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아차산에서 망우산까지

꿈꾸는 식물 2012. 6. 20. 15:07

  북한산이 자꾸 나를 유혹하지만  혼자서는 멀리 나서기 싫어서 삼산 기행에 나선다.

거창하게 삼산이라 했지만 광진구에 있는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소박한 세 산을 말한다.

슬슬 걸어서 물 한 잔도 마시지 않고 3시간 20분 12km를 등반했다.(6월 15일 금요일)

집에서 걸어서 아차산 지나 용마산 찍고, 다시 용마산에서 망우산 거쳐 구리 둘레길 코스로 망우산 돌아, 처음으로 형제약수터쪽으로 내려 왔다.

정각사에서 구리 둘레길로 걸어서 집으로 갈까 잠깐 망설이다 버스로 돌아왔다.

어제 40km 걸었던 후유증까지는 아니지만 오늘만은 포장 도로를 걷고 싶지 않았다.

  하이얀 제비꽃과 보랏빛 제비꽃이 만발했던 무덤 위에는 노오란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며 꽃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눈쌓인 봉분에 커다란 하트 모양이 그려졌던 그 무덤 위에도 이름 모르는 꽃들이 피어나 있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계신 곳'이라는 비석의 글씨도 여전하고, 근대화가 이인성의 묘지석에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 포스터가 붙어 있다.

지난 달보다 푸르름은 진해지고, 분홍빛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온통 초록빛 녹색의 세상이다.

하늘하늘 피어났다가 속절없이 지고나면, 그 다음 꽃들이 또 그렇게 송송송 피어나고, 그 꽃들이 지고나면 꽃자리 자리마다 열매가 열리고, 꽃이 지면 꽃보다 더 아름다운 잎이 보인다.  

망우리의 산벚꽃을 기대하고 갔다가, 하이얀 배꽃에 매료 되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벌써 배나무에는 배가 열려 하얀 종이 봉투를 뒤집어 쓰고 가을을 향하여 익어 가고 있다.

  각자 자리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견뎌내는 자연 앞에서 삶의 부질없음과 삶의 속절없음을 이야기하지 말자.

내 삶의 곳곳에 매복되어 있다고 믿는 해자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삶의 허방에 대해 어리광 부리지 말자.

지금은 살아야만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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