해 나아가다가 오른쪽 사모바위 표지를 향해 산으로 들어 갔다.
삼천사 입구에서 사모바위까지의 응봉 능선을 지나, 문수봉, 대남문까지 탐방, 다시 문수봉으로 나아가 청수동암문에서 삼천사 표지쪽으로 회귀하여 하산했다.
마이코치는 8시간 20분 13km라 이야기해 준다.(8월 2일 목요일)
오랜만에 만난 산산님은 여전히 밝고 활기에 넘치신다.
세상 떠나 별나라에 간 소리와 홀로 남겨진 나모 이야기, 횡성에 감자 캐러 가신 얼치기(?) 농사꾼의 귀농 입문기, 목수학교와 귀농학교 이야기로 끝없이 대화가 이어진다.
등산학교에 목수학교에 귀농학교, 나중에 노인학교에 다니시라고 깔깔 웃었지만 무엇이든지 성실하고 진지하게 접근하시는 산산님께 나태한 나는 한수 배워야만 한다.
머핀님도 바리스타에 복어 요리사 자격증에 제과와 제빵사 자격증까지 늘 열심히 사는데, 나는 학교 졸업하고 자격증은 운전 면허증 하나 더 땄으니 나태함의 극치이다.
응봉능선은 산산님도 많이 다니시지는 않느셨다는데, 진관동을 오른쪽에 의상능선을 왼쪽에 두고 부드럽게 오르는 능선으로 탐방객이 많지 않아 여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갈 길도 그리 멀지 않아서 조금은 흐느적흐느적 산바람과 골바람을 즐기며, 북한산 연봉에 눈길도 주고, 진광동의 아파트촌을 보며 우리 나라의 난개발 문화에 통탄도 해가며, 사모바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도착할 거라고 조금은 망설이기도 하며 드디어 사모바위에 올랐다.
사모바위를 앞쪽에서 만나는 수향비와는 달리, 사모바위를 옆으로 만나는 능선이었다.
방향 감각이 없는 얼치기 산꾼인 나는 순간 방향을 잃고 당황했다.
사모바위에서 문수봉 거쳐 대남문까지는 너무 익숙한 편안한 길이다.
오늘은 산행이 짧아 문수봉에 오른다.
문수봉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한여름 햇살 아래 적요하기까지 하다.
대남문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문수봉으로 회귀, 청수동암문에서 삼천사로 방향을 잡아 하산, 하산길에 계곡에 입수를 한다.
입욕은 벌금이지만 입수는 처벌 대상이 아니란다.
입욕과 입수의 차이는 옷을 벗고 입는 것에 있다는 어느 친절한 산꾼의 말에 한바탕 웃었다.
우리같은 교양과 미모를 지닌 사람이 어찌 입욕을 하겠느냐고, 실수로 빠져서 옷을 입은 채로 입수를 했다는 논리로 밀고 나간다나......
정말 오랜만에 발을 계곡에 담그고 편안하게 바위에 앉아 본다.
이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행복의 다른 이름이라면, 나는 오늘 감히 행복하다고 단언한다.
삼천사에는 백중인지 많은 불자들이 제를 올린다.
하늘 문이 열리고 중천을 떠도는 영혼들이 하늘로 간다는 백중날, 우리는 물을 맞는 대신 북한산 계곡에 몸을 담그고 넉넉한 마음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