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수향비

꿈꾸는 식물 2012. 7. 4. 04:09

  단체나 모임에는 유난히 약한 사회적 친화력에 문제가 있는 내가 스스로 조그만 모임을 만드는데 기꺼이 동의했다.

이름하여 삼목회, 삼각산을 목요일에 가는 모임이다.

주중에 수업이 없는 날을 선택하다 보니 목요일로 낙찰, 목요일에 북한산을 다니는 모임이라는 의미로 목북회와 북목회가 거론 되었는데 너무 느낌이 강하여 일단 보류, 결국 북한산의 원래 이름인 삼각산을 넣고 목삼회와 삼목회로 토의했는데, 목삼회는 목삼겹살을 떠올리게 된다는 채식주의자이신 산산님 의견을 존중하여 일단 삼목회로 결정하였다.   

주선씨는산산님과 꿈꾸는 식물 그리고 머핀님이 발기인이니, 산꿈핀(산을 찾는 꿈꾸는 머핀)이라 이름하란다.  

삼목회의 첫번째 삼각산(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탐방은 이름하여 수향비, 수리봉(족두리봉)에서 시작 향로봉과 비봉을 거쳐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우리는 사모바위에서 문수봉으로 가는 길에 도전 정신이 강한 산산님을 따라 사잇길로 탐방하는 호사를 누리며 나한봉과 나월봉 사이의 의상능선으로 접근, 의상 능선을 거쳐 백화사 계곡으로 하산하였다. 

8시 30분 3호선 불광역 2번 출구에서 만나 8시간 50분12km를 등반했다.(6월 28일 목요일)

  지난 전쟁기념관에서 이승철 콘서트 때 만났던, 길에서 뵌 것은 더 오래 전 남한산성에서 영장산으로 소연님과 함께 했던, 그래서 너무 오랜만에 만난 산산님이 반갑고 좋아서 허그로 시작한 산행이었다.

빨리 등반하기보다는 가능한 모든 산봉우리를 밟고 올라가자는 원칙을 세우고, 산산님을 모시고 드디어 불광에서 삼각산에 올랐다.

매일 계속되는 강행군에 저항력과 면역성이 떨어진 머핀님이 초입에서 등반 이탈을 선언, 천천히 오시겠단다.

채 족두리봉(수리봉)에 오르기 전이어서 아쉽지만 지혜로운 머핀님이기에 본인의 선택을 존중하며 우리는 족두리봉과 향로봉을 거쳐 비봉까지 나아갔다.

불편한 속을 다스린 머핀님과 사모바위에서 재회하여 나머지 구간은 세 사람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행복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멀리서 보고 소문만 익히 들었던 족두리봉을 처음 밟아 보는 환희와,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 주선씨 때문에 아래까지 갔지만 끝내 오르지 않았던 미답의 봉우리 비봉을 처음 오르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향로봉은 지키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지만 안전모를 준비하지 않았기에 다음으로 미루자는 산산님의 충고에 기꺼이 따랐다.

암반을 오를 때면 늘 앞장 서서 리드하시며 바위에 대하여 설명해 주시고, 신나서 날뛰는 머핀님과 나의 혈기를 살짝 살짝 눌러 주시고, 상황에 따라 맥주 한 잔에 동참해 주시는 산산님.

십 년 뒤에는 산산님처럼, 이십 년 뒤에는 황샘처럼 나는 변할 수 있을까?

두 분 모두 약하신 듯 내성적이신 듯 하지만, 숨겨진 뒷면은 강하시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열린 시각과 호기심을 지닌 외향적인 마음을 지니셨다는 것을 알기에, 두 분을 모두 닮을 자신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싶다.   

사모바위 아래 넓적바위에서 1.21사태와 관련된 무장공비 인형을 처음 만났고, 사모바위에서 문수봉으로 가는 길에 질러 가는 고즈넉한 지름길을 걸을 수 있었다.

물론 문수봉과 715봉, 나한봉, 나월봉을 살짝 아래로 뛰어 증취봉에 진입하는 기쁨도 누렸다.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8개의 봉우리 가운데 접근이 어려워 눈도장만 찍었던 봉우리도 산산님의 리드로 밟아볼 수 있었다.

의상봉을 마주 보며 백화사 계곡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가뭄이 얼마나 심한지 완전히 마른 백화사 계곡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 온다.

우리처럼 메마른 계곡을 따라 내려 온 사람들이 많았던지 계곡에는 소원을 비는 돌탑이 많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도 돌 하나 올려 놓고 내 마음 한 조각 내려 놓았다.

속이 거북했던 머핀님이 잠깐 휴식으로 기력을 회복해 같이 걸을 수 있어 더욱 행복했다.

평소 준비가 철저한 머핀님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따라 등산화마저 가벼운 경등산화를 신고, 속을 다스린다며 점심까지 건너 뛰는 바람에 하산길에 자꾸 미끄러져 안타까웠다.

머핀님의 바쁜 나날이 가끔 소화불량으로 머핀님을 잡으며 쉬어 가라고 한다.

밝고 화안하게 웃는 머핀님의 얼굴이 이 글을 쓰는 지금 새삼 그립다.   

오래 오래 '삼목회'라는 이름으로 산산님과 머핀님과 함께 걸으며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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