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탄천 따라 걷기

꿈꾸는 식물 2012. 6. 20. 13:55

  원래 계획은 머핀님과 회룡에서 만나 포대능선 따라 도봉산 자운봉 찍고 도봉역으로 내려올 예정이었다.

머핀님의 갑작스런 집안일로 혼자 남겨져, 본의 아니게 극기 훈련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탄천 따라 걸으며 용인시계 0km 지점에서 접고 오리역에서 집으로 돌아 왔는데, 오늘은 내처 걸어 탄천의 끝점인 기흥역까지 걸어 보리라 집을 나섰다.

결국 탄천 종점인 구성역까지 7시간 40분 동안 40km를 걸었다.(6월 14일 목요일)

구성역은 분당선 종점인 기흥 - 신갈 전역으로, 구성에서 기흥까지는 계속 도로 옆으로 걸어 가야한다기에 길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걷기 시작 잠실철교로 도강, 탄천과 한강 합수지점 지나, 양재천 눈길 주고, 장지천과 작별하고, 서울 공항 보고, 분당 지나, 수지와 용인에 이르는 길을 넋을 잃고 걸었다.

 온갖 사념들이 날개를 펼치며 날아 오고 또 그렇게 날아 간다.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불편한지,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불만에 가득 찼는지, 내가 왜 이렇게 투덜이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나는 알지 못 했다.

10km, 20km, 30km 지나며 나는 조금씩 해답에 근접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어떤 단체에서도 주류가 아니었던 내가 새삼스럽게 주류를 꿈꾸고, 내가 주류라고 스스로 착각에 빠져 주류인 척 행동했다.

결코 주류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류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 불편한 진실 앞에 새삼스럽게 낯가림을 했다.

상황이나 여건이 나를 비주류로 몰아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 스스로 비주류를 선택하여 스스로 고립되고, 그 고립을 즐기는 성향이 나 자신의 본질임을 잠깐 잊었다.

잠깐 잠깐 주류인 때가 있었던가?

그 잠깐 잠깐 행복했던가?

어떤 경우에도 본질을 바꿀 수 없음을, 늘 이렇게 남겨져 있음을, 그 불멸의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탄천을 따라 서울 공항을 지나며 분당으로 접어든다.

야탑 -  이매 - 서현 - 수내 - 정자 - 미금 - 오리 - 죽전 - 보정 - 구성, 분당선을 따라 탄천은 계속 이어진다.

생태 늪지는 가뭄으로 인해 초록빛 개구리밥이 가득하고, 개구리밥 사이로 노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고, 화원에서나 볼 수 있는 부들도 한창이다.

탄천에는 늘 함께인 오리들은 더불어 먹이를 찾느라고 바쁘고, 늘 혼자인 하얗고 가녀린 녀석들은 혼자인 채로 바쁘다.

이매에서 잠깐 거리로 올라가 맥주 한 병 사서, 탄천을 바라보며 다리 밑에서 혼자 마신다.

씁쓸한 맥주 맛이 쌉쌀하게 감미롭다.

구성에서 신갈 지나 기흥까지 도로를 따라 걸을까 잠깐 생각했지만, 탄천 따라 걷기는 완성한 듯 싶어 전철역을 찾아 간다.  

  어떤 경우에도 본질을 바꿀 수 없음을 기억하라.

넌 김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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