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탕춘대능선

꿈꾸는 식물 2012. 7. 6. 18:10

  삼목회 두 번째 산행일.

학생들 시험으로 내 일정이 변경되어, 삼목회가 아닌 삼수회가 되었다.

공샘 말씀대로 수요일인데, 먹고 사는 일의 소중함과 무거움을 기꺼이 존중해 주시는 머핀님과 산산님 덕분에 수요일 삼각산에 오른다.

여전히 출발지는 불광역 2번 출구, 8시 30분.

구기 터널 쪽으로 걸어, 북한산 둘레길 옛 성길로 신호를 건너 옛 성길을 따라 오르다가, 탕춘대성 암문을 지나 향로봉 쪽으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지나 문수봉 우회로를 거쳐 청수동 암문 지나 대남문 - 대성문 - 형제봉 - 구복암 거쳐  북한산 둘레길 평창 마을길로 나와. 북악 터널 앞에서 택시로 이동 불광역에서 마무리를 했다.

8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7시간 동안 13km를 걸었다.(7월 4일 수요일)

  불광 공원에서 옛 성길로 접어드는 북한산 둘레길은 몇 번 걸어 보았는데 탕춘대 능선은 처음이다.

암문에서 둘레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성곽의 흔적을 따라 오르면 왼쪽으로 수리봉을 보며 고즈넉한 숲길로 끝없이 이어진다.

주말에 살짝 내린 비로 숲의 푸르름은 새롭게 살아 나고, 아침 이슬을 머금은 풀과 나뭇가지들은 이슬을 살짝살짝 내 발과 손에 전해 준다.

비가 내릴 듯 말 듯 하늘에는 구름이 부드럽게 깔려 7월의 햇살을 가려 주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는 더욱 숲의 향기를 진하게 전해 준다.

산산님 덕분에 또 다른 길을 가는 기쁨이 너무 크고 가슴 벅차다.

북한산 아니 삼각산의 새로운 발견에 끝없는 바다 앞에 처음 서보는 듯한 전율까지 느껴진다.

머핀님 말대로 한 번 갔던 구간을 다시 바로 반복해서 완전 정복을 하리라 마음 먹는다.

수리봉 바라보며 향로봉 거쳐 비봉 사모바위로 너무 익숙하게 걸어, 문수봉은 오늘 북악까지 뛸 계획이어서 아래 우회로를 선택했다.

바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결국 문수봉을 거쳐 가는 길이 훨씬 우리 취향에 맞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지난 번 의상능선으로 질러가는 지름길을 다시 한번 눈팅해 둔 작은 기쁨이 있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청수동 암문까지 가는 숲길에  습기를 잔뜩 머금은 안개가 갑자기 밀려와, '안개 속을 걷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안개 속에서는 모두가 혼자이다'는 헷세의 시구를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청수동 암문에서 의상 능선으로 눈길 한번 주고 대남문을 향하여 길을 잡는데, 전에 주선씨랑 이렇게 이 길을 왔는데도 문수봉으로 혼자 왔던 두 번의 기억 때문에 너무 낯설다.

등산객이 거의 없는 평일 산행이어 대남문을 온통 우리가 독점해서 산바람 골바람을 마음껏 즐기고, 대성문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대성문에서 형제봉을 향하여 기운차게 출발했는데, 모든 것이 생각대로 진행되는 듯 기뻐 날뛰었다.

북악산 갈림길 표지가 있는 북한산 등반 안내판을 북한산 둘레길 표지로 착각하고, 그 다음 길을 모두 북악산으로 가는 길로 완전 헷갈려 버렸다.

대성문에서 북악산 갈림길까지 1시간 10분 걸린다고 열심이 조사해 놓고 완전 잊어 버렸으니 , 대성문에서 이어지는 형제봉까지 탐방로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형제봉에 오르니 옛날 승민이 어렸을 때 주선씨랑 함께 오른 기억까지 떠오르는데, 왜 형제봉이 갑자기 튀어 나오는지 형제봉에서 만난 분의 친절한 설명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무지 때문에 구복암이 나왔는데도 그냥 무시하고 평창 마을길로 하산길을 잡아 내려오고 말았다.

대성문 - 형제봉 - 구복암 - 북악산 갈림길(1시간 10분)이라는 메모는 완전 내 기억의 메모리에서 삭제 되었으니.......

북한산 둘레길 안내판을 꼼꼼이 보야 했는데, 그 안내판(평창공원 지킴터 1.5 km , 정릉탐방 안내소 2.0km )을 놓치지 말아야 했다.

구복암에서 개소리 내며 이상하게 짖어대는 그 이상한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생각이 났을까?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북악길로 내려 오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더라면 생각이 났을까?  아니다.

완전 넋을 잃고 잊어버린 기억의 무방비 상태가 문제이다. 

반성 또 반성을 촉구한다.

  북악터널 앞으로 내려온 우리는 택시로 블광역으로 이동 3시 52분 VIPS에 무사히 입성, 운 좋게  런치 가격으로 만찬을 즐겼다.

속이 불편하다며 마음을 조리게 했던 머핀님의 수북한 접시가 행복하다.

맥주와는 담을 쌓은 산산님이 비워 내신 320cc 정도의 맥주잔이 정겹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며 밝게 웃는 머핀님, 채식주의자이신 산산님의 접시 위에 쌓인 온갖 종류의 샐러드를 바라보며 행복해 하는 무장해제된 내가 좋다.  

이렇게 또 시간을 쌓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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